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우주가 137억9900만 년(±2100만 년) 전에 발생한 대폭발로 탄생해 지금에 이르렀다는 빅뱅 우주론에 대해 학계에서 더 이상 이견이 없다.
물론 처음부터 빅뱅 우주론이 순조롭게 받아들여진 건 아니었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은 ‘허블의 법칙’으로 널리 인정됐지만, 그 시작이 한 점이었다는 가설을 인정하지 못하고 다른 가설을 주장하는 물리학자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가설이 ‘정상우주론’이다. 우주는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히 존재하며, 일정 부분 팽창하지만 그 공간을 메우기 위한 새로운 물질이 꾸준히 만들어진다는 내용이 정상우주론의 핵심이다. 정상우주론 지지자들은 “그럼 우주가 맨 처음에 ‘꽈광(Big Bang)’하고 생겨났다는 것인가”라며 빅뱅 우주론을 비꼬았는데, 그 덕분에 빅뱅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처음에는 정상우주론이 힘을 얻는 듯 했지만, 빅뱅 우주론을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가 발견되면서 둘의 싸움은 점점 기울어졌다. 결정적인 카운터펀치는 우주배경복사 관측이었다. 빅뱅 우주론을 지지한 러시아 출신 물리학자 조지 가모프는 1948년 ‘빅뱅 후 우주는 천천히 식어 약 30만 년 쯤 뒤에 3000K(절대온도)가 됐고, 이때부터 전 우주에 고르게 퍼져있던 광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해 인간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던 1964년 미국에서 이상한 전파가 관측돼 이를 분석해보니, 가모프의 말대로 우주 탄생 이후 약 38만 년이 흐른 시점에서 발생한 3000K의 마이크로파였다(우주배경복사가 처음 생성될 당시 3000K였으나, 우주 팽창으로 점점 온도가 떨어져 지구에서 관측할 당시에는 2.725K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그 당시 물질들이 항성이나 은하 형태로 뭉쳐 있는게 아니라 전 우주에 고르게 퍼져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로써 우주는 천천히 식으면서 진화했다는 가설이 입증됐고, 빅뱅 우주론은 정설로 굳어졌다.
그렇다면 최초의 특이점은 왜 뜬금없이 폭발한 걸까. 안타깝게도 빅뱅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일어났는지는 여전히 모른다. 과학자들은 실험으로도 이론으로도 이를 풀지 못하자 상상력을 더해 빅뱅의 원인을 그럴 듯하게 설명하는 몇 가지 이론을 만들었다.
우주가 (양자적인) 무(無)에서 양자요동을 통해 탄생했다는 이론, 우리의 우주가 거품처럼 팽창하는 여러 개의 우주들 중 하나임을 주장하는 다중우주이론, 우주가 하나의 점으로 수축된 후 우주의 ‘리셋버튼’이 작동해 다시 빅뱅이 일어난다는 순환우주론 등이다.
빅뱅 직후에는 초고온의 환경에서 지금 우주에 있는 모든 입자와 힘이 하나의 종류로 통일된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우주가 팽창하면서 온도가 낮아졌고, 이로 인해 한데 섞여있던 입자와 힘이 차츰 분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