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은 흔히 우주의 모든 물질을 빨아들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은하 중심부 블랙홀이 주변 위성은하까지 영향을 미쳐 별의 탄생을 돕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카나리아 천체물리학연구소와 독일 막스플랑크 천문학연구소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가상 우주 시뮬레이션으로 12만 4163개의 위성은하를 분석한 결과 블랙홀에서 분출되는 에너지가 별의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6월 9일자에 발표됐다. doi: 10.1038/s41586-021-03545-9
위성은하는 중심은하를 공전할 때 주변 성간물질과 부딪히면서 별을 형성할 때 쓰이는 원료 기체 일부를 잃는다. 이때 블랙홀에서 뿜어져 나온 에너지는 이 성간물질을 밀어내 밀도가 낮은 공간을 만드는데, 위성은하가 이 공간을 통과하면 원료 기체를 덜 잃게 된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블랙홀이 만드는 이 공간은 중심은하의 단축 방향으로 크게 생성되고, 그 결과 장축보다 단축에 있는 위성은하에서 더 빠른 시간에 별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블랙홀이 일종의 ‘보호막’을 만들어 위성은하에서 별이 형성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연구를 이끈 이그나시오 마틴 나바로 스페인 카나리아 천체물리학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연구로 블랙홀과 은하 사이의 상호작용을 밝히는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