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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래서 이과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어봤습니다 (1)

 

‘네, 그래서 이과가 일해봤습니다’ 코너가 연재된 지도 어느덧 1년이 됐습니다. 어떤 도전과제도 척척 해내는 모습에 신뢰가 간 걸까요(뻔뻔). 지난 한 해간 아이템을 제보해주신 분이 많았습니다. 먼저 육아 기계를 만들어달라는 편집장의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요청이 있었고요. 이동화 독자는 전자레인지처럼 급속도로 음식을 냉각시켜주는 기계는 없을지 궁금해하셨습니다. 모두 감사한 소재죠.

 

새해를 맞아 초심을 다잡는 의미로 제보받은 아이템 중 하나를 시행해보고자 합니다. 최연우 독자의 아이템인데요, 보자마자 ‘올 것이 왔다’ 싶었습니다. 언젠가 꼭 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던 아이템이거든요.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이란 질문,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워낙 유명한 문제라 해법도 이미 다양하게 제시돼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됩니다. “대학원생에게 시킨다”는 교수 버전 해결책이 있는가 하면 “냉장고 외부 공간을 ‘안’이라고 정의한다”는 의미론적 해결책도 있습니다. 코끼리를 블랙홀 안에 던져넣어 한 점(특이점)으로 수축하게 만든 다음, 이 특이점을 냉장고에 넣는 방법도 있겠네요. 역시 이과생들, 재밌는 문제에 우르르 달려드는 모습이 사랑스럽지 않습니까. 여기에 과학동아가 빠질 순 없죠. 네, 그래서 이과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어보겠습니다.

 

방법 1   냉장고가 커지거나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과정은 과학이 이뤄지는 과정과 무척 닮았습니다. 우리가 과학적 방법이라고 여기는 활동은 대부분 가설을 설정한 다음 이를 검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방법을 제시한 다음, 이 방법이 잘 먹히는지 검증해야 하죠.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을 가설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런데 검증한 결과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호라, 아무도 밟지 않은 흰 눈밭이로군요. 마치 과학동아가 검증하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네요.

 

검증을 해보려면 실현 가능한 가설을 설정해야 하겠습니다. 블랙홀은 사용금지입니다. 코끼리가 냉장고를 먹게 한 다음 양말처럼 안팎을 뒤집겠다는 위상수학적 접근도 금지입니다. 그럼 떠올릴 수 있는 가설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냉장고가 커지거나, 코끼리가 작아지거나요.

 

냉장고란 뭘까요. 2021년 전국 겨울 평균기온은 0.3℃로 약 3℃인 냉장실 온도보다 낮았습니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동물원에 있던 코끼리를 잠시 실외로 내쫓는다면 그걸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었다고 해도 될까요? 표준국어대사전을 살펴보면 냉장고는 “식품이나 약품 따위를 차게 하거나 부패하지 않도록 저온에서 보관하기 위한 상자 모양의 장치. 저장실과 냉각장치로 이루어지며 얼음, 전기, 가스 따위를 이용하여 냉각한다”고 적혀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를 만족하면서도 코끼리를 넣을 만큼 큰 냉장고를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석빙고는 어떨까요. 조선시대에 겨울철 채집했던 얼음을 여름까지 보관하기 위해 만들었던 냉동창고죠. 경주 석빙고의 경우 길이 18.8m, 높이 4.97m, 너비 5.94m로 코끼리를 넣기 충분할 겁니다.

 

석빙고가 아무래도 문화유산이니 부담스럽다면, 멀리 갈 것도 없이 코끼리가 들어갈 수 있을만큼 큰 냉동창고를 찾으면 됩니다. 가로 40m, 세로 40m, 높이 24m인 냉동창고가 인터넷에서 약 990만 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네요.

 

방법 2   코끼리가 작아지거나

 

코끼리과에 속하는 종은 무척 다양합니다. 아프리카코끼리는 어깨높이가 약 4m, 몸길이는 약 7.5m로 육상동물 중에서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합니다. 가장 작은 건 보르네오코끼리입니다. 다 자라도 어깨높이가 2~3m 정도거든요.

 

갓 태어난 아시아코끼리의 경우 체중 80kg, 어깨높이 70cm 정도로 아주 작습니다. 하지만 갓 태어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건 아무래도 연구윤리에 어긋나겠죠. 사실 보르네오코끼리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니 보르네오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면 안 되겠습니다.

 

이미 얼어버린 코끼리를 넣는 거라면 문제없죠. 2022년 6월 캐나다 유콘 준주 클론다이크 지역의 한 금광에서 온전한 모습의 아기 매머드가 꽁꽁 언 채 발견됐습니다. 이 매머드에 큰 아기 동물이란 뜻의 ‘눈 초 가’란 이름도 붙었죠.

 

눈 초 가의 몸길이는 140cm 정도로 생후 30~35일 정도에 죽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140cm 정도면 가정용 대형냉장고에도 거뜬히 들어갈 크기입니다. 냉장고에 코끼리 넣기, 생각보다 쉽겠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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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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