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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래서 이과가 힐링팩터를 만들어봤습니다

7월호 이과 일해라 코너는 납량특집으로 유혈이 낭자한 이야기를 할 겁니다. 임산부와 노약자는 마음의 준비를 해 주세요. 때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일요일 오후였습니다. 한창 저녁을 준비하던 중이었죠. 채칼을 꺼내 양배추를 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엌에는 외마디 비명이 울려 퍼졌습니다. 양배추를 썰어야 했는데, 대신 손가락을 썬 겁니다. 피를 뚝뚝 흘리며 빗속을 헤쳐 근처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큰 상처는 아니었습니다. 오른쪽 새끼손가락 끄트머리 살점이 조금 떨어져 나간 정도였죠.
독화살을 맞은 관우가 뼈를 긁어내는 대수술 중에도 신음 한 번 내지 않고 바둑을 뒀다는 이야기를 아십니까. 의사 선생님이 상처를 소독하실 때, 기자는 관우가 떠올랐습니다. 엄청 아팠거든요. 그다음엔 데드풀이란 마블 영화 주인공이 생각났습니다. 어떤 상처도 금방 낫는 능력 ‘힐링팩터’가 있는 캐릭터죠. 살짝 화도 났습니다. 이과는 그동안 뭘 했길래 아직 힐링팩터 하나 개발을 못 했나 싶었죠. 그러다 ‘잠깐만, 이거 기사 아이템 각이잖아?’란 생각이 들자 화가 사르르 풀렸습니다.

 

1단 가지고 있는 걸 활용하자   
우린 그걸 치유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힐링팩터라고 거창하게 말하긴 했지만, 신체 일부를 재생하는 건 우리가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조금 오래 걸릴 뿐이죠. 상처 치유 과정은 크게 지혈, 염증, 증식, 성숙의 네 단계로 나뉩니다. 지혈단계에선 주변 혈관들이 수축하며, 혈액 속 혈소판이 피를 굳혀 상처를 덮습니다. 그다음 염증단계에선 면역계가 세균이나 오염물질을 제거합니다. 이제 새살이 돋을 차례입니다. 피부 세포가 열심히 증식해서 상처 부위를 채웁니다. 마지막으로 흉터의 붉은 기가 사라지며 피부가 점차 안정되는 성숙단계가 있습니다. 기자가 지금 이 단계죠.
그런데, 상처 치유를 넘어 신체 일부가 잘려나갔을 때도 온전히 재생할 수 있는 생물이 있습니다. 바로 도롱뇽입니다. 꼬리, 다리, 심장, 눈까지도 재생할 수 있죠. 도롱뇽이 가지고 있는 힐링팩터는 ‘세포외 신호조절인산화효소(ERK)’입니다. 활성화된 ERK는 세포가 증식하도록 유도합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구조분자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은 도롱뇽의 다리에 있던 세포가 근육세포로 분화되고, 근섬유를 이루는 과정에서 어떤 효소들이 작용하는지 살펴봤습니다. 세포가 분화했다는 건, 아직 특별한 기능이 없던 세포가 기능을 갖췄다는 겁니다. 마치 아이가 자라 직업을 가지는 것처럼요. 이 경우, 세포가 분화돼 근섬유를 이뤘으니, 근육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죠.
연구 결과, 도롱뇽 세포는 ERK를 꾸준히 활성화해 근섬유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ERK는 인간 같은 포유류도 가지고 있는 효소입니다. 하지만 포유류는 ERK가 꾸준히 활성화되지 않습니다. 연구팀은 “ERK 활성화 기간의 차이로 종 간 재생능력 차이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간도 ERK를 자유자재로 활성화할 수 있다면 데드풀의 능력을 얻을지도 모르겠네요. doi: 10.1016/j.stemcr.2014.05.009

 

2런 연구도 있습니다    
개구리 새살이 솔솔 자라나는 젤


팔다리가 잘린 개구리가 물속에서 헤엄칠 수 있을 정도로 사지를 완벽하게 재생했습니다. 다 이 약 덕분이죠. 미국 하버드대 비스연구소 연구팀이 개발한 ‘바이오돔(BioDome)’입니다. 약장수도 이 정도 허풍은 안 떨겠다 싶지만 사실입니다. doi: 10.1126/sciadv.abj2164
바이오돔은 염증을 억제하고 세포 조직 성장을 촉진하는 등 재생을 돕는 화학물질 5종류를 비단실 단백질에 결합한 젤 형태의 약입니다. 연구팀은 다 자란 아프리카발톱개구리(Xenopus Laevis)의 뒷다리를 자른 뒤, 상처 부위에 바이오돔을 바른 실리콘 골무를 끼웠습니다. 골무와 바이오돔은 24시간 치료 후 제거됐죠. 개구리는 18개월 만에 뒷다리를 완벽하게 재생했습니다. 뼈, 신경, 근육, 피부 모두요. 다리는 외부 자극에 반응하고, 자유자재로 헤엄칠 수 있을 정도로 원래와 같았습니다.
아프리카발톱개구리는 사람처럼 다 자란 다음에는 신체 재생능력이 떨어지는 동물입니다. 원래라면 다리가 다시 자라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연구팀은 “앞으로 포유류에 바이오돔을 적용할 방법을 연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간도 힐링팩터를 얻을 수 있는 미래가 언젠가 올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 능력에도 여전히 다칠 땐 아프다는 맹점이 있습니다. 우선 다치지 않게 조심합시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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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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