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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새책] 과학동아 에디터와 함께 읽는 이달의 책

    생각의힘, GIB, 이형룡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객원 기자이자 화이팅 어워드 논픽션 부문을 수상한 과학 저널리스트인 페리스 제이버의 신간 ‘비커밍 어스’에서 눈길을 끄는 요소는 그가 취재한 현장의 목록이다. 아이슬란드의 지열발전소, 아마존 우림 한가운데 325m 높이의 초고층 관측탑, 시베리아 자연보호구역, 지하 1.5km에 있는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의 샌포드 지하연구시설 등, 책 한 권에 모이기에는 서로 낯설 듯한 장소들이다.

     

    페리스 제이버를 6년 동안 ‘비커밍 어스’의 이 길고 먼 취재로 이끈 동기는 지구가 하나의 유기체로서, 지구에 사는 생명체와 지구가 공진화(共進化)한다는 ‘가이아(Gaia) 가설’이다. 1970년대에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이 가설을 제안했을 때만 해도 신화 속 여신인 가이아의 이름은 조롱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제 가이아 가설은 지구를 전체 생태계의 구조로 인식하는 지구시스템과학 등의 근간을 이룬다.

     

     ‘비커밍 어스’는 가이아 가설에 입각해 생물학적 요인과 지질학적 요인이 지구에서 공진화한 과정들을 검증한 과학 논픽션이다. 내 시선을 끈 저 낯선 장소들은 지구와 생명의 공진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정표다.

     

    근대과학이 바라본 생명은 그저 특정 환경에 더 적합해서 살아남은 존재였다. 이에 대해 가이아 가설은 생명이 적응하는 환경, 즉 지구가 생명과 역동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안했다. ‘비커밍 어스’는 생명이 능동적으로 지구 환경을 변화시키고 지구의 진화에 개입하는 현장으로 독자를 이끈다. 물론 이런 관계가 항상 긍정적으로 전개되지는 않는다. ‘플라스틱 해변’으로 불리는 하와이의 카밀로 해변은 그 단적인 예다. 이곳은 플라스틱을 함유한 암석이 형성됐을 정도로 환경이 인류와 플라스틱의 압력에 적응하고 있다.

     

    각 부의 마지막 장에서 ‘비커밍 어스’는 “인간종이 지구를 얼마나 빠르게 변화시켰는지, 어떻게 우리와 지구의 관계를 개선할지”를 살핀다. 페리스 제이버의 이런 접근은 기후위기의 도래가 명백하다는 인식 위에 있다. 여기서 저자는 인류와 지구가 결국 절멸한다는 숙명주의, 지구가 스스로를 보호한다는 환상주의, 인류가 제2의 지구를 개발한다는 미래주의를 모두 거부한다. 대신 그는 지구시스템과학에 근거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먼저 우리 인류가 지구의 긴 역사 중 찰나에 불과한, 지구의 일부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지금 이 지구의 기후위기를 극복할 변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와 인류의 공진화를 취재한 길고 오랜 여정의 끝에서 조우한 이 목소리가 낯익고 낯설다.

     

     

      

    한때는 이만하면 온라인이 오프라인과 충분히 비슷해졌다고 생각했다. 2010년을 전후해서 그런 인상을 특히 자주 받았다. 말하자면 “이제 온라인이 오프라인까지 거의 다 왔다.”고 성급하게 단정했던 셈이다.

     

    하지만 그 2010년대에 정보기술(IT)의 발전은 나날이 가속화됐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사실상 대체하거나 능가할 가능성이 얼마나 크고 많았는지 뒤늦게 납득한 경험은 수시로 있었다. 온라인이라는 구분이 유의미한지 의문이 들 정도인 여러 SNS나 애초에 오프라인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챗GPT나 미드저니 같은 온라인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가 이미 상용화된 상태에서 자라온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인 까닭에, 온라인에서 프라이버시와 자아를 지킬 최소한의 방어술이 꼭 필요하다. 많은 청소년은 온라인이 이미 익숙하고 그 급격한 변화에도 쉽게 적응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오프라인과 구별되는 온라인의 특성과 그 단점은 의식하기 어렵다.

     

    베테랑 과학 저널리스트인 한세희의 신작 ‘디지털 호신술’은 ‘맞춤형’의 틀을 빌려 이용자를 확증편향으로 유도하는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과 광고, 실제와 구분이 불가능한 수준의 AI 생성 이미지의 유포 등 점점 심하게 선을 넘는 온라인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수단과 조언을 담았다. ‘디지털 호신술’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다.

     

    ‘디지털 호신술’은 오늘의 온라인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들과 온라인의 청소년들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례들을 신중히 선별했다.  소속 학교 같은 공식 정보부터 최애 연예인 같은 사사로운 취향까지 청소년들이 온라인에 남기는 광범위한 개인 정보를 기업들이 수집, 이용하는 방식은 물론, 청소년의 심리와 생활 패턴을 정교하게 자극해서 이용 시간을 늘리는 온라인 서비스들의 의도, 여기서 더 선을 넘어 온라인에서 청소년들이 피해를 입은 여러 사건들도 확인할 수 있다. 

     

    설득력 있는 사례들을 토대로 청소년의 자발적인 온라인 이용을 존중하면서, ‘디지털 호신술’은 청소년들이 앞으로 자신만의 방향을 찾고 나아가기 위해 IT 혁신의 파도에 올라타는 방법을 조언한다.

     

     

      

    ‘물화생지’로 통칭되는 과학의 여러 교과가 서로 연결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공교육 과정과 학교 현장에서도 이 연계성을 강화하는 수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네 교과의 구분과 경계가 여전히 선명하다.

     

    하지만 이공계에 진학한 학생들이 현장에서 전문성을 살리려면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등의 개별 개념을 깊이 아는 것보다도 물리학의 개념들이 화학에서, 생명과학의 개념이 물리학에서 어떤 역할과 의미를 지니는지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개별 지식들 간의 관계를 이해한다면 과학 자체를 보는 시야 자체가 확장되는 까닭이다.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의 전임교원으로 재직 중인 김현벽(물리학), 최은영(화학), 권창섭(생명과학)이 함께 쓴 ‘과학의 개념어들’은 엔트로피, 광합성, 산화환원 반응 등의 핵심 개념이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이 이해가 인접 과학과 어떤 관계를 맺고 확장되는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더 나아가 이 핵심 개념에서 파생되는 400여 개의 연관 개념도 아울러서, 개념 간의 관계를 이해한 독자들이 개별 학문을 보다 깊이 탐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생명과학에서 ‘생체분자’라는 개념을 언급하며 탄수화물, 단백질, 핵산 등을 설명하면, 물리학의 관점은 생체분자의 구조를 규명한 X선 회절 분석을 살펴본다. 그리고 화학은 X선 회절을 위한 생체분자의 결정화에 초점을 맞춰서 개념의 영역을 넓히는 식이다.

     

    전 16장으로 이루어진 ‘과학의 개념어들’의 각 장은 물, 탄소 순환, 고분자 등 독자들이 이미 알거나 새로 알아야 하는 핵심 개념과 연관 개념들이 함께 제시되고, 이 개념들에 대한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의 관점을 서술한다. 이런 기획의 책에서는 사전식의 해설이 나열돼서 다양한 관점이 서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학의 개념어들’은 이런 한계를 피하기 위해, 주요 개념을 전체 과학의 관점에서 파악하도록 세 과목의 관점이 유기적으로 구성됐다. 전문 분야가 서로 다른 세 교원의 협업이 긴밀했음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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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월 과학동아 정보

    • 에디터

      라헌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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