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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터뷰] 올해 엘니뇨? 전기요금 폭탄? 당신의 여름은 안녕하십니까

‘그 계절’이 다가온다. 때론 시간당 100mm가 넘는 물 폭탄을 뿌리고(2022년), 때론 31일 연속 폭염을 선사하는(2018년) 여름 말이다. 2023년 여름도 만만치 않다. 5월 중순에 이미 한낮의 기온이 30℃를 돌파했고,엘니뇨 발생까지 예고됐다. 얼마나 더울지, 각 가정의 전기 요금은 안녕할지 예측해 봤다.

 

올여름, 엘니뇨 온다

 

5월 1일, 기상청은 5~7월에 엘니뇨가 발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발표했다. 두 달 전인 3월에는 엘니뇨가 6~8월 중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열대 남동태평양의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한 달 정도 앞당겨졌다는 설명이다.

 

엘니뇨가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는 예측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 기상청을 포함해 영국, 중국, 호주 기상청 등 전 세계 16개 기관이 참여하는 기상학 전문기구인 세계기상기구(WMO)는 5월 3일 기준, 엘니뇨가 5~7월 발달할 가능성을 약 60%로 전망했다.

 

여기에 더해, 보다 강력한 엘니뇨를 뜻하는 ‘슈퍼 엘니뇨’를 예고한 연구자도 있다. 딥러닝 기반 엘니뇨 예측 모델을 개발해 2019년 9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한 함유근 전남대 해양학과 교수는 “라니냐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3년 동안 지속돼 열대 해수가 열을 축적하는 시간이 길었다”며 “이 기간 동안 100~200m 깊이의 해수가 계속 데워지며 강한 엘니뇨가 발달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2021년 두 달 정도 잠시 중립을 보이긴 했지만, 2020년부터 2023년 1월까지 햇수로 무려 3년 동안 라니냐 상태였던 건 20세기 이래 처음이다. 지난 4월 중국의 천연자원부 제2해양학연구소의 타오 리엔 교수팀도 올 연말에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 결과를 국제학술지 ‘오션-랜드-앳모스피어 리서치’에 발표했다. doi: 10.34133/olar.0011

 

올여름 폭염 어때?

 

그렇다면 엘니뇨 발달기인 올여름의 날씨는 어떨까. 2023년 시작과 함께 ‘엘니뇨가 올여름 날씨에 큰 영향을 줄 것’이란 언론 보도는 계속됐다. 지난 1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하반기 엘니뇨 발생으로 전례 없는 폭염이 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엘니뇨가 한국에 폭염을 가져올 가능성은 낮다. 기상청이 2017년 발간한 ‘엘니뇨 백서’에 따르면 통계상 엘니뇨 시기의 한국 여름철(7월 중순~8월 중순) 기온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오히려 평년보다 낮았다. 엘니뇨 시기 여름철 한반도의 강수는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강수일수가 증가하면서 태양 일사량이 감소해 기온이 낮아지는 것이다.

 

다만 날씨에는 여러 기후감시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임교순 기상청 기후예측과 사무관은 “엘니뇨도 여러 기후인자 중 하나일 뿐”이라며 “다른 기후감시요소를 함께 고려해 기온을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기후감시요소에는 해수면 온도가 변하는 엘니뇨라니냐뿐 아니라 기압계, 북극해빙, 북극진동 등이 있다. 실례로 역대급 폭염이라고 평가받는 1994년과 2018년 중 1994년은 엘니뇨가 발생한 해였다. 엘니뇨가 발생할 때 한국 여름철 기온이 통상 낮았다고 해서 수식처럼 딱 떨어지는 결괏값은 아닌 거다.

