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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5살 크리스마스 아침을 여전히 기억합니다. 마침 전날 밤에 눈이 내렸죠. 처음 맞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신이 나서 맨발로 마당을 뛰어다닌 기억이 생생합니다. 산타할아버지가 두고 가셨다며 부모님이 안겨주신 장난감의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도요.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포근해지는 소중한 추억입니다. 특별한 날의 기억은 오래 남죠. 기념할 날이 많은 12월을 빛낼 실험을 준비했습니다. 이른바 ‘구슬 칵테일’입니다.

알긴산나트륨이란 화학물질을 사용할 겁니다. 이름이 낯설긴 하지만 사실 무척 친숙한 화학물질이에요. 다시마나 미역과 같은 해초에서 추출하는데, 마요네즈, 로션 등 물질의 점도를 높이기 위해 첨가하죠. 컵에 과일 시럽 40mL와 따뜻한 물 40mL를 넣습니다. 그리고 알긴산나트륨을 1.5g 넣고 덩어리가 남지 않을 때까지 저어 줍니다. 그다음 다른 컵에 뜨거운 물 80mL와 젖산칼슘 5g을 넣고 잘 저어 주세요. 이제 알긴산나트륨 용액을 스포이트로 빨아들인 다음 젖산칼슘 용액에 한방울씩 천천히 떨어뜨리면 됩니다. 알긴산나트륨 용액이 젖산 칼슘 용액에 닿자마자 굳어 말랑한 젤리가 되죠. 이걸 건져낸 다음 원하는 음료에 넣어 마시면 구슬 칵테일 완성입니다. 알긴산나트륨 용액은 떨어뜨리는 모양 그대로 굳으니, 동그란 방울 말고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알록달록한 색에 달콤한 맛까지, 소꿉장난 같은 이 실험은 사실 무척 유명한 화학반응을 이용한 겁니다. ‘고분자 가교 반응’입니다. 말 그대로 고분자 사이에 다리(가교)를 놓죠. 알긴산나트륨의 분자는 크리스마스트리에 거는 줄 전구처럼 생겼습니다. 블록 역할을 하는 작은 분자 여러 개가 줄지어 형성된 이런 큰 분자를 ‘고분자’라고 부릅니다.

젖산칼슘 용액 속 칼슘이온은 줄 전구의 각 가닥을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양전하인 칼슘이온이 음전하인 알긴산나트륨의 산소 원자를 잡아당겨 연결하면 알긴산나트륨이 그물처럼 서로 연결돼 단단해집니다. 겉은 살짝 굳어있는데, 깨물면 안의 액체가 톡 터지는 젤리를 드셔보신 적 있나요? 알긴산나트륨의 고분자 가교 반응을 이용해 만든 겁니다.

서로 연결하면 단단해진다니, 소중한 사람들과 모일 일이 많은 연말연시에 특히 와닿네요. 구슬 칵테일을 마시며 분자처럼 손에 손잡고 인사를 나눠도 좋겠습니다.

“올 한해도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2022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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