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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까지 보존 목표 하나도 못 이뤄

이번 보고서의 성적표는 다소 우울하다. 2002년 열린 생물 다양성협약에서는 193개국이 멸종위기 동·식물을 보호하고 생태계을 보전하기 위해 2010년까지 21가지 목표를 이루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이 목표를 100% 달성한 항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각국은 전 세계 생태지역 가운데 최소한 10%를 보전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당초 목표치의 절반 정도만 보전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몇몇 보호지역에서는 관리가 엉망이었고 바다와 호수, 강에서 보전 노력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파괴되는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체 수가 줄어들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에 대한 보전 목표도 거의 이루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체 수가 급감하거나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는 동·식물은 전지구적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멸종위기종의 숫자도 더 늘었으며 몇몇 종은 보전 노력을 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개체 수가 더 급감한 것으로 나왔다. 특히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위협이 되는 무분별한 소비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국제적으로 무역이 금지된 멸종위기종 동물과 꽃에 대한 거래도 여전히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시장에서 야생화와 야생동물의 무역이 이뤄지면서 거래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을 통해 증가세가 조금씩이나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류·양서류 40% 멸종

현재까지 발견돼 인류가 알고 있는 생물은 동물이 150만 종, 식물이 50만 종에 이른다. 보고서에 따르면 척추동물의 경우 조류 1만 종, 양서류 6만 종, 포유류 5000종이 멸종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1970~2006년 척추동물 개체 수는 31%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열대지역에서는 59%, 청정해역에서는 41%가 자취를 감췄다. 척추동물의 세계적 분포를 통해 생물다양성을 측정하는 ‘살아 있는 지구 지수(Living Planet Index,LPI)’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1970년 이후 온대지역의 생물 개체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남동아시아와 태평양 섬 지역, 극지에서는 새들이, 남동아시아에서는 포유류가, 중남미와 카리브 연안에서는 양서류가 급격히 줄고 있다. 실제 지금의 개체 수 감소 추세는 1970년대 중반 이후 열대 지역에서 척추동물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발생한 것이다.

동물 중에서는 양서류와 새들이 가장 크게 줄어들었다. 1960년대 이후 양서류의 42%가 사라졌다. 1968~2003년 북미 지역에서 서식하는 야생조류 40%가, 1980년대 이후 유럽의 농촌 지역에서 기르는 조류 절반(50%)이 사라졌다. 현재도 1200종이 넘는 물새 가운데 44%가 줄고 있는 추세다. 이들 가운데 식용이나 약용으로 쓰이는 동물의 감소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보고서는 이 외에도 식물종의 23%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나와 말리, 나이지리아, 잠비아에 사는 어린이의 60%가 허브로 열병을 다스린다고 조사했다. 특히 네팔의 경우 450종이 넘는 약초를 민간요법으로 쓰고 있다. 전 세계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 인구 중 80%가 식물을 약으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이들 약용 식물이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고는 있지만 과도한 채집으로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쌀 품종만 보더라도 1950년대 중국에서 4600종에 이르던 품종이 2006년에는 1000종으로 크게 줄어 유전적 다양성도 위협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 같은 생물 멸종에 인간이 직접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산업화와 무분별한 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동남아시아, 남미에서 생물종 감소가 두드러진다.

지구는 동식물이 서로 유기적인 작용을 하는 거대한 ‘에코시스템’이다. 하나의 종이 사라지면 그 종을 먹고사는 종은 얼마 못 가 개체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인간도 예외일 수는 없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관계자는 “생물 멸종이 가속화되면 결국 인간 사회도 붕괴될 수밖에 없다”며 “종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멸종 속도 빨라져 인간 사회 위협할 것”

열대 산림의 채벌이 주춤하고는 있지만 숲과 산림 개발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2010년까지 13만km2의 숲이 사라졌다. 이는 1990년대 사라진 16만km2보다 적은 면적이지만 제주도(1848km2)의 70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숲의 파괴는 이상 기후와 강수량의 급격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숲 외에도 남·북반구의 열대우림과 사막 중간에 분포하는 열대초원인 사바나 지역과 초지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아프리카에서는 앙골라부터 탄자니아에 이르는 넓은 초지 가운데 알제리 면적과 맞먹는 240만km2가 사라졌다.

보고서는 또 “산업용수와 농업용수, 상하수도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강과 하천, 호수, 습지는 다른 어떤 생태계보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1985년까지 56~65%의 담수가 말라붙었으며 특히 그리스는 1930년대 이후 73%의 습지가 사라졌다. 이 밖에도 대부분의 해양 생물들이 모여 사는, 해양 생태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산호초 역시 해양오염과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난 10년간 20% 이상 면적이 줄었다.

보고서는 “생물의 멸종속도와 서식지 감소는 이번 세기에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생물다양성이 떨어지면 인간 사회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기후변화에 따라 동식물의 서식지가 최소 수백~수천km씩 옮겨가거나 아예 사라질 경우 농업과 어업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청정해역의 오염은 어류의 감소를 가져와 결국 어업을 주업으로 삼는 저소득층의 생업과 식량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환경 전문가들은 현재 생물의 멸종속도를 ‘평균 20분에 1종’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강도 높은 규제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나서서 온실가스 배출을 직접 규제하는 것 같은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 각국 정부가 강력하게 거주지를 제한하고 토지개간, 어업 공간을 규제하고 주요 보호지역의 출입금지, 바이오연료 확산 금지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 전문은 생물다양성기구 홈페이지(www.cbd.int)에서 볼 수 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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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박근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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