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앤트맨’의 주인공은 핌 입자를 이용해 몸을 곤충만한 크기로 줄인다. 작아진 앤트맨은 목수개미 등에 올라타 격렬한 액션을 펼친다. 덕분에 관객들은 ‘전지적 곤충 시점’을 즐길 수 있다.
시암나스 골라코타 미국 워싱턴대 전기및컴퓨터공학과 교수팀은 이렇게 영화를 통해서나 볼 법한 시점을 현실로 만들었다. 곤충의 등에 장착할 수 있는 작고 가벼운 로봇 카메라를 개발한 것이다. 로봇 카메라는 초당 최대 다섯 장면을 촬영하고, 120m 떨어진 거리에서 스마트폰으로 무선 조종할 수 있다.
연구팀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곤충의 시각 방식을 모방했다. 가령 파리는 먹이처럼 또렷하게 주시해야 하는 물체가 있을 때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주변부는 겹눈으로 보면서 에너지를 아낀다.
연구팀은 팔이 달려있어 60도 이상 회전할 수 있는 248mg 무게의 로봇 카메라를 만들었다. 무선으로 높은 전압을 걸면 팔이 움직이면서 카메라가 곤충의 시선을 따라가고, 이후 전압을 멈추면 로봇팔이 그 상태로 정지했다가 몇 분 뒤 카메라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도록 설계했다. 카메라는 파리의 겹눈처럼 에너지 소비가 적은 흑백카메라를 사용했다.
이번에 개발한 로봇 카메라는 6시간까지 녹화가 가능하다. 연구팀은 딱정벌레 등에 로봇을 장착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로봇 카메라에 딱정벌레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가속도계를 달아 딱정벌레가 움직일 때만 카메라를 작동시키자 배터리 사용 시간이 1~2시간에서 6시간으로 크게 늘었다.
골라코타 교수는 “실제 살아있는 곤충의 생태를 1인칭 시점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이렇게 작고 가벼우며 무선 촬영까지 가능한 장치는 없었다”며 “초소형, 저전력, 저중량 로봇 개발에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7월 15일자에 실렸다. doi: 10.1126/scirobotics.abb0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