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유학일기를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 글이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유학일기를 연재한 1년은 저에게도 굉장히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또 과학동아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해외 생활, 어려워 보여도 막상 또 해 보면 별거 아닙니다. 파이팅!"
독일의 대학은 유럽 학점 이수 시스템(ECTS·European Credit Transfer and accumulation System)을 따른다. 학점은 ‘CP(Credit Point)’ 또는 ‘LP(Leistungspunkte)’라 불린다. 학사 졸업에 필요한 학점은 총 180점에서 240점이다.
카를스루에공대 경제수학과는 전공과목이 136점, 교양과목이 4점, 학사 논문이 30점, 인턴십이 10점이다. 점수는 과목마다 습득하는 데 드는 시간을 고려해 각 학과에서 정한다. 보통 1학점에 25~30시간 소요된다고 계산한다. 예를 들어 CP가 9점인 과목은 학생들이 이 과목을 습득하는 데 225~270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학교에서는 6학기, 즉 3년 안에 모든 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하는 것을 기대하지만, 실제 학생들은 평균 8~9학기를 다닌 뒤에야 졸업한다.
카를스루에공대는 중간고사가 없고 기말고사만 있다. ‘삼진 아웃’ 제도라서 시험에서 3번 낙방하면 퇴학이다. 처음 두 번은 필기시험이지만, 세 번째는 구술시험으로 진행된다. 이 구술시험에서 떨어지면 자동 퇴학 처리된다. 우울증, 불안장애 등 어느 정도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학과회의를 통해 패자부활전처럼 한 번 더 구술시험을 볼 기회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퇴학 처리되면 관련 학과에 다시 입학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매정하다.
시험 범위는 따로 없다. 한 학기 동안 배운 내용 전부를 공부하면 된다. 독일은 전공 서적을 따로 사는 경우가 거의 없어, 교수가 직접 만든 자료나 학생들이 제작한 스크립트 정도를 참고해 수업을 듣는다. 따라서 시험공부를 할 때도 족보(기출문제 및 요약) 위주로 공부하되, 이런 스크립트를 참조하면 된다. 수학은 과목 특성상 문제의 종류가 많아 족보 양도 꽤 되지만, 경제학 족보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럴 땐 ‘스터디드라이브(studydrive)’와 같은 족보 공유 커뮤니티 자료를 이용한다.
경제수학과를 비롯한 수학과는 기말고사 외에도 세미나를 2개 들어야 학기를 마칠 수 있다. 세미나는 수업에서 주어진 주제를 공부하고, 연구해서 발표하는 수업이다. 세미나를 통해 발표실력을 기를 수 있고, 학사 논문을 작성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공대의 대부분 학과는 인턴십에도 학점을 준다. 내가 카를스루에공대에 입학 전 자퇴했던 아헨공대 기계공학과는 학사 졸업을 위해 총 7학기를 다녀야 하는데, 매 학기마다 인턴십이 있었다. 좋은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려면 최소 몇 달 전에 지원해야 한다. 인턴십이 끝나면 활동 내용을 담당 교수에게 발표한다.
카를스루에공대는 졸업시험이 없다. 학사과정이든, 석사과정이든 논문을 써야만 졸업할 수 있다. 학교에서 학점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채우면 그때부터 논문을 쓸 수 있어 논문을 졸업 직접에 쓰지 않고, 미리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다.
졸업 논문의 주제는 당연히 전공마다 다르다. 매 학기 각 학과의 학사일정에서는 그 학기에 쓸 주제를 미리 공지한다. 학생들이 주제를 정하면 논문을 쓰는 동안 담당 교수가 배치된다. 담당 교수는 학생들의 논문 수정에 도움을 준다.
논문을 30쪽가량으로 완성하고, 교수의 최종 확인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발표가 남는다. 논문발표는 교수, 학과 조교 등 관계자들 앞에서 해야 하는데, 20분 동안 논문을 설명하면 비로소 졸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