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겨울방학을 이용해 이찬진 등 서울대생 4명이 만든 한글 워드프로세서. PC 사용자라면 누구나 즐겨쓰는 이 프로그램은 「한글과 컴퓨터」에서 개정판을 계속내 현재 1.51판까지 나와 있다.
한글 워드프로세서 한글은 89년 4월 세상에 처음 선을 보인 이후 몇번의 개정을 거쳐 현재는 1.51판까지 나와있다. 보통은 회사가 설립되고나서 소프트웨어가 나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글은 소프트웨어가 나온 지 1년반이 지난 90년 11월에 (주)한글과 컴퓨터라는 이름으로 제작자들에 의해 회사가 설립됐다.
한글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그 자체에 한글 처리 기능이 내장돼 있기 때문에, 특정한 한글카드나 한글 도스, 한글 프린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컴퓨터와 프린터에서 기본적인 몇가지 사항만 충족되면 한글을 사용할 수 있으며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한글 코드와 같은 복잡한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문서를 작성하게 해주는 편안한 환경을 제공한다.
한글은 다양한 문자를 제공한다. 다른 워드프로세서에서도 제공하는 한글 한자 영문 일본어는 물론 프랑스 독일 러시아 스페인 이탈리아 등 여러나라의 문자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각종 도형 문자와 수학 기호, 발음 기호, 그리스 문자, 라틴 문자 등을 지원하기 때문에 아주 특수한 전문분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에 큰 부족함없이 사용할 수 있다. 또 사용자가 직접 문자를 만들어 등록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한글은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글자꼴을 골라 쓸 수 있도록 다양한 글자꼴을 제공한다. 한글의 경우에는 명조 고딕 샘물 필기체의 4가지 글자꼴이 준비되어 있는데, 특히 필기체는 마치 손으로 쓴 글자 모양과 비슷해 기계로 인쇄한 딱딱한 글자꼴에 싫증을 느낀 분들이 즐겨 사용하고 있다. 영문의 경우에는 명조 고딕 윗첨자 아래첨자 이탤릭 필기체 타임즈 유니버스의 8가지 다양한 글자꼴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일본어도 명조와 고딕 두가지로 사용할 수 있다.
마치 인쇄소에서 문서를 인쇄할 때 조판 작업을 하는 것과 같이 인쇄 형식을 잡는 조판 기능으로는 머리말 꼬리말 각주 그림삽입기능 등이 있다. 머리말과 꼬리말은 각 페이지 상단이나 하단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내용을 지정하는 것으로서, 문서의 형식을 맞추는 데는 기본적인 기능이다. 각주 기능은 학술 논문과 같이 각주가 많이 쓰이는 분야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서 번호가 자동으로 매겨지면서 각주 내용이 적절한 자리에 배치되므로 논문 작성에 편리하다. 그림삽입 기능은 문서의 중간에 사진이나 그림을 삽입해 인쇄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하여, 여기에 사용되는 사진이나 그림은 미리 컴퓨터 자료 파일로 준비돼 있어야 한다.
한글 2.0판 준비중
아직도 많은 워드프로세서들이 화면에 나타나는 모양과 프린터에 실제 인쇄되는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문서를 편집하면서도 늘 인쇄 결과를 짐작하면서 작업을 해야 하는 반면, 한글은 화면에 보이는 모양이 그대로 프린터에 인쇄되는 위지위그(WYSIWYG, What You See Is What You Get)라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한 경우에는 프린터에 인쇄될 모양과 화면에 나타나는 모양이 약간 다른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화면 인쇄 명령을 내리면 화면으로 인쇄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종이에 실제 찍어보지 않고도 그 내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굵직한 기능 외에 문서편집을 도와주는 기능으로는 반복되는 여러개의 키 동작을 기록해 두었다가 약속된 키 하나만 누르면 그대로 다시 입력되는 매크로기능, 자주 쓰이는 문구를 등록해 두었다가 다음에 또 쓸 때는 첫글자만 치면 나머지 내용이 자동으로 입력되는 상용구 기능이 있다. 또 작성한 문서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문서를 저장할 때 암호를 걸 수 있는데, 나중에 그 문서 내용을 보려면 반드시 암호를 입력해야 한다. 그런데 가끔 이 암호를 잊어버린 사용자가 디스켓을 들고 찾아오는 웃지 못할 일도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한글 1.51판은 발표된 지 약1년이 지났다. 독자들이 이 글을 읽고 있을 때쯤이면 새 개정판인 한글 1.52판이 발표되어 있을 것이다. 한글 1.52판은 기존의 한글 1.51판에 아기자기한 몇가지 기능을 더하고 문제점을 보강한 것이다. 판 번호가 0.01 올라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사용자들이 기대했던 굵직한 기능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러한 고급 기능들은 현재 내부적으로 준비중에 있는 한글 2.0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글 2.0판에 준비중인 기능 가운데 중요한 것을 몇개 뽑아 보면, 자유로운 문자 크기 조절, 다단 편집, 완벽한 위지위그 등이 있다. 현재는 네가지 크기의 문자만을 쓸 수 있는데 한글 2.0판에서는 문자의 크기를 마음대로 확대 축소할 수 있게 된다. 다단 편집은 말 그대로 문서를 다단으로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문자 크기가 가변적이고 다단편집이 가능하게 되면 종이에 인쇄될 모양을 짐작하면서 편집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인쇄될 형태가 그대로 화면에 나타나면서 문서를 편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의 한글 1.51판도 기본적인 위지위그 기능은 지원하고 있지만, 한글 2.0판에 가서는 문자건 그림이건 인쇄될 모든 내용이 그대로 화면에 나타나는 진정한 위지위그 기능이 지원될 것이다.
한글 2.0판의 특성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워드프로세서라는 글을 편집하는 도구의 편리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최대한 출판시스템의 기능을 도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