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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치자는 아직 시달리고 있지만… 코로나19 후유증 특별한 건 아니다?

 

 

 

끊이지 않는 마른 기침, 극도의 피로감, 잦은 두통, 무기력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앓은 사람들이 호소하는 후유증이다.

분명 감기와 비슷하다고 했다. 심지어 처방약도 감기약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완치 판정을 받은 뒤에도 고통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다수였다.

 

2년 동안 데이터로 찾은 55개의 후유증

 

김아무개 씨(30세・경기 남양주시)는 지난 2월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잔기침, 피로감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김 씨는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며 “평소 하루 밤샘 정도는 끄떡없었는데, 코로나19에 감염 뒤 오후 9시만 돼도 눈이 무겁고 잠을 많이 자도 계속 피곤하다”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첫 확진자 발생 이후 1만 명 미만으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코로나19의 다섯 번째 우려 변이인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생한 뒤로 상황이 바뀌었다. 국내에서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 25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1만 명을 넘어섰고, 3월 16일에는 62만 명을 넘겼다.

 

오히려 비감염자가 특이한 사람이 되는 기묘한 상황이 됐다. 그러나 우습게 볼 수는 없었다. 건강한 사람은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건강을 회복한다는 말과 달리, 많은 사람이 후유증을 호소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후유증이 유독 심한걸까.

 

코로나19 후유증의 실체는 존재했다. 지난해 미국 휴스턴 메소디스트 연구소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코로나19에 걸린 뒤 완치 판정을 받은 17~87세 사이의 인구 4만 7910명을 분석한 결과 이 중 80%가 하나 이상의 장기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doi: 10.1038/s41598-021-95565-8

 

연구팀은 2019년 12월 코로나19 첫 확진자의 사례부터 지난해 1월까지 보고된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 2020년 10월 인도 첫 발병을 시작으로 지난해 3월 이후 전 세계로 퍼져나간 델타 변이에 대한 연구 일부가 포함돼 있다.

 

결과적으로 확인된 후유증의 개수는 총 55개였다. 완치 판정을 받은 이들이 호소하는 가장 흔한 5가지 증상은 피로(58%), 두통(44%), 주의력 장애(27%), 탈모(25%), 호흡곤란(24%) 순이었다(중복응답). 이들은 감염 뒤 14일부터 최대 110일까지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러스, 230일이 지나도 몸 속에 남아

 

이어 지난해 10월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의대 연구팀도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보고된 전 세계 코로나19 후유증 관련 논문 57건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람들에게 호흡기, 피부, 정신건강 등 다양한 부분에서 후유증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doi:10.1001/jamanetworkopen.2021.28568

 

연구팀은 완치된 뒤 기간을 3개의 범위로 나눠 분석했다. 이때 1개월 이내 후유증이 남아있는 사람은 전체의 54%, 2~5개월 사이에도 여전히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은 전체의 55%였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뒤에도 54%가량이 최소 한 가지의 후유증을 경험했다. 2명 중 1명꼴이 6개월 이상의 장기 후유증을 보인 셈이다.

 

한편 지난해 11월 26일 보츠나와에서 처음 발견된 뒤 올초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로 확산된 오미크론 변이 후유증의 상관관계 연구는 아직이다. 일반적으로 코로나19 후유증 확진 후 2개월 이상 지속되는 증상을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정의하는데, 지금까지는 오미크론 후유증을 분석하기에 시기적으로 일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미크론 발생 이후 확진자 수가 급증한 미국 등은 앞장서 코로나19 후유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3월 28일 한국 정부도 오미크론 유행으로 인한 코로나19 후유증 추적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미한 증상도 안심할 수 없어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별 증상이 없었다면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 최근 증상이 미약해도 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그웨넬 두오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팀은 코로나19 환자들의 뇌 영상 분석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뇌의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doi: 10.1038/s41586-022-04569-5 연구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람들의 뇌 속 해마곁이랑에서 회백질 두께가 감소한 것이 확인됐다. 해마곁이랑은 기억과 관련된 영역이다.

 

이때 경미한 증상을 보였던 환자조차도 뇌에 변화가 나타났다. 무증상 감염자도 뇌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두오드 교수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후각 경로나 신경계에 염증이 생길 수 있으며 후각 상실을 원인으로 한 퇴행성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후유증은 심장에도 찾아올 수 있다. 지난 2월 7일 미국 보훈부는 코로나19를 앓고 나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doi: 10.1038/s41591-022-01689-3 지야드 알리 미국 보훈부 연구원은 “연구 결과 나이, 인종, 성별, 흡연, 기저질환과 관계없이 증상이 관측됐으며, 경미하게 병을 앓던 사람들도 감염 1년 후 심장 문제의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런 후유증이 발병하는 이유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의 체내 빠른 전파와 면역 반응 문제 등을 원인으로 파악하고 연구하고 있다.