 

그렇다면 과거 폭염 기록을 갈아치웠던 1994년, 2018년과 올여름을 비교하면 어떨까. 기상청에 따르면 당시 폭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은 티벳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었다. 이들이 한반도에 오래 머물면서 덥고 습한 공기가 많이 유입된 탓에 심한 폭염이 오래 이어졌다. 임 사무관은 “북태평양 고기압 등 기후인자를 종합적으로 봤을 때 올해도 덥긴 하겠지만, 2018년 폭염 정도는 아닐 것”으로 예측했다. 이재정 케이웨더 예보팀장 역시 “올해는 북쪽에서 상대적으로 찬 공기가 주기적으로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최근 몇 년을 되돌아보면 폭염을 동반하지 않은 여름이 없었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때문에 한국의 여름은 더 길어지고, 기온도 더 올라가는 추세다. 기상청은 2021년 3월, 최근 30년 동안(1991~2020년)의 기온과 강수량 등을 평균한 새로운 기후평년값을 발표했다. 새로운 기후평년값은 이전에 비해 폭염일수가 1.7일 증가한 11.8일이었고, 열대야 일수는 1.9일 증가한 7.2일이었다. 새로운 기후평년값에 따르면 여름은 4일 길어졌고 연평균 기온은 12.8℃로 이전 기후평년값보다 0.3℃ 상승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여름도 엘니뇨와 관계없이 더울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은 5월 23일 3개월 기상전망에서 6~8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라고 예측했다. 이는 올여름이 평년보다 상대적으로 덥지 않을 확률은 20%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임 사무관은 “여름철 폭염은 언제든지 발생될 수 있다”며 “기후감시요소 변화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올여름 비는 어때?

 

이제 여름철 불쾌지수의 주범 ‘강수’로 눈을 돌려본다. 강수는 크게 ‘강수량’과 ‘강수 강도’ 두 가지 측면을 살핀다. 올여름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엘니뇨 백서에 따르면 한국 엘니뇨 발달 시기의 여름철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은 경향이 있다. 이유가 뭘까.

 

평소 적도에는 지구 자전(서->;동)의 영향으로 맞바람처럼 생기는 무역풍(동->;서)이 분다. 이 무역풍으로 열대 동태평양 표층의 데워진 바닷물이 서태평양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간혹 이 무역풍이 약해지는 시기가 있다. 엘니뇨 시기다. 엘니뇨 시기에는 해수면 온도가 높은 열대 중동태평양에 상승기류(저기압)가 형성된다. 대기는 따뜻해질수록 위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열대 서태평양은 상대적으로 하강기류(고기압)를 띤다.

 

이때 엘니뇨 발생 시기 등에 따라 중위도권인 한국에 엘니뇨가 미치는 영향은 달라진다. 기상청은 5월 23일 발표한 3개월 기상전망에서 7월에 남풍이 들어와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한국의 경우 열대 중태평양에서 동아시아 지역으로 저기압성 순환과 고기압성 순환이 번갈아 발생하며 대기에 파동이 생긴다. 이에 따라 동아시아 지역에 저기압성 순환이 강화되고 남쪽에서 많은 양의 수증기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인공지능(AI) 딥러닝 기반 날씨 예측 서비스는 7~8월에 거의 매일 비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기자가 6월 7일 예측 서비스에 접속해 보니 7월에 비가 올 날을 28일, 8월에 비가 올 날을 29일로 각각 예측하고 있었다. 다만 해당 서비스는 비공식 예보다.

 

관건은 강수 강도다. 임 사무관은 “엘니뇨와 별개로 과거에 비해 최근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비가 쏟아지는 추세”라며 “같은 강수량이라 해도 짧은 시간 동안 한 번에 내리면 피해가 커진다”고 강조했다. ‘국지성 호우’와 같은 극단적인 강수 현상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 등으로 이어진다. 실례로 2022년 8월, 서울에 15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고, 서울 동작구에는 이틀 동안 시간당 141.5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 비로 신림동 반지하주택이 침수되고 맨홀 뚜껑이 열려 추락 사고가 발생하는 등 13명이 사망했다.

 

올여름 역시 극단적인 강수 현상에서 자유롭지 않다. 게다가 올해는 강한 태풍이 북상할 가능성도 크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 태풍이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도 많기 때문이다. 이 케이웨더 예보팀장은 “북상 방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기후변화로 전체적인 태풍 강도가 강해지는 추세”라며 “지금으로서는 2~3개 정도 가능성이 있어 보이고, 10월 초까지 강한 태풍은 언제든지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엘니뇨 : 동에서 서로 부는 무역풍이 약해지며 열대 동태평양과 중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 보통 2~7년 간격으로 불규칙하게 발생하고 약 1년 정도 지속된다. 한국은 엘니뇨 감시구역에서의 3개월 평균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이상 높은 상태로 5개월 이상 지속되면 엘니뇨가 발생했다고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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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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