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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일유학일기] 국경 넘나드는 유럽의 인턴십

 

실용성을 중시하는 독일 회사는 신입직원을 뽑을 때 특히 실무능력과 경험을 중요하게 따진다. 학교 성적도 중요하지만, 막상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못 해내면 좋은 성적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독일 대학 공대 커리큘럼에는 인턴십 프로그램이 필수로 들어 있다. 즉,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반드시 인턴십을 경험해야 한다. 평소 관심 있는 회사 여러 곳에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낸 뒤 인턴십을 할 회사가 정해지면, 학생들은 그 기간에 본인을 감독해줄 교수를 선택해야 한다. 당연히 인턴십과 관련 있는 전공의 교수를 찾는다. 


인턴십 기간은 전공에 따라 다른데, 짧게는 8주에서 길게는 12주 정도다. 이 기간 안에 학생들은 보고서를 작성한다. 작성한 보고서는 인턴십이 끝난 뒤 감독을 맡은 담당 교수에게 제출한다. 인턴십을 하고 보고서를 쓰는 과정에서 학문으로만 배웠던 일들이 실제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알게 된다. 인턴십을 발판으로 원하는 기업에 취업할 확률도 높아진다. 


인턴십은 학생을 뽑는 기업에도 이득이다. 인턴십으로 검증을 마친 좋은 인재를 다른 기업에 뺏기지 않고 빨리 영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턴십에서 업무를 배운 학생을 채용하면 입사 이후 새롭게 가르쳐야 할 내용도 적다. 


인턴십을 지원할 수 있는 회사는 신생 기업인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회사인 BMW, 벤츠 등 대기업까지 다양하다. 지원할 수 있는 분야도 각양각색이다. 그래서 인턴십은 학생들이 졸업 이후 진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또 국경의 의미가 옅은 유럽답게 독일어를 쓰는 오스트리아나 스위스 등 독일 이외의 나라에서 인턴십을 할 수도 있다. 물론 거의 모든 유럽 국가가 모국어와 함께 영어를 쓰기 때문에 독일어권이 아니더라도 유럽 대륙에 있는 국가에서는 어렵지 않게 인턴십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융 분야에서 인턴을 희망한다면, 이 분야에서 유명한 스위스 은행에 인턴십을 지원할 수 있다. 독일어를 쓰기 때문에 언어 제약도 없다. 또 건축 분야에서 인턴을 하고 싶다면 독특한 건축양식을 자랑하는 스페인 회사의 문을 두드려볼 수 있다. 


회사들도 인턴십을 통해 유능한 인재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카를스루에공대는 매년 커리어 박람회를 주최하는데, 수많은 기업이 캠퍼스에 대형 텐트를 쳐 놓고 자사에서 일할 학생들을 찾는다. 학생들은 이들과 면담하며 인턴십 자리를 찾을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졸업 후 일할 정규직 자리를 얻기도 한다. 


학교가 주최하는 박람회 외에 학생들로만 구성된 그룹도 기업과 만남을 주선한다. 공학 분야에서는 ‘본딩(bonding)’ 그룹이 유명하고, 금융 분야에서는 카를스루에공대 학생 그룹인 ‘리스크(RISK)’ 그룹이 활발히 움직인다. 리스크 그룹에서 매년 6월경 주최하는 ‘뱅킹 데이스(Banking Days)’에는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 등 쟁쟁한 금융 회사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이 굉장히 높다. 
짧은 인턴십이어도 월급은 있다. 보통 한 달에 500~1000유로(약 65만~130만 원)다. 물론 독일에도 ‘열정페이’를 이유로 월급 한 푼 안 주는 회사도 있다. 


나는 아헨공대 기계공학과를 자퇴하기 전에 인턴십을 해봤지만, 카를스루에공대 경제수학과에 입학한 뒤에는 아직 인턴십 경험이 없다. 그래서 지금도 시간이 될 때마다 나에게 맞는 인턴십 자리를 찾고 있다. 


최근 눈길이 가는 곳은 스위스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인턴십이다. 과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연구소로, 세계에서 가장 큰 입자가속기인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유럽 국가 시민권이 지원조건 중 하나라서 지원하지 못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이곳에서 일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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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원창섭 독일 카를스루에공대(KIT) 경제수학과 3학년
  • 에디터

    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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