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미술*과학] 예술이 인간을 인간이 우주를 그리다

     (❋편집자 주:예술의 언어로 세상을 재창조하는 작가들은 오늘도 호기심 많은 눈으로 과학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들의 손에서 재탄생해 미술관 속에 들어앉은 과학을 연재를 통해 소개합니다.)

     

    위 이미지를 보고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떠올랐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이미지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비행센터에서 실제 지구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제작한 해류 지도다. 소용돌이치며 연결되고 끊어지는 해류의 흐름이 고흐의 그림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별무리와 닮았다.

     

    기호 ‘~’를 흔히 물결 표시라고 부른다. ‘흐른다’는 개념을 인류는 연결된 선으로 나타낸다. 이에 따라 밤하늘 빛의 흐름도, 바닷물의 흐름도 연결된 선이 되어 평면 위에 올라온다.

     

    책 ‘코스미그래픽’의 저자 마이클 벤슨은 서문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언어의 세계와 그림의 우주를 창조합니다. 언어와 그림으로 그것을 표현할 수 없다면 그것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겁니다.” 벤슨의 말처럼 언어와 그림으로 재창조된 우주의 모습을 코스미그래픽 속에 소개된 이미지를 통해 살펴보자.

     

    오래된 하늘의 조각들

    예술과 과학의 출발점은 같다. 세상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이다. 특히 하늘의 움직임은 농경과 제사 등을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였다. 아래 이미지는 기원전 2000~1600년 사이 제작된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다. 1999년 독일의 작센안할트 주에서 발견됐다.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에는 플레이아데스성단을 나타내는 일곱 개 별과 초승달, 그리고 보름달 또는 태양으로 해석되는 둥근 원이 그려져 있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휴대용 천문 지도로 꼽힌다.

     

    천문 연구는 동아시아 각국에서 절기를 계산하고 천재지변을 예측할 뿐 아니라 왕실의 권위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한국에선 조선 건국 직후인 1395년, 석판에 천문지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새겼다. 중국 한나라 무제 때 관측한 천체의 위치에 기반해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와 해달별의 변화, 그리고 별자리를 상세히 나타냈다.

     

    하늘에 대한 정보가 곧 권력이 된 건 비단 동아시아만의 일이 아니었다. 멕시코의 ‘아즈텍 태양석’은 이 돌이 제작된 1479년 아즈텍 인들에 태양이 얼마나 중요한 천체였는지 보여준다. 복잡한 상형문자의 뜻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달력이었다는 추측이나 아즈텍 우주관을 적어놓은 상징물이라는 추측 등이 교차하고 있다.

     

    인간이 그린 흑점, 슈퍼컴퓨터가 그린 흑점

    작열하는 태양처럼 보이는 위 이미지는 2009년 미국 국립대기연구소에서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나타낸 태양 흑점 주위 자기장의 시뮬레이션 이미지다.

     

    흑점은 대류가 이루어지지 않아 상대적으로 주변보다 온도가 낮은 태양 표면의 영역이다. 흑점 주위에 펼쳐진 자기장이 이글거리는 불꽃처럼 선명하다.

     

    연구팀은 흑점 주위의 자기장이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가로 약 5만 km, 세로 약 10만 km, 깊이 약 6000km의 ‘가상 태양’을 슈퍼컴퓨터에 구현헸다. 이때 활용한 슈퍼컴퓨터는 초당 76조 번의 계산을 수행할 수 있다. 당시 최신 기술을 총동원해 그린 이 흑점 시뮬레이션은 아직까지도 태양 흑점을 구현한 가장 방대한 3차원 모델로 꼽힌다.

     

    위 이미지는 국립대기연구소의 흑점 시뮬레이션이 공개되기 약 130여 년 전인 1881년 프랑스의 천문학자 에티엔 트루블로가 그린 태양 흑점이다. 쌍을 이루어 상호작용하는 흑점의 모습이 아주 세밀히 나타나 있다. 책 ‘코스미그래픽’의 저자 마이클 벤슨은 이 그림을 두고 “당시 기준에서만이 아니라 이후 1세기가 더 지날 때까지 태양 흑점을 묘사한 가장 세밀한 작품”이라고 평한다.

    인간이 그린 흑점, 인간이 만든 슈퍼컴퓨터가 그린 흑점을 비교해 살펴보자. 130년 사이 기술의 발전과,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태양에 대한 인간의 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잭슨 폴록의 우주배경복사, 김환기의 은하단

    오늘날 과학자들이 거대한 우주의 정보를 시각화한 이미지는 언뜻 현대 추상미술 작품과 닮았다. 왼쪽 페이지의 이미지는 각각 우주배경복사(왼쪽)와 지구를 중심으로 그린 우주거대구조(오른쪽)다. 가까이에서 살펴보자. 우주배경복사 이미지의 알록달록한 색채가 눈에 들어온다. 우주거대구조는 자세히 보면 군데군데 은하가 뭉쳐 있는 곳과 드문드문 분포하는 곳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두 이미지는 균일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미국의 화가 잭슨 폴록의 트레이드마크인 물감을 마구잡이로 뿌려 그린 작품을 보는 것 같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김환기는 말년에 사각 틀 안에 찍힌 점으로 이뤄진 추상 점화에 우주 삼라만상을 담았다. 그런 김환기의 화풍을 그대로 빼닮은 오른쪽 페이지의 이미지는 은하단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나타낸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다. 컴퓨터는 격자 프레임 하나하나에 해당하는 위치마다 은하단속 암흑물질과 주변 가스의 흐름을 계산해 색으로 정보를 표현했다.

     

    인류의 역사 내내 과학과 예술은 우주를 주제로 교차한다. 그렇게 탄생한 아름다운 교차점들을 더 감상하고 싶다면 책 ‘코스미그래픽’을 읽어보길. 옆 페이지의 이벤트에 참여해 책을 선물로 받아볼 수도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4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기자
    • 사진

      코스미그래픽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