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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기후위기에 잠긴 도시 ② 우린 이걸 ‘기후위기’라 부르기로 했다

 

빗물 터널을 짓든, 분산 저장 시설을 만들든, 다음 홍수에 단단히 대비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기후위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가 “기후위기 때문에 이번 같은 홍수가 더 잦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기후위기 의심론자는 아니지만, 궁금하긴 하다. 홍수나 가뭄이 날 때마다 ‘이게 다 기후위기 때문’이라는 말의 근거가 뭔지.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2021년 발간한 제6차 평가보고서를 찾아봤다. 그곳에 그려진 벌집 모양의 세계 지도(왼쪽)가 답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 지도는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기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폭염과 폭우가 얼마나 늘었는지 보여준다. 또 폭염과 폭우 증가에 사람의 활동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도 나타낸다.

 
폭염 지도부터 살펴보면, 45개 지역 중 41개 지역이 붉은색을 띤다. 붉은 지역은 1950년대 이후 폭염이 잦아진 곳이다. 이렇게 폭염이 잦아진 데에 기후변화의 영향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까만 점)도 ‘기후변화 탓’이라고 말해준다. 


까만 점은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 정도를 뜻한다. 점이 많을수록 영향이 확실한 지역인데, 붉은색 지역 대부분에 점이 세 개씩 찍혀 있다.


한편 폭우는 패턴이 다르다. 북반구 중위도와 고위도 지역이 특히 폭우 빈도가 높아졌다. 45개 지역 중 19개 지역에 해당한다. 온실가스의 영향도 적은 편이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 때문에 폭우가 잦아졌다는 데엔 어느 정도 동의한다. 초록색으로 표시된 지역에 까만 점이 하나씩 찍혀 있는 이유다.


민승기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폭염은 공간적으로 더 큰 스케일에서 생기기 때문에 기후모델로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쉽지만, 강수는 훨씬 좁은 지역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상관관계 분석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대신 민 교수는 “극심한 가뭄이나 폭우가 잦아지자, 2003년부터 과학자들이 개별 사건이 기후변화 때문인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게 ‘극한 현상 원인 규명(Event attribution)’이라는 연구 분야다. 극한 현상 원인 규명은 기후변화 연구 분야 중 하나로, 폭우나 가뭄 같은 하나의 현상에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쳤는지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분야다.

온실가스 늘면 폭염-장마 증가

 

이번 폭우는 아직 극한 현상 원인 규명 방식으로 연구한 결과가 없다. 하지만 2020년 여름의 폭염과 장마를 분석한 결과는 있다. 2020년 여름엔 6월에 폭염이 왔다가 뒤이어 7~8월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가 이어졌다. 민 교수는 2020년의 폭염-장마 현상이 기후변화 때문인지 살펴봤다. 연구팀은 기후모델 실험에서 온실가스가 늘어날 때, 사람의 활동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등을 비교해 2020년 여름 같은 폭염-장마가 일어날 확률이 얼마인지 계산했다. 그 결과 온실가스가 늘어날 때 2020년 여름 같은 폭염-장마가 생길 확률이 높단 사실을 알아냈다. 민 교수는 “최근 폭우가 기후변화 때문에 잦아지고 있다는 극한 현상 원인 규명 결과들이 꽤 나오고 있다”며 “데이터가 더 많아지고, 기후모델의 해상도가 높아지면 분명 폭우와 기후변화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거란 결론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폭우 더 많아진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했을 때 폭우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6월 기상청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는 고탄소 시나리오일 때와 저탄소 시나리오일 때 21세기 극한 강수량이 어떻게 바뀌는지 분석해 발표했다. 고탄소 시나리오(SSP5-8.5)는 지금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탄소를 배출했을 때를 뜻하고, 저탄소 시나리오(SSP1-2.6)는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했을 때를 나타낸다.


두 시나리오의 차이는 뚜렷했다. 고탄소 시나리오에선 60년 뒤쯤 전국 평균 극한 강수량이 지금보다 53% 늘고, 저탄소 시나리오에선 증가량이 29%에 그쳤다. 여기서 분석한 극한 강수량은 100년에 한 번 올 법한 극한 강수량을 뜻한다. ‘100년 재현 빈도 극한 강수량’이라고도 하는 이 수치는 지금 일 강수량 187.1~318.4mm 수준인데, 고탄소 시나리오에선 60년 뒤 70.8~311.8mm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또 찾아올지 모를 물난리에 단단히 대비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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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과학동아 정보

  • 신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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