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모든 천재지변이 다 그렇지만, 화산폭발은 인류가 가진 현재의 과학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하다.
화산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지금도 마그마가 어떻게 생기는 것이고, 이것이 어떤 이유에서 터져나오는지에 대해 명쾌한 답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온도가 화산폭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짐작 정도. 즉 지각변동 등에 의해 지각 하부에서 맨틀 상부 사이에 위치한 마그마가 고온이 되면서 지표로 분출한다는 것이다.
최근 독일의 화산 연구자들은 실험끝에 새로운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지금까지 여러 화산학자에 의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져 왔던 화산들을 다시 평가하게끔 한다.
베이루스대학의 도널드 딩웰과 미하일 알리디비로프 박사 두사람 마그마가 매우 낮은 온도에서도 움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이들은 1980년 5월 일어난 미국 워싱턴주 세인트헬레나 화산 폭발 당시의 용암을 시료로 삼아 압력을 급강하시키는 실험을 시행했다. 그 결과 충격파가 전달되면서 마그마가 쪼개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실험이 실험실 온도에서 실행됐다는 것이다. 즉 온도가 실험의 변수가 아니었다. 딩웰 박사는 “만약 마그마 덩어리에 의해 압력을 받는 산자락 일부가 떨어져 나간다면 이같은 일이 실제의 화산에서도 똑같이 일어날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실험이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번이 실물 암괴를 이용해 실험을 한 첫번째 경우란 점이다. 폭발 분열을 모의 실험한 이전의 시도들은 마그마를 안전하게 다룰 방법이 없는 탓에 마그마가 아닌 다른 물질을 이용했다. 기구들이 8백℃의 고온과 2백기압-그것도 엄청나게 빠르게 변화하는-을 견뎌야만 했기 때문이다.
두사람이 만든 장치는 서로 다른 금속을 이용해 강철챔버를 구성하고, 이들을 얇은 합금 금속막으로 나눈 것이다. 여기에 시료(마그마)를 맥주 깡통 크기의 챔버에 놓고, 기름 드럼 두개 크기의 큰 챔버를 폭발시켰다. 그리고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깊이를 기록하면서 연구자 두사람은 금속막을 파열하고 시료를 폭발시키는 압력을 조절할 수 있었다.
새로운 연구는 많은 수의 다른 화산들이 폭발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딩웰박사는 이 연구가 화산의 위험성을 다시 일깨우는데 일조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