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모(Aegagropila linnaei)’는 귀여운 모습 덕에 반려식물로 널리 사랑받는 담수성 녹조류다. 마리모의 동그란 모양은 자생지인 일본 홋카이도 아칸호의 파도가 만든다. 바람에 의해 파도가 일면 마리모가 여기에 따라 호수 바닥을 구르면서 경단처럼 동그래지는 식이다. 그런데 아칸호의 마리모가 기후변화 탓에 야위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나카야마 케이스케 일본 고베대 도시공학과 교수팀은 최대 지름 20cm에 이르는 아칸호의 대형 마리모가 성장하는 속도와 분해되는 속도를 연구했다. 그 결과, 수온이 높아질수록 마리모의 분해 속도가 성장 속도보다 더 빨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아칸호의 대형 마리모들은 점차 무게가 가벼워진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현재 마리모의 반지름은 1980년대에 비해 평균 약 1cm 줄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 결과는 10월 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 티픽 리포트’에 발표됐다. doi: 10.1038/s41598-023-43792-6
연구팀은 속이 빈 구 모양인 마리모의 생장을 연구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분석법을 활용했다. MRI를 이용해 마리모 내부 구조를 촬영하고, 마리모의 속이 얼마나 차 있는지 재는 식이다. 연구팀은 어두운 환경에서 마리모를 289일간 키우며 마리모가 분해되는 속도를 측정했다. 마리모는 수온이 높을수록 더 빨리 분해됐고, 마리모의 속은 더 많이 비었다.
연구팀은 수온에 따른 마리모의 분해 속도 데이터를 아칸호의 수온 변화에 적용했다. 그 결과 연간 수온 누적량(한 해간 일평균 수온을 모두 더한 값)이 1250℃일이었던 1988년, 마리모의 분해 속도는 한 해에 6.1kg/m3였던 반면, 연간 수온 누적량이 1609℃일이었던 2012년부터 2019년 사이에는 마리모의 분해 속도가 한 해에 7.88kg/m3에 이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케이스케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아칸호의 수온이 계속 상승한다면 대형 마리모 군락은 멸종할 것”이라며 “기후위기에 직면한 대형 마리모 군락을 지키기 위해선 아칸호로 흐르는 강물 흐름을 저온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