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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면서 멋스럽게, MZ 세대 겨울 패션 공식

[엣지 사이언스]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 봐라. 내가 옷을 껴입나, 멋을 챙기지. 
옷은 선택, 취향은 필수! 제아무리 차가운 바람이 불어도 맵시를 포기할 수 없다. 한겨울에도 멋을 내는 힙스터이기 때문. 대신 추위를 잘 견딜 수 있도록 똑똑하게 찾아 입는다.

 

이른 아침, 기상청의 날씨 예보를 보고 입고 나갈 옷을 살핀다. 날씨에 따라 옷차림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기온이 10℃로 뚝 떨어져…’. 거위 털 충전재가 들어간 패딩. ‘새벽에 첫눈이 내려…’. 패딩. ‘오늘은 소한으로, 영하 2℃를 기록해…’. 패딩. 


언제부턴가 패딩은 한국인의 겨울철 유니폼이 됐다. 한때 정강이까지 덮는 롱패딩이 겨울 최강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패딩은 한국의 겨울과 어울리는 패션 아이템은 아니다. 이주영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는 “(온화한) 한국 겨울 날씨에 패딩은 지나치다”고 말한다.


사람이 추위를 어떻게 체감하는지 비교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바람냉각지수(WCI·Wind Chill Index)’ 라는 지표를 이용한다. WCI는 기온과 바람의 세기가 사람의 온도 감각에 영향을 주는 정도로, 이를 토대로 추위의 위험도를 분류한다. 사람의 피부 온도를 약 33℃로 가정하고 1시간 동안 피부 단위 면적당 발생하는 열 손실을 kcal 단위로 계산한다. 이는 1시간 동안 우리 몸의 체온을 유지하고 저체온증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보온력의 지표이기도 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한국에서 가장 날씨가 추운 달(1월)의 평균기온은 가장 추운 지역에서도 영하 6.9℃에 불과했다. 아무리 강풍이 많이 분다고 가정해도 WCI 지표 중 가장 낮은 단계가 나온다. 그리 많은 보온력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이 정도 추위에는 모직 코트나 겨울 재킷 정도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활동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옷을 껴입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물론, 멋을 위해 패딩을 포기할 수 없다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한때 패딩이 유행했다면, 지금은 양털 모양의 플리스 재킷이 대세다. 플리스는 본래 양털을 가공해 만든 원단이었으나, 최근에는 폴리에스터 등의 합성섬유의 보푸라기를 이용해 마치 양털처럼 만든다. 합성섬유를 이용한 덕에 가볍고,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아 지속 가능한 패션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한쪽은 플리스, 다른 쪽 면은 패딩 형태로 뒤집어 입을 수 있는 리버서블 재킷이 출시되기도 했다. 광고는 ‘겉은 따뜻하게 속은 뽀송하게’라는 문구로 소비자의 마음을 뒤흔든다. 
열은 대류 현상에 의해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온도가 높았던 곳의 입장에서는 열이 손실된다. 보온의 핵심은 열의 대류를 방해해 열 손실을 줄이는 것이다. 옷을 입으면 정지 공기층이 형성되는데, 이 층이 대류를 막고 열을 보존한다. 정지된 공기양이 많을수록 열 손실이 준다. 


이 교수는 “보온력에는 소재보다 정지 공기층이 더 큰 영향을 준다”라며 “플리스 재킷은 양털 형태로 가공해 정지 공기층을 확보한 덕분에 보온력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바람이 불면 양털이 눌려 정지된 공기양이 줄어들고 그 결과 보온력이 떨어진다”며 “리버서블 재킷도 바람이 불 때는 패딩이 밖, 플리스가 안쪽을 향하게 입어야 더 따뜻하다”고 설명했다.

