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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우주의 본질을 밝히는 IBS 지하실험 연구단

“저희가 하는 연구는 우주의 기원을 찾는 아주 본질적인 것입니다.” 11월 6일, 대전 기초과학연구원(IBS) 본원에서 만난 김영덕 지하실험 연구단 단장은 ‘본질’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강조했다. 강원도 정선군 지하 1000m에 지어진 거대한 실험실 ‘예미랩’을 가장 중요하게 언급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김 단장은 “아직 인류가 완벽히 파악하지 못한 중성미자와 암흑물질을 연구하는 방법 중 하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검출기)에 드물게 남길 수 있는 현상을 발견하는 것”이라며 “그 실험을 위해 지하실험실이 꾸려졌다”고 설명했다.

 

현대 물리학의 가장 큰 질문 2가지

우주의 기원과 구조를 알기 위해서는 우주의 96%를 구성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IBS 지하실험 연구단은 중입자(윔프・WIMP)의 존재를 직접 검증하기 위해 1000m 아래에서 실험을 진행한다. 웜프는 암흑물질의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수천 m 고요 속에 검출기를 설치하고 우주에서 날아온 윔프가 여기에 부딪히는 시그널을 탐색하고 있다.

 

한편 중성미자도 중요한 연구 주제다. 중성미자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다. 하지만 발견된 지 60년이 지나는 동안 그 질량조차 정확히 측정하지 못했다. 우주를 가득 메운 중성미자는 광자 다음으로 그 숫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 탓에 일반적인 시설로는 검출할 수 없다. 특히 지상에서는 우주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우주 방사선이 대기와 부딪쳐 만들어 내는 뮤온 잡음 때문에 더욱 관찰하기 쉽지 않다. 태양 빛의 근원인 태양 핵융합의 산물, 태양중성미자도 일본과 캐나다의 지하실험실에서 관측됐다. 이를 통해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진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IBS 지하실험 연구단도 태양중성미자를 좀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검출기를 설치할 공동(空洞)을 예미랩에 마련했다. 또한 몰리브데넘(Mo)의 동위원소인 몰리브데넘-100으로 구성된 결정을 이용해 두 개의 전자가 방출되고 중성미자는 방출되지 않는 ‘중성미자 없는 이중베타붕괴’ 관측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김 단장은 “중성미자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면 우리는 빅뱅 직후 별과 은하가 어떻게 생성됐는지 알아내는 데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중성미자는 왜 중요할까

 

중성미자 실험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김 단장은 “지난 2년 동안 테스트해 왔던 저온 검출 장비가 드디어 내년 예미랩에서 작동을 시작한다”며 “이 장비로 ‘중성미자 없는 이중베타붕괴’를 더 높은 한계까지 탐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몰리브데넘-100의 이중베타붕괴는 예미랩 검출기에서 1초에 2개쯤 관측되겠지만, 중성미자 없는 이중베타붕괴는 1년에 고작 1~2번 미만일 것이다. 확률이 너무 낮은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단장은 중성미자 천문학을 개척한 공로로 2002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일본 물리학자 고시바 마사토시 교수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고시바 교수는 카미오칸데 검출기 성능을 개선한 후, 한 달 만에 우연히 초신성이 터져서 순간적으로 방출된 중성미자를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그렇게 큰 초신성 폭발은 없었죠.”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그러니 그 우연을 잡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중성미자와 암흑물질 시그널을 탐색하며 묵묵히 실험을 이어가는 이유다. 우주의 비밀에 닿기 위해 수천 m 어둠을 파고든 과학자들의 건투를 빈다.

202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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