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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테아(Calathea)의 잎은 매우 놀라운 무늬를 가졌다. 초록색 바탕은 채도가 다양하다. 줄무늬는 섬세하고 보랏빛과 선홍빛이 섞인 불꽃 같은 패턴도 보인다. 금속과 같은 색감을 띠기도 한다. 가장자리 부분만 색이 다른 경우도 있고, 흰색이 불규칙하게 섞여 화려한 잎도 있다.

칼라테아 중에서도 특히 반려 식물로 사랑받는 칼라테아 ‘메달리온’은 이 모든 특징을 집대성한 색감과 질감을 갖고 있다. 커다란 잎에 고운 새의 깃털을 섬세한 터치로 그려 놓은 것만 같다. 가장 안쪽에는 연둣빛 깃털 모양이, 그 주변으로는 진녹색의 패턴이 불꽃 모양으로 그려져 있다. 테두리를 감싸는 빛깔은 거의 흰색에 가까워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가장 바깥쪽 테두리는 다시 눈에 편안한 녹색이다. 잎의 뒷면은 진한 자줏빛을 띤다.

칼라테아의 새잎은 ‘웨이퍼 롤’ 과자처럼 돌돌 말려 나온다. 꽃은 겹겹의 바구니 모양으로 피어난다. 꽃 색은 품종마다 다르다. 눈길을 한눈에 사로잡는 오렌지색 꽃을 피우는 종도 있다. 볼수록 신기하고 아름다운 식물이다. 칼라테아는 마란타과(Marantaceae)에 속한다. 칼라테아라는 속명은 ‘바구니’를 뜻하는 그리스어 칼라토스(kalathos)에서 나온 말로, 꽃이 바구니처럼 뭉쳐 피어나는 모습에서 유래했다. 

새의 날갯짓을 빼닮은 ‘잎의 수면운동’

칼라테아는 움직이는 잎으로 유명하다. 마치 커다란 새가 날개를 접고 펴듯 낮에는 수평 방향으로 활짝 펼쳐지고 밤에는 모두 위쪽을 향하며 접힌다. 하루해가 저물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것처럼 보여 ‘기도하는 식물(prayer plant)’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타임 랩스로 촬영해 보면 새의 날갯짓과 다를 바가 없다.

이 움직임을 ‘잎의 수면운동(Foliar nyctinasty)’이라 한다. 칼라테아 등 마란타과의 식물에서 종종 나타난다. 어떤 식물은 꽃이나 떡잎, 가지에서도 보인다. 가령 괭이밥과의 사랑초도 밤이면 꽃을 가지런히 접는다. 이런 수면운동은 고대에서부터 이어진 식물학의 가장 오랜 수수께끼 중 하나다.
스웨덴 식물학자 칼 폰 린네는 이를 일종의 식물 수면운동으로 보고, 1755년 그의 저서 ‘잠자는 식물(Somnus plantarum)’에 소개했다. 이후 1880년,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저서 ‘식물 운동의 힘’을 통해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이는 식물의 수면운동에 관한 현대적 연구의 출발점이 됐다.

하지만 칼라테아 같은 식물이 왜 이런 운동성을 갖는지는 오늘날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낮에는 광합성을 위해 햇빛을 최대한 많이 받도록 수평으로 펼쳐져 있는 게 당연한데, 밤에는 왜 잎을 오므리는지에 대한 생리학적 메커니즘 대부분이 해결되지 않았다. 온도 조절, 잎 표면의 물기 제거, 달빛에 의한 광주기 혼선 차단 등 다양한 설만 남아있다.

초식 곤충이 달라붙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초식 곤충을 잡아먹는 야행성 포식자는 시각, 청각, 후각 등으로 먹이(초식 곤충)를 감지한다. 초식 곤충이 수직 방향으로 곧추선 잎에 달라붙어 움직이면 포식자의 눈에 더 잘 띈다. 움직이면서 내는 소리나 분비하는 휘발성 물질 냄새도 더 잘 감지된다. 그러니 초식 곤충 입장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며 굳이 수직으로 뻗은 잎에 붙어 있을 이유가 없다. 대신 주변의 평범한 다른 잎을 찾게 된다. 덕분에 칼라테아는 초식 곤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대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롱우드 가든에서 국제 정원사 양성 과정을 밟았으며, 델라웨어대에서 대중원예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에버랜드에서 식물 전시를 담당하다가 현재는 국립세종수목원 전시기획운영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나는 가드너입니다’ ‘식물의 위로’ ‘미국 정원의 발견’ ‘가드너의 일’이 있고, ‘세상을 바꾼 식물이야기 100’ ‘식물: 대백과사전’ ‘가드닝: 정원의 역사’ 등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