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시간 8월 2일 오후 2시 48분(한국 시간 3일 오전 3시 48분) 플로리다주 펜서콜라 인근 바다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두 명이 탑승한 우주선이 무사히 ‘스플래시다운(착수)’했습니다.
스페이스X가 개발한 ‘크루드래건(Crew Dragon)’이 약 두 달간의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무사히 귀환한 겁니다.
크루드래건이 세계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이라는 점에서 이번 성공은 본격적인 상업 우주여행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 미국 우주인이 45년 만에 육지가 아닌 바다를 통해 귀환했다는 점과, 미국 땅에서 2011년 이후 9년 만에 유인 우주선이 발사됐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크루드래건에 탑승했던 더그 헐리와 밥 벤켄은 귀환 이틀 뒤인 8월 4일 뉴스 컨퍼런스에서 임무 출발부터 귀환까지 전 과정에 대한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 내용을 토대로 크루드래건을 타고 날아간 5월 30일부터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귀환하기까지 64일간의 기록을 그들의 이야기로 재구성했습니다.
■밥
드래건이 지구 대기권에 진입했을 때요? 울부짖고 있었죠. 지상에 가까워질수록 드래건은 점점 뜨거워졌고, 결국 섭씨 1900도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때 드래건이 내는 소리는 기계가 아니라 동물의 울음소리 같았어요. 더그와 제가 마치 동물 안에 앉아 있는 것 같았죠. 그 상황에서도 드래건은 우리를 편안하고 안전하게 보호해줬습니다. 아치돌처럼 단단해서 어떤 공격에도 끄떡없을 것 처럼요.
□더그
우리가 ISS에서 머문 기간이 62일이나 된다니, 시간이 정말 금방 지나갔네요. 그 중 100시간 이상은 우주유영 임무와 과학실험에 썼답니다. 무중력인 우주 환경에서 미세관 구조를 본다거나 액체 방울이 형성돼 움직이는 현상을 관찰했죠. 전기분해로 형성되는 기체 방울을 시험하는 것처럼 다양한 재료 과학 실험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우리가 돌아가기로 계획한 시간이 다가왔더라고요.
■밥
지구로 출발하는 8월 1일 오전, 아들의 전화를 받았어요. 돌아가서 가족을 만나고 싶은 마음만큼 긴장감도 컸죠. 이날 오후 ISS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상공 430km 지점을 지나고 있을 때 ISS에 도킹하고 있던 크루드래건을 해제하고 지구 귀환을 위한 비행을 시작했습니다.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기 직전 크루드래건의 계기판을 보니 시속 2만8000km로 하강하고 있더군요. 이 순간이 우주탐사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 중 하나랍니다.
□더그
무사히 바다에 도착하고 회수선을 기다리는 동안 크루 드래건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도 할견 지인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어요. 첫 번째 전화는 휴스턴에 있는 NASA의 임무통제센터 비행 책임자인 앤서니 바레하에게 걸었죠. “여보세요, 밥과 더그에요. 우리는 지금 대양에 있어요”라고 하자 그가 “알아요. 보이네요”라고 답했죠. (웃음) 밥과 저는 이번 크루드래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5년간 훈련을 받았습니다. 임무를 완벽하게 마칠 수 있었던 건 NASA와 스페이스X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하게 탐사 계획을 세우고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ISS에 도착했을 때 여러 우주비행사의 도움을 받은 점도 빼놓을 수 없네요. 그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밥
민간 우주선으로 우주 왕복에 성공한 건 크루드래건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크루드래건 발사 당시에도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것이고요. 앞으로 우주탐사는 NASA가 민간 우주기업들과 함께하게 될 것이고, 상업 우주 개발도 탄력을 받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