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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원소] 금...세상을 이끌어온 노란빛, 인류의 영원한 보물

 

귀금속 하면 금, 금 하면 귀금속...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줄곧 금은 귀금속의 대명사였다. 금이 비단 귀금속으로써의 가치만 지닌 것은 아니다. 사실 금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맹활약해온, 
그리고 앞으로 더욱 빛날, 인류를 위한 진정한 보물이다.

 

안정적이어서 아름다운, 귀금속의 대명사


머릿속으로 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노랗게 반짝이는 외관이 생각날 것이다. 살짝 붉은빛을 머금은 채 아름다운 노란 광택을 자랑하는 금은 대부분 은백색을 띠는 다른 금속에 비해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광학적 특성을 보인다. 


이는 금의 독특한 반사 특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은백색을 띠는 금속은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대부분 반사한다. 하지만 금의 경우 청색계열의 파장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파란색의 보색인 노란색으로 보이게 된다. 


그렇다고 금이 반짝이는 외관만으로 귀금속이 된 건 아니다. 귀금속은 시간이 지나도 그 아름다움이 변치 않아야 한다. 금은 화학적으로 굉장히 안정한 물질이다. 다른 물질과 잘 반응하지 않아 시간이 지나도 광학적인 특성이 변하지 않는다. 


금보다는 저렴하지만 귀금속으로 분류되는 은 또한 다른 물질들에 비해 화학적 반응성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은의 경우 황 성분을 만나면 산화돼 검게 변한다는 약점이 있다. 반면 금의 경우 웬만한 강산에도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성이 뛰어나다. 금을 녹이기 위해서는 특별히 제작된 왕수(王水)라는 용액이 있어야 가능하다. 


금은 인체 내에서도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안정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충치 치료 후 생긴 구멍을 메울 때 금을 사용하며, 금으로 음식을 장식하거나 심지어 먹기도 한다. 


금은 다른 금속에 비해 전성(압력을 가했을 때 부서지지 않고 얇게 펴지는 성질)과 연성(당겼을 때 끊어지지 않고 길게 늘어나는 성질)이 뛰어나 다양한 모양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번쩍이는 외관, 낮은 화학적 반응성, 가공의 용이성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춘 셈이다.


이런 특성 덕분에 금은 대표적인 귀금속 재료로서 인류에게 오랫동안 널리 사랑받았다. 고대 이집트부터 금은 가치 있는 금속으로 중요하게 여겨졌으며, 고대 그리스 또한 금을 불멸과 명예 그리고 부의 상징으로 여겼다. 


비록 불가능한 꿈이기는 했지만, 화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연금술(alchemy)의 경우 이름 그대로 흔한 물질을 금으로 바꾸는 것이 목적 중 하나였다. 그래서 화학 발전에서 금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중세 건물의 유리창에 여러 가지 아름다운 무늬나 그림을 그려서 칠한 스테인드글라스 또한 물감 재료로 금을 사용했다.


금은 사회를 뒤바꾼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미국 서부에서 금광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려온 이후 ‘골드러시(Gold rush)’라는 말 그대로 사람들은 금을 캐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특히 1949년경 성행했던 캘리포니아 골드러시를 살펴보면, 골드러시 이전에는 불과 1000명 남짓에 불과했던 샌프란시스코의 인구가 골드러시 이후 2년 만에 2만5000여 명으로 25배가량 급격히 늘어났다. 금이 미국의 인구분포, 나아가 미국 발전의 역사를 바꾼 원동력이 된 셈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당시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범국민적인 ‘금 모으기 운동’을 벌이기도 있다. 이렇게 모인 금은 해외로 팔렸고, 이는 외화 획득과 무역수지 흑자로 이어졌다. 이 역시 금이 사회에 미친 영향력이라고 볼 수 있다.

 

늘어나고 얇아져 반도체 연결단자로


이제 화학적인 관점에서 금을 살펴보자. 화학적으로 금은 11족에 속하는 전이금속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전이금속과 달리 금은 다른 물질이 표면에 접근해 와도 결합을 잘하지 못하고 미끄러져 나간다. 때문에 다른 물질과 쉽게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화학적으로는 안정성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금의 반응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금속 원소들과 섞여 여러 가지 합금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귀금속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로즈골드와 화이트골드 제품도 금에 금속을 섞은 것이다. 로즈골드의 경우 금에 구리를, 화이트골드의 경우 금에 은이나 팔라듐을 섞어 만든다. 