 

목, 손목, 발목을 잘 감싸라. 이 말은 과학적으로도 일리가 있다. 목을 비롯해 손목, 발목 등 옷의 개구부를 잘 막으면,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지도 몸에 갇힌 열이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목도리가 없다고 크게 걱정할 필요없다. 우리 몸속의 지방은 백색지방과 갈색지방으로 나뉜다. 백색지방과 달리 갈색지방은 미토콘드리아 내막에 UPC1이라는 단백질을 발현시켜 지방을 태우고, 열을 발생시킨다. 이 갈색지방은 영아에게는 많으나, 성인이 되면서 퇴화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2009년 네덜란드 연구팀은 성인의 목 뒤편, 척추 뼈 위쪽에도 갈색지방이 분포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찬 바람이 불면 목 뒷부분의 갈색지방세포에서 열이 발생해 추위를 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신체 부위마다 추위를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응용해 패딩도 진화하고 있다. 비용은 줄이고 무게는 가볍게 만든 패딩을 내놓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의류 전문 업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번 겨울 이 교수 연구팀과 협업해 부위별로 주입하는 솜털, 오리털, 거위 털의 양에 차이를 둬서 개발한 옷을 출시할 예정이다. 

 

특별히 방한에 힘써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추운 겨울에도 오랜 시간 동안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위해 전자 제품을 이용한 발열 소재로 만든 의류 개발이 한창이다. 옷감 안에 얇은 와이어(전선)를 삽입하고 이를 면상발열체와 배터리에 연결하는 방식이 많다. 면상발열체는 전류가 흘러 열을 발생시키는 면 섬유로, 현재는 탄소재료 기반으로 제작하는 방식이 활발히 연구중이다. 현재 상용화돼 판매 중인 발열 의류 제품은 대부분 전기장판처럼 스위치를 켜면 옷에 전류가 흘러 열이 발생하는데, 한 번에 옷 전체를 켜고 꺼야 해 불편했다. 신체 부위별로 추위를 느끼는 정도가 다르고, 사람마다 쾌적하게 느끼는 온도가 다르지만 이를 고려할 수도 없었다. 


임대영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 스마트텍스트로닉스센터(STC)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추위를 많이 느끼는 부위를 원하는 온도로 조절 할 수 있는 발열 의류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등, 아래팔과 같이 추위를 유독 많이 느끼는 특정 부위에 얇고 유연한 금속 와이어로 이뤄진 면상발열체를 넣어 보드에 연결했다. 부위별로 삽입한 면상발열체에는 온도 감지 센서를 각각 삽입해 애플리케이션으로 현재 온도를 알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연구팀의 김규연 STC 학생연구원은 “사용자가 수동, 자동으로 모두 조작할 수 있으며 일정 온도가 넘어가면 저절로 차단하게 돼 안전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임 센터장은 “금속 와이어는 한 곳이 끊어지면 발열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면서 “현재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찾는 동시에, 보다 편리한 탄소섬유를 이용한 면상발열체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손가락은 작업할 때 섬세한 움직임이 많아 몸통에 쓰인 것보다 훨씬 더 유연한 발열 소재가 필요하다. KITECH 연구팀은 이 문제를 전류가 흐르는 실을 이용해 해결했다. 전도성이 높은 금속인 은으로 실을 얇게 도금해서 전류가 흐르도록 제작했다. 이후 전도성 있는 실과 일반 실을 섞어 니트 형태의 발열체를 제작해 재킷의 손목 부위에 손등을 덮는 방식으로 디자인했다. 정원영 KITECH 융합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손등만 따뜻해져도 작업할 때 손가락이 시리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손등을 덮는 부분을 니트 형태로 만들어 활동성과 보온성을 함께 얻었다”고 설명했다. “세탁을 20번 정도 한 뒤 저항 실험을 했을 때 열전도율도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일반인들이 겨울 레저활동에 입을 수 있는 옷도 함께 디자인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일부 전자 제품과 기술이 포함된 발열 의류 제품을 한정 수량으로 시즌마다 출시하고 있는데, 구매가 힘들 정도로 인기가 좋다. 연구팀은 지난 3년 동안 연구한 기술을 접목하고,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옷을 이달 22일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202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 조혜인 기자
  • 일러스트

    미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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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쁘
  • 디자인

    이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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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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