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은 대왕고래다. 수염고래류에 속하는 대왕고래의 몸길이는 30m, 몸무게는 100t(톤)에 이른다. 육상동물 중 가장 큰 코끼리(몸길이 5~7m)의 4배가 넘는다. 대왕고래가 이같이 큰 몸집을 가지게 된 이유는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다. 그런데 최근 국제공동연구팀이 고래의 먹이 사냥 패턴을 분석해 이유를 알아냈다.
제레미 골드보겐 미국 스탠퍼드대 홉킨스해양연구소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고래류의 먹이 섭취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크기가 다양한 돌고래와 고래 300여 마리에 센서를 부착했다. 이를 통해 고래의 행동반경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영상으로 먹이 섭취방법을 촬영해 분석했다.
그 결과 고래의 몸집은 먹이 섭취 방식에 따라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크릴새우처럼 작은 먹이를 흡수하듯이 섭취하는 대왕고래는 몸집이 크지만, 해저에서 어류를 사냥하는 이빨고래는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았다. 일반적으로 육상동물은 몸집이 클수록 큰 먹이를 섭취한다고 알려졌는데, 고래는 반대였다.
연구팀은 몸집이 큰 고래일수록 먹이 사냥의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빨고래는 사냥을 하기 위해 심해로 잠수하는 등 에너지 소모가 커 몸집을 늘리기가 힘든 반면, 대왕고래는 유영하는 과정에서 바닷물과 함께 다량의 먹이를 섭취하는 방식이어서 에너지 소모가 덜해 몸집을 불리기 쉽다는 것이다.
골드보겐 교수는 “대왕고래는 특유의 사냥방식을 이용해 짧은 시간에 많은 열량을 섭취한다”며 “이런 전략은 짧은 시간에 지방을 축적하고 큰 몸집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12월 13일자에 발표됐다. doi: 10.1126/science.aax9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