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사는 가장 큰 동물인 고래가 생각보다 더 많은 먹이를 먹어치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수염고래가 이전에 추정된 먹이량의 3배를 먹는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11월 3일자에 발표했다. doi: 10.1038/s41586-021-03991-5
연구팀은 고래가 섭취하는 먹이를 확인하기 위해 2010~2019년 대서양과 태평양, 남극해에 서식하는 수염고래 321마리에 가속도계, 자력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장착해 움직임을 추적했다. 배의 음향 측정기로 고래가 먹이를 섭취하는 지역의 크릴새우 밀도도 측정했다.
그 결과 북태평양 동부에 사는 대왕고래(위 사진)는 하루 16t(톤)의 크릴새우를 먹는 것으로 밝혀졌다. 북대서양참고래는 매일 5t의 동물성 플랑크톤을 섭취했다. 둘 다 기존에 알려진 추정치를 약 3배 넘어서는 결과다.
연구팀은 지난 200년간 고래의 대량학살로 개체 수가 줄어들면서 영양분 순환 생태계에도 문제가 생겼다고도 밝혔다. 고래의 먹이 활동은 바다 생태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래가 먹이를 먹고 난 다음 배출하는 배설물에는 철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고래 배설물 속 영양분은 바다 표면으로 이동해 식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된다. 플랑크톤은 고래의 먹이인 크릴새우에게 잡아먹힌다.
이런 생태계의 순환으로 고래 개체수가 줄면 고래의 먹이인 크릴새우의 개체수도 줄어드는 일명 ‘크릴새우 역설’이 발생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1990년대 연간 1만 2000t의 철이 고래의 먹이 활동으로 순환됐지만, 오늘날에는 10분의 1 수준인 1200t으로 줄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매튜 사보카 미국 스탠퍼드대 홉킨스 해양기지 연구원은 “고래의 개체수를 늘리면 해양 생태계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