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샛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 10cm인 1U(유닛)을 기준으로 3U, 6U 등 다양한 크기로 확장할 수 있는 초소형 위성을 말합니다. 초창기 큐브샛은 인공위성 부품을 검증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또 ‘우주인재양성’이라는 교육적 목적으로 큐브샛 제작이 이뤄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최근에는 전자장비가 소형화되면서 큐브샛만으로도 지구관측이나 통신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큐브샛은 우주에서 오랜기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태양광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우주에서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큐브샛의 임무가 고도화되면서 필요한 전력량이 늘고, 태양전지판의 크기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사체에 실을 때는 태양전지판을 접어뒀다가 우주에서 사출되면 펼치는(전개)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진동을 극복해야 합니다. 발사체의 진동이 심해지면 태양전지판에 동적 변위가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태양전지판의 중요 부품 중 하나인 태양전지셀이 부서지고,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위성을 설계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양면테이프로 보강재 쌓아 가볍고 작게 만든다
세계적으로 전개형 태양전지판의 동적 변위를 줄이기 위한 연구가 한창입니다. 주로 태양전지판 뒷면에 금속 보강재를 붙이거나, 태양전지판 자체를 금속으로 만드는 방식 등이 활용되죠. 하지만 이렇게 되면 질량과 두께가 크게 늘어납니다. 또 금속 보강재를 붙이기 위해 체결장치를 사용하면 태양전지셀의 부착면적이 줄어들어 전력 생산량도 적어지게 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논문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를 제시합니다. 바로 양면테이프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점탄성 양면테이프로 태양전지판 뒷면에 플라스틱 소재의 보강재를 붙였습니다. 플라스틱 보강재를 여러 층으로 쌓고, 접었다가 펼 수도 있는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점탄성이란 고무처럼 점성과 탄성을 동시에 나타내는 성질을 말합니다. 충격과 진동 같은 외부의 힘을 흡수하거나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스탭큐브랩-2(STEP Cube Lab-II)’에 적용됐습니다. 스탭큐브랩-2는 조선대 연구팀과 항공우주 분야 기업들이 모여 개발한 6U 규격의 큐브샛입니다. 2022년 6월 누리호에 탑재돼 발사와 상태정보 수신에 성공했죠. 이 큐브샛의 임무는 백두산 천지 관측, 산불 탐지 등 지구관측입니다. 큐브샛에는 전자광학, 장적외선, 중적외선 카메라, 영상 압축 및 송신 모듈 등 5개의 주 탑재체가 있습니다. 많은 탑재체를 적용한 만큼 필요한 전력량도 많습니다. 임무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태양전지판을 개발한 결과가 논문에 쓰여있습니다.
연구팀은 태양전지판 뒷면에 보강재 5장을 점탄성 양면테이프로 붙였습니다. 발사체에 실려 발사되는 동안의 진동과 충격은 테이프와 보강재 사이의 마찰력의 형태로 분산되며 줄어들게 됩니다. 플라스틱 소재의 얇은 보강재는 질량과 두께가 크지 않고, 양면테이프로 붙여 태양전지판의 면적 손실을 줄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태양전지판의 전력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태양전지판을 전개하는 방식도 바꿨습니다. 위성이 목적 궤도에 도착하면 접혀있던 태양전지판을 고정하는 와이어를 절단합니다. 여기에 접촉만으로도 전기적 인터페이스로 사용할 수 있는 포고핀까지 적용했습니다. 포고핀 내부에는 스프링이 있어 접촉 위치가 약간 변하더라도 전기 연결이 끊어지지 않도록 합니다.
우주로 나가기 전 거쳐야 하는 관문들
과연 이런 설계가 얼마나 효과적일까요. 새로운 태양전지판을 단 스텝큐브랩-2가 임무를 온전히 수행할 수 있을까요.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실험이 필요합니다.
태양전지판 모듈의 인증모델을 만들어 기본특성시험을 수행했습니다. 인증모델에 망치를 두드려 고유진동수와 감쇠비를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적층형 구조를 적용한 태양전지판과 일반적인 태양전지판을 비교한 결과 적층형 구조 적용 시 고유진동수는 1.3배, 감쇠비는 3.9배 증가했습니다. 외부 환경의 진동이 더 적게 전달된다는 의미입니다.
전개형 태양전지판에서 가장 중요한 전개기능은 반복시험과 환경시험으로 진행했습니다. 환경시험에는 발사진동 환경에서의 응답특성을 측정하는 진동시험과 궤도환경에서의 기능 검증을 위한 열진공시험, 방사능시험이 있습니다.
진동시험 결과 적층형 구조를 적용하면 진동에 의한 동적 변위가 일반 태양전지판보다 4.3배 줄었고, 구조적인 손상도 없었습니다. 영하 20℃ 온도의 진공환경에서 진행한 열진공시험에서는 전개기능을 측정했습니다. 낮은 온도로 인해 와이어를 녹이는 열이 충분치 않아 전개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전개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구속분리장치의 방사능시험 결과에서도 전기적 손상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한 번의 비행 뒤엔 수많은 노력이 있다
지금까지 6U 규격의 큐브위성, 스텝큐브랩-2에 적용하기 위해 새로운 태양전지판을 개발한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이제 실제 우주에서 이 방식을 적용하는 데 성공한다면, 더 가볍고 작은 위성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발사체에 실을 수 있는 위성의 질량과 크기는 정해져 있습니다. 때문에 탑재체를 경량화, 소형화할 수 있다면 한 번에 실어나를 수 있는 위성의 수도 늘어납니다. 한 번의 발사로도 더 어렵고, 많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겠죠. 이뿐만 아니라 같은 탑재체를 두 개 장착해 하나의 탑재체가 고장날 경우 다른 탑재체로 대체해 운용할 수 있습니다. 위성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이 논문은 위성 탑재체 중 하나인 태양전지판의 전체 개발과정과 도출된 결과자료들의 분석내용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또 태양전지판 하나를 위성에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나면, 전체 위성 시스템 개발에는 얼마나 많은 연구와 검증이 필요한지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런 기술적 논문들이 널리 알려진다면, 항공우주공학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큰 발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한국의 우주산업을 더욱 부흥시켜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필자소개.
최재섭. 조선대 스마트이동체융합시스템공학부에서 석사과정에 재학하고 있다. 위성체의 구조 설계와 분석 연구를 하고 있다. 누리호에 탑재된 큐브샛인 스탭큐브랩-2의 개발에도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