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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백영고 이정수 양 “문제는 배신하지 않아요”

2019 수능 만점자, 이렇게 공부했다

 

“수능으로 대학에 가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만점을 목표로 공부했어요. 수년 동안 꿈꿔왔던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해 정말 행복합니다.”

 

이정수 양(안양 백영고 3)의 당찬 목소리에서 수능 만점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이 양은 2019학년도 수능에서 국어 표준점수 150점(백분위 100), 수학 133점(100), 영어 1등급(절대평가), 물리Ⅰ 66점(97), 지구과학Ⅰ 69점(100), 한국사 1등급(절대평가)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 양이 여기까지 오는 데 결코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단 한 번 치러지는 수능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이 양의 합격 비결은 바로 물러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오는 간절함이었다.

 

목표부터 정하라

 

이 양은 자신의 꿈을 위해 힘들게 입학한 영재학교를 포기했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에 합격한 이 양은 1학년 때 의대에 가기로 결심한 뒤 영재학교를 포기하고 백영고로 옮겼다. 영재학교의 경우 설립 목적에 따라 의대와 약대 지망 학생에게는 불이익을 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언니를 존경했는데, 언니가 의대 진학을 꿈꾸면서 함께 의사가 되고 싶었다”며 “이공계 양성을 목표로 하는 영재학교의 취지와 내 꿈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결국 영재학교를 포기하고 일반고로 전학을 갔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양은 정시에 모든 것을 걸었다. 내신 때문이다. 그는 “학점제였던 영재학교에서 일반고로 전학을 오는 과정에서 내신 성적에 손해를 봤다”며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시에 모든 걸 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철저하게 전략적으로 정시를 준비했다. 경쟁률이 높은 의대의 특성상 최상위권의 수능 성적이 필요했다. 이 양은 과감하게 과학탐구 Ⅱ 과목을 포기했다. 과학탐구 Ⅱ 과목을 포기하면 서울대에 지원할 수 없다. 지방대 의대에 합격하는 학생은 서울대 이공계 학과에 동시에 합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양은 이런 ‘메리트’를 포기했다.

 

그는 “수능은 과목마다 꼼꼼하게 내용을 공부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과학탐구 Ⅱ는 심화 내용까지 공부해야 해서 결국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영재학교 출신이다 보니 국어와 영어에 약점이 있어 여기에 투자할 시간도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수시에 대한 고민도 하지 않았다. 수시 전형에 필요한 비교과 영역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의연구(R&E) 등 비교과 영역 활동은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이 있는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데 필수다. 배수진을 치고 수능에 임한 셈이다.

 

 

 

 

문제 푸는 양으로 승부하라

 

수능에 ‘올인’했던 이 양은 만점 비결로 ‘문제 풀이’를 꼽았다. 특히 그는 문제의 양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양은 “문제를 풀 때 틀린 문제를 바로 확인하기는 했지만, 오답 노트를 만들거나 따로 틀린 문제를 정리하지는 않았다”며 “‘문제 양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문제를 많이 푸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념을 익히는 과정에도 문제 풀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