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당신을 기다렸어요.”
관람객이 거대한 로봇 머리에게 인사를 건네자, 로봇은 느릿하게 화답한다. 이 로봇의 이름은 테미스. 그리스 신화 속 정의의 여신 이름을 땄다. ‘테미스, 버려진 AI’를 만든 노진아 작가는 조각과 뉴미디어를 결합한 인터랙티브 조각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인터랙티브 조각은 관람객과, 그리고 다른 작품과 대화하며 다양한 상황을 자아낸다.
작가는 테미스를 통해 AI를 이용한 의사결정 시스템에 의문을 던진다. 작품이 전시되는 내내 ‘정의의 여신’ 테미스는 관람객과의 대화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행동양식을 학습한다. 언젠가 테미스도 감정이 개입된 판단을 한다면, 그 판단을 정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 AI에게 정의로움을 위탁하는 인간의 게으름은 정당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