많은 금속이 그렇듯 금은 상온에서 고체 상태로 존재하며, 원소 한 종류만으로도 안정적으로 존재한다. 이런 금 원자들 사이에는 자유전자가 존재하는데, 자유전자는 금 원자들 사이에서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이들 자유전자 덕분에 금은 뛰어난 전기 전도성과 열 전도성을 가진다. 사실 이는 금이 속한 11족 원소들의 전반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11족에 포함된 금과 은, 구리(공교롭게도 11족에는 금, 은, 동메달이 다 모여있다!)는 모두 전기 전도성이 뛰어난 소재로, 금은 은과 구리 다음으로 단위 부피당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다. 이 세 소재 모두 전류를 전달하는 용도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금은 구리나 은과 달리 부식에 강하고 전성과 연성이 셋 중 가장 뛰어나다. 이 때문에 아주 얇은 선이 필요한 반도체 연결 단자로 많이 활용된다. 사실 전성과 연성 또한 자유전자 덕분에 생긴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전자 덕분에 현재와 같은 정보화 사회에서도 금은 소중한 존재로 대우받고 있는 셈이다. 

 

 

진단부터 치료까지, 금 나노입자의 활약


현재 과학자들은 입자(particle) 형태의 금에 주목하고 있다. 금을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단위의 입자로 매우 잘게 쪼개면 우리가 알고 있던 노란색이 아닌 붉은빛을 띠게 된다. 이렇게 금이 붉은빛을 나타낼 정도로 수십nm 수준의 아주 작은 나노입자로 쪼개면, 금 나노입자 내부의 자유전자가 빛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빛과 상호작용하는 금은 ‘표면 플라스몬 공명(Surface plasmon resonance)’이라는 강력하고 유용한 광학적 특성을 나타내게 된다. 표면 플라스몬 공명이란 나노입자의 표면에 있는 자유전자들이 빛에 의해 집합적으로 진동하면서 강한 전자기장을 발생시키는 현상이다. 이를 활용하면 빛과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조절할 수 있다. 이렇게 빛과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분야를 ‘플라스모닉스(Plasmonics)’라고 부른다. 


용어만 들으면 굉장히 복잡하고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이는 과거 유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로마 시대 ‘리쿠르고스 컵(Lycurgus cup)’이라는 독특한 유물이 있다. 평범한 유리컵처럼 보이는데, 빛을 비추면 색깔이 변한다. 빛을 앞에서 비추면 초록빛을, 뒤에서 비추면 붉은빛을 띤다. 이 컵 또한 표면 플라스몬 공명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소량의 금 나노입자가 포함된 유리로 만들었기 때문에 빛을 비추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물론 금 나노입자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금 나노입자를 처음으로 합성한 사람은 영국의 화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마이클 패러데이다. 그는 1857년 염화금 용액을 인으로 환원시키는 반응을 통해 최초로 금 나노입자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여러 학자가 금 나노입자를 이용해 빛의 산란을 연구했다.


현재 금 나노입자 기술은 발전을 거듭해 크기와 모양을 원하는 대로 균일하게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나노입자의 결정구조와 광학 특성 또한 정확히 분석해 조절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입자 표면에 DNA나 항체 등 생체 기능성 물질을 붙여서 바이오 물질의 감지나 시각화 등에도 쓰기 시작했다. 

 


이 기술이 사용된 제품은 약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임신 진단 테스트기다. 임신이 되면 여성의 몸에서는 인간융모성선자극호르몬(HCG)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을 감지해 임신 여부를 확인한다. 이때 테스트기 안에 들어있는 호르몬 감지 물질이 항체가 붙은 금 나노입자다. 만약 소변 속에 HCG가 존재한다면 테스트기 내의 항체에 HCG가 결합하면서 항체에 붙은 금 나노입자로 인해 붉은 띠가 나타난다. 


또 인플루엔자나 일부 암 진단에도 금 나노입자의 광학 신호가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금 나노입자가 가지는 광열특성(빛을 받으면 열을 내는 특성)을 활용해 체내에서 빛으로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다기능성 프로브(탐침)도 개발되고 있다. 


이밖에 DNA 등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분자를 금 나노입자 표면에 붙여서 이들의 활성을 조절하고 활용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많은 입자의 조합 과정과 결정 형성 과정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초격자(Superlattice)와 초결정(Supercrystal) 기술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현재 금 나노입자는 금 연구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앞으로 금은 단순한 귀금속을 넘어서 플라스모닉스, 광학, 재료공학, 촉매, 전자공학, 생명공학, 의학 등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향후 과학의 발전을 책임지는 귀중한 보물이 될 것이다. 

 


 

남좌민.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서울대 화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무기화학과 나노화학을 가르치고 있다. 플라스모닉스를 비롯해 금속나노화학, 나노바이오기술 분야를 연구 중이다. jmnam@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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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남좌민 서울대 화학부 교수
  • 에디터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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