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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T, 모두를 위한 연구] 산업 트렌드 예측하는 데이터 기업이 꿈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난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7년부터 구축해온 ‘데이터 댐’을 개방한다고 밝혔다. 데이터 댐은 인공지능(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공공데이터를 모아 연구소나 기업 등 민간에서 활용할 목적으로 구축됐다. 고품질의 데이터가 필요한 산업 발전에 공헌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의 활용 범위가 늘어날수록 정보를 보호할 필요성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특히나 악용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나 특정 기업의 핵심 기술이 포함된 데이터는 쉽사리 공개할 수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예비 사업가가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정보 보호와 양자컴퓨터를 연구하는 정도영 미래암호공학연구실 선임연구원이다. 9월 2일 그를 만나기 위해 대전에 위치한 ETRI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를 찾았다.

 

‘날 것’ 상태 데이터 갈고 닦아 가치 높인다


“보통 빅데이터라고 하면 이를 바로 분석·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라벨링과 가공 등의 처리 과정을 수차례 거쳐야 합니다. 여간 복잡한 일이 아니지요. 그런데 그간 연구현장에서 터득한 기술들이 또 만만치 않거든요. 잘만 활용하면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의 데이터 처리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정 선임연구원은 2022년 2월 창업을 목표로 준비 중인 ‘아이템’을 설명하면서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준비하고 있는 창업 주제는 ‘암호 기술을 적용한 데이터 분석 플랫폼’. 다른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이르도록 하는 게 목표다.


현재 데이터 분석과 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한 산업은 아직 미미하다.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데이터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 산업에 쓸 수 있을 만큼 가공되지 않았거나 민감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 외부에 쉽게 공개할 수 없다. 정 선임연구원은 “예를 들어 스마트공장 구축을 위해 기존 공장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활용하려고 해도 평균에서 비정상적으로 벗어나거나 중간에 빠진 데이터가 존재한다”며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거나 빠진 데이터를 바로잡아 채워 넣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면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스노우 플레이크, 데이터브릭스와 같은 기업이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설립된 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수십조 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만큼 데이터 분석이 갖는 중요성과 가치가 전 세계 산업에서 커지고 있다.


정 선임연구원은 본격적인 범용 데이터 분석 플랫폼 개발에 앞서 먼저 블록체인과 패션에 관한 맞춤형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맞춤형 서비스를 우선 개발해 제공하면서 산업계에서 필요한 사항을 차근차근 알아가겠다는 의도다. 그는 “오랜 시간 연구자로서의 길을 걸었던 만큼 산업 현장을 배워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웃었다.


최근에는 암호화폐의 보안에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는데, 암호화폐의 가치를 산정할 지표가 없어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암호화폐의 생산단가나 발행량 등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해 분석하면 신용평가 기준으로 활용하거나 더 나아가 보험상품 개발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패션 산업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 패션은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데, 데이터를 활용해 트렌드를 빠르게 예상하거나 이끌어갈 수 있다면 남들보다 더 넓은 시장에서 활약할 기회가 생긴다. 정 선임연구원은 “소셜미디어(SNS)에서 이용자들이 어떤 스타일과 색상의 패션 사진을 자주 올리는지 분석하면 남들보다 빠르게 패션 트렌드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산업 넘어 양자컴퓨터까지


2012년 ETRI에 입사한 정 선임연구원은 약 10년간 정보 보호 기술을 연구해 왔다. 최근에는 양자컴퓨터의 보안에 필요한 암호키 기술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정보 보호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연구하면서 수년 내에 초기 단계의 양자컴퓨터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라며 “제가 가진 기술을 조금만 더 빨리 산업에 적용한다면 누구보다 앞서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그의 창업 최종 목표는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데이터 분석과 정보 보호 알고리즘 개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개발이 됐다. 아직 상용화된 양자컴퓨터는 없지만, 연구자로서 선행기술을 연구한 만큼 남들보다 한발 앞서나갈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정 선임연구원은 연구자로서 창업에 도전할 때 기술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사업가로서 산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는 부족할 수 있지만, 뛰어난 기술력으로 경쟁자가 따라오기 어려운 수준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술력에만 집중해 다른 부분에 소홀하다면 사업가로서 성공할 수 없다. 정 선임연구원은 “정부 차원에서 연구원들의 창업을 독려하는 덕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그간 알지 못했던 투자나 노무 등 제도적인 부분을 교육받을 기회가 잘 마련돼 창업에 자신 있게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정 선임연구원처럼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토대로 국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연구자들이 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연구원 창업은 222건에 달한다. 1999년 이후 설립된 창업기업이 총 509개인 것을 고려하면 최근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그간 연구원 창업기업으로 만들어진 일자리만 수천 개에 이르고, 매출도 1조 원 넘게 발생했다.


정 선임연구원은 “내가 직접 개발한 기술이 산업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기대된다”며 “앞으로 더 많은 지원이 이뤄져 훌륭한 연구자들이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할 기회가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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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대전=이병철 기자
  • 사진

    남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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