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동아 편집실은 철저히 이성이 재배하는 곳이다. 특히 마감 중 교정을 볼 땐 더욱 그렇다. 기사의 한 문장, 한 문장을 검토하며 이성의 날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단 하나. SF소설 교정을 볼 때만은 예외다. 10페이지 내외의 글은 기자들을 잠시 감성의 세계로 안내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세상을 다져 넣은 이야기는 고독함과 낭만, 슬픔, 그리고 고요를 선사한다.
이게 바로 SF소설의 매력 아닐까. 우리와 같은 지구인이 만든 이야기지만, 결코 지구의 이야기는 아니기에 이성의 영역에서 날을 세우던 이를 순식간에 시공간도 다른 저 우주 어딘가로 끌고 가 안착시킨다.
오랫동안 한국을 SF 불모지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판도가 바뀌었다. 지금은 SF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한국 SF 소설이 외국어로 번역돼 세계로 나아가는 시대가 됐다. 그리고 올해, 새로운 SF 소설 잡지가 탄생했다. 지구인들이 만든 이야기라는 뜻을 담은 ‘어션테일즈(The Earthian Tales)’다. 어션테일즈를 만든 최재천 아작 출판사 편집장은 ‘지구인’은 필연코 ‘외계인’을 전제로 하는 법이어서 ‘지금-여기’와는 또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지구인들의 경이로운 이야기를 모아보고 싶었다고 했다.
어션테일즈 1호 주제는 ‘홀로’다. 길고 짧은 소설뿐 아니라 시, 에세이, 칼럼, 카툰, 그래픽노블 등 SF소설을 주제로 가능한 거의 모든 콘텐츠가 있다. 잡지답지 않게 두꺼운 양장본으로 제작됐는데, 표지의 단단함은 현실 세계와 경계를 확실히 긋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 안의 콘텐츠들은 경계가 없다. 천선란 작가의 한 소설에 나오는 말처럼 ‘이곳에 있는 모두가 서로에게 외계인’이기에 어떤 선도 긋지 않는다. 외계인을 비롯한 소수자, 약자에게 절대적으로 우호적인 세계다.
어션테일즈는 1년에 4호가 나오는 계간지다. 외계인의 투고도 환영한다고 하니, 혹시 이 글을 읽고 마음이 동한 외계인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