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앞의 환자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죠.” 6월 6일 인천 송도에서 만난 곽경훈 혜명심의료재단 울산병원 응급의학과 과장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다. 그는 10여 년 동안 의료현장의 최전선에서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응급실을 지켜왔다.
의사들의 전문과는 내과, 외과, 특수과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내과에 속하는 응급의학과는 응급실을 찾은 위급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분류하고 필요한 응급조치를 취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진료과다.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일
흔히 응급의학과에서는 외과 수술을 주로 한다고 오해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때로 응급처치나 간단한 시술을 한다. 하지만 수술보다는 환자들의 증상을 토대로 이들이 어떤 질환을 가졌는지, 그에 따라서 어떤 처치가 필요한지 결정하는 역할을 중점적으로 담당한다.
가령 고열에 의식이 없고 혈압이 낮은 환자가 응급실에 찾아온다면 이 증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이 경우 일종의 패혈증에 해당하는 증상이지만, 패혈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폐렴이나 복막염, 담낭염 등 다양한 이유로 패혈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원인을 모른다면 적절한 응급조치나 치료를 할 수 없다.
질환의 원인을 찾은 뒤에는 응급조치와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도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어떤 응급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서 환자의 생명과 회복 경과가 달라질 수 있어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업무로 꼽힌다.
대부분의 전문의들은 자신이 전공한 특정 분야의 환자를 중점적으로 진료한다. 예를 들어 신장내과 전문의는 신장에 질환이 있는 환자를, 신경외과 전문의는 신경계에 문제가 있는 환자를 진료한다. 다른 전문의와 협진 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전문분야와 관계없는 환자를 맡지는 않는다.
하지만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다르다. 다른 전문의보다 다양한 환자를 마주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시간에는 다른 진료과 전문의가 병원에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다른 전문의의 도움 없이도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곽 과장은 “응급환자들이 내원한 이유를 찾기 위한 과정은 법과학자가 작은 단서를 모아 전체적인 사건을 이해하는 과정과 유사하다”며 “이를 위해 다른 진료과 전문의 수준의 기초지식을 폭넓게 습득하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많은 경험이 좋은 의사 만든다
곽 과장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매력으로 꼽는다. 매일 예상하지 못한 질환과 사연을 가진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새롭다. 곽 과장은 “매일 새로운 환자를 대한다는 것이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입장에서는 힘든 일이기도 하다”며 “하지만 오히려 이런 면들이 다양한 경험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의학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가 펴낸 책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되기를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작품도 있다. 곽 과장은 “어릴 때엔 의사보다는 소설가나 기자처럼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 “지금은 의사로서의 경험을 살려 작가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제 책이 누군가를 꿈꾸게 하거나 꿈을 이루게 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곽 과장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꿈꾸는 이에게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를 잘해야 하지만,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풍부한 경험과 사고력을 갖춰야 한다”며 “지금부터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자신을 발전시키면 언젠가 꿈을 이룰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