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냥 일이 하고 싶은 겁니다. 우리 같이 계속….”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임시완)는 계약직 사원이다. 명절 선물도 정규직 직원과 다르고, 늘 ‘언젠가는 떠날 사람’ 취급을 받는다. 회사와 계약연장을 하지 못하거나, 언제든 내쳐질 수 있다는 불안감은 장그래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뿐 아니라 몸에도 상처를 남긴다. 이탈리아 플로랜스대 엘레나 피라니 연구원은 이탈리아 통계국에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조사한 노동자 건강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건강이 좋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보다 40%나 높았다.
계약직은 정규직에 비해 작업조건이 열악하고 단조로운 반복 업무에 시달리며, 업무의 자율성도 부족하다. 업무에 대한 보상 수준도 낮으며 부당한 처우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기도 힘들다. 자연히 업무 만족도도 떨어지고 건강 상태도 나빠지게 된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 비정규직의 건강이 좋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남성보다 낮고, 집에서 가사노동도 감당해야 해 스트레스가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사회과학과 의학’ 11월 18일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