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팀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진행되는 ‘대형이온충돌실험(ALICE·앨리스)’ 검출기 주요 부품 양산 시험에 성공했다.
권영일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팀은 국내 중소 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한 성능 테스트 시스템(COREA-YS-01)으로 첨단 이미지 센서 ‘알피드(ALPIDE)’의 양산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고 지난해 12월 11일 밝혔다.
앨리스는 납 원자핵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충돌시켜 빅뱅 직후(100만분의 1초 후) 원시 우주를 재현하는 실험이다. 무거운 핵의 충돌로 만들어지는 쿼크와 글루온이 어떻게 서로 상호작용하는지 밝힘으로써 초기 물질의 형성 과정을 알아내는 것이 목표다. 이 실험에는 한국을 비롯해 39개 나라 175개 기관, 190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연세대, 인하대, 부산대를 비롯해 7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납 원자핵이 충돌해 만들어지는 초고온(태양 중심의 10만 배가량)계의 다양한 현상들을 정밀 관측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자료 수집 능력을 갖는 고해상도 센서가 필요하다. 기존에 앨리스 실험에 쓰였던 실리콘 센서는 해상도가 낮아 특히 무거운 쿼크가 붕괴하는 지점을 잘 포착할 수 없었다.
알피드는 기존 센서보다 10배 높은 분해능과 100배의 자료 수집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연구팀은 미국이 주도하는 중입자 충돌 실험인 피닉스(PHENIX)에서 수행하던 센서 연구를 기반으로 알피드 공동 개발에 참여하고, 알피드 성능 테스트 시스템도 마련했다.
이미지 센서 교체는 2021년 가을쯤 완료될 전망이다. 그밖에 차세대 고에너지 핵물리 실험(SPHENIX)을 진행하는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와 러시아 핵물리통합연구소도 알피드를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권 교수는 “실험에서 가장 근본적인 활동은 측정이기 때문에 장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국내 중소기업이 장비 분야에서 거대한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