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신장판 전집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황금가지
376~944쪽│12만 원
때는 바야흐로 10191년, 우주의 많은 혹성을 지배하는 샤담 4세 황제가 군림하는 시대다. 지금 우주에서 가장 가치 있는 물질이라면 단연 오렌지빛 가스 물질인 ‘멜란지’다.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고 인간의 의식 세계를 확장시킬 수 있어 우주여행의 필수품으로 꼽힌다. 멜란지는 전 우주를 통틀어 한 행성에서만 구할 수 있다. 황량하고 광활한 사막이 있는 메마른 ‘아라키스’ 행성이다.
레토 아트레이데스 공작은 멜란지를 차지해 가문의 세력을 다지고 확장하는 기회로 삼기 위해 아라키스로 떠난다. 하지만 가문의 배신자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그의 아들 폴은 어머니와 함께 죽음의 사막으로 도망친다. 폴은 아라키스 행성의 원주민 프레멘들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복수를 꿈꾼다.
2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 소설 ‘듄’이 돌아왔다. 국내에서는 2001년 첫 번역본이 출간된 이후 20년 만이다. 1959년 기자로 활동했던 저자 프랭크 허버트는 기사를 위해 오리건주 해안의 모래언덕을 조사하던 중, 그 장대한 풍광에 매료돼 이를 배경으로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6년에 걸쳐 완성된 소설은 출간 직후 네뷸러상과 휴고상을 휩쓸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단편 SF가 유행하던 당시에 세계관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방대한 분량의 이 소설은 획기적이었다. 특히 행성 간 봉건제국이라는 독특하지만 새로운 설정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SF 거장 아서 C. 클라크는 “‘듄’에 견줄 수 있는 건 ‘반지의 제왕’ 외에는 없다”고 극찬했다.
듄은 수많은 SF 작품에 영감을 불어넣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조지 루카스의 영화 ‘스타워즈’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조지 마틴의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왕좌의 게임 원작)’ 등 셀 수 없다. 듄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만든 게임 ‘듄Ⅱ’는 스타크래프트나 리그오브레전드 등 유명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모태가 됐다.
이 소설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올해 10월, 36년 만에 듄 시리즈가 영화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2017년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로 호평을 받은 드니 빌뇌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한스 짐머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며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영화를 기다리면서 듄의 방대한 이야기를 원작으로 먼저 만나보자.
교회에서 만나 결혼한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기자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교회를 다니며 모태신앙으로 자랐다. 교회는 종교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성경을 배우는 학교였고, 친구들을 만나는 놀이터였다. 믿음에 대한 의심은 딱히 없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내가 만일 이집트에서 태어났다면 이슬람교를 믿고 있었을까. 만일 모든 신앙 중 하나만 옳다면 어째서 우연히 물려받은 기독교만이 맞다고 단정할 수 있겠는가.
한 번 시작된 궁금증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는 왜 사람들이 더 이상 제우스를 신으로 모시지 않는지 궁금했다.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면 과연 절대적인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지, 믿음은 신성한 것이라는 말로 넘기기에는 왠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우리는 신을 믿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으로 답한다. 그는 무조건 믿기보다는 인간의 논리와 이성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성서가 역사라기보다 잘 짜인 한 편의 문학작품이라고 말한다. 성서에서 역사에 해당하는 부분은 대부분 사건이 일어난 수 세기 뒤에 쓰였는데, 구전이라는 ‘왜곡 필터’를 통과하기 전 이야기가 애초에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성서의 모순과 부정확성을 지적하며 맹목적으로 성서를 믿는 것이 왜 위험한지 설명한다.
또 저자는 진화생물학자답게 창조자 없이도 복잡하지만 멋지게 설계된 고등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음을 진화적으로 증명한다. 또 작은 돌연변이가 살아남아 후대에 전달되는 자연선택처럼 우리가 가진 종교적 믿음과 친절 또한 진화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무엇을 믿고 있는지 점검하고 싶은 종교인에게, 또 무엇을 부정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무신론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