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ed by Junga Hwang’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태양우주환경그룹 책임연구원은 2003년 발사한 과학기술위성 1호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탑재체 설계와 제작, 발사부터 데이터 수신까지 황 연구원이 주도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이다. “제 이름이 새겨진 위성이 지금도 머리 위를 90분에 한 번씩 돌고 있다고 생각하면 참 설레요. 밤하늘의 별들 중 하나가 제 위성이라니, 놀랍지 않나요?”
황 연구원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늘 남들과는 다른 선택, 가장 어려워 보이는 선택을 주저없이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12월, 세계 최초 편대 비행 위성 ‘도요샛 프로젝트’로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있는 황 연구원을 만나봤다.
주저 없는 도전으로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다
황 연구원은 모든 사물의 이치를 설명하고, 다른 학문의 바탕이 되는 본질적인 학문이라는 점에서 물리학에 매료됐다. “대학원 연구실을 고를 즈음 물리학과의 많은 실험실을 기웃거리다가 우주로 나갈 인공위성을 직접 만드는 우주과학실험실을 보고 이거다 싶었어요. 내가 만든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내서 나와 직접 통신해 보는 경험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그렇게 우주물리를 전공하게 됐죠.”
석사과정 1년차 때부터 인공위성연구소에서 위성 탑재체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인공위성 하드웨어 제작은 꽤나 체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황 연구원은 “당시 여성과학자는 저 밖에 없었다”며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한국에서 위성체와 탑재체를 직접 제작하는 여성 과학자는 저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남들보다 2~3배 노력해 성과를 냈다. 위성 제작은 오케스트라처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해야 한다. 열심히 하되, 조직에서 튀지 말아야 했다.
그 결과 한국 최초로 오로라 입자 관측과 분광 관측을 동시에 해내 한국 과학위성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과학기술위성 1호 제작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현재는 세계 최초 편대비행이 될 도요샛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 도요샛은 12월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발사될 계획이다. “도요샛은 인공위성 1기가 아니라 4기예요. 7.9kg의 초소형 위성 4기가 정확한 자세 제어를 통해 세계 최초로 편대비행을 시도할 예정이죠.”
“안전을 위한 연구에는 양보가 없어야 해요”
황 연구원의 박사논문 주제는 ‘지구방사선대’였다. ‘밴 앨런대’라고도 불리는 지구방사선대는 지구 반경의 3~6배 높이에 형성돼 있으며 고에너지 입자인 우주방사선으로 이뤄져 있다. 위성에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방사선에 피폭되면 인공위성의 반도체 부품들은 고장 나기 때문에 우주공간에 방사선 입자들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파악하고 앞으로의 분포를 예측하는 일은 매우 중요해요.” 도요샛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적도 고에너지 전자 관측이다.
황 연구원은 우주방사선이 위성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했다.
“2009년부터 항공기 승무원의 우주방사선 피폭량을 계산하고 실측했어요. 이를 통해 승무원을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하는 ‘생활주변 방사선안전관리법’을 만들고 개정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요.” 국내에서 오직 황 연구원만이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북극 항로를 오가는 대한항공 항공기의 객실승무원이 2018년 혈액암으로 산업재해 신청을 하면서 생활방사선 문제가 처음으로 이슈가 됐다. 황 연구원은 “안전을 위한 연구에는 양보가 없어야 한다고 믿는다”며 “항공사와 부딪히는 일도 많지만 누군가는 나서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한국의 우주 분야는 결국 미래 세대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 수준과 비교해 한국의 위성 기술은 약 10년, 발사체 분야는 그 이상 차이난다고 알려져 있다.
“후발 주자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하지 않는다면 후세대들은 더 뒤쳐질 거예요. 많은 과학도, 특히 여성 과학도들이 더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카이스트 학부생 시절 물리학과 60명 중 여성은 3명뿐이었는데, 그중 박사학위를 취득한 여성은 저뿐이었죠. 육아, 가사와 자신의 커리어를 병행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만 결국 버티는 자가 승리해요. 끈질기게 버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