 

지난 3월 16일 광주과학기술원(GIST) 연구팀은 코로나19 완치 후에도 지속되는 호흡곤란, 기억력 저하, 가슴통증 등 후유증의 원인을 ‘자가면역반응’으로 진단했다. 폐, 신장 등의 조직에서 자가항체가 자가면역반응을 일으켜 후유증을 일으켰다고 분석한 것이다. 연구팀은 인간 단백질과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단백질을 머신러닝 기술로 분석한 뒤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단백질 후보를 찾았다. 그리고 이 단백질들이 실제로 코로나19 환자 폐조직에서 크게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

 

바이러스가 체내에 장기간 남아있는 것이 후유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지난해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숨진 환자 44명을 부검해 장기 조직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기도, 폐 등 호흡기를 비롯해 몸 전체의 거의 모든 세포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을 확인했다. 이는 바이러스가 짧은 시간 동안 온몸으로 퍼져 나갈 수 있으며, 후유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니엘 쳐토우 NIH 수석연구원은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렇게 퍼진 뒤 쉽게 사라지지도 않았다”며 “심지어 한 장기 조직에서는 230일이 지난 뒤에도 RNA가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4월 13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코로나19 감염자 113명의 대변을 주기적으로 분석한 결과, 확진 후 최대 7개월까지 대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완치 후에도 체내에 바이러스가 남아 위장염 등의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doi: 10.1016/j.medj.2022.04.001

 

최근 3개월 동안 1500만 명 확진

 

코로나19 후유증 특별하지 않아

 

사실 코로나19 바이러스만 후유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바이러스에는 후유증이 따른다. 한 예로 지난 2003년 유행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에 감염됐던 사람들은 만성 피로, 통증, 우울 등의 후유증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SARS에서 회복한 환자의 40%가 최초 진단 후 최대 3년 6개월까지 만성 피로 증후군을 겪었다. doi:10.1001/archinternmed.2009.384

 

2012년 발병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후유증도 마찬가지다. MERS는 폐 하부의 호흡기를 공격하는 바이러스다. 당시 감염됐던 사람 중에서도 아직까지 호흡기 부작용으로 기관지확장증 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기관지확장증은 폐, 기관지에 발생한 염증으로 기관지의 근육층과 탄력층이 일부 파괴돼 기관지가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지고 회복되지 않는 질환이다.

 

보다 익숙한 바이러스인 감기에도 후유증이 있다. 실제로 감기 환자의 20~30%가 감기 후유증을 겪는다. 대표적인 감기 후유증은 지속되는 기침, 목소리 변함, 피로감, 콧물 등이다.

 

유병욱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후유증은 기존 바이러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일부 감기바이러스는 상부 호흡기를 공격하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비슷한 후유증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바이러스 변이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은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상부 호흡기를 공격한다.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입하면 흔히 기관지, 기도 등 표면 상피 세포에 손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이때 섬모운동을 하는 부분이 손상됐다가 회복될 때 잔기침이 발생한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바이러스 특징과 거의 유사하다. 변이 별로 특징이 있을 뿐이다. 델타 변이의 경우는 후각과 미각의 손상, 오미크론 변이는 상부 호흡기를 공격해 콧속 점막, 기관지 점막을 손상시켜 기침을 일으킨다.

 

200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종플루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였고,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 바이러스다. 유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는 마치 드라마에서 같은 사람이 점 하나 찍고 다른 사람인 척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독 코로나19 후유증이 심각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 유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치명률이 기존 변이 바이러스에 비해 낮을 뿐, 분명 감염되면 통증이 뒤따른다”라며 “다만 코로나19 바이러스, 특히 오미크론 변이는 짧은 시간 동안 감염자 수가 많아 관심도가 높아져 다른 바이러스보다 더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2020년 1월 20일부터 2년 동안 총 누적 확진자 수는 약 70만 명이었다. 그런데 올해 1월 15일부터 4월 15일까지 단 3달 동안 1500만 명 이상이 추가 확진됐다.

 

물론 드문 경우로 면역 반응이 심화돼 갑상선 기능 저하증, 부신피로증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수는 충분한 휴식과 충분한 수분 섭취, 처방으로 오래 지속되지 않고 회복될 수 있다. 유 교수는 “격리 해제 후 증상이 지속되면 가까운 병원에 가서 폐 사진을 확인해 보고 그에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약물을 처방받는 것이 현재 후유증을 장기화하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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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혜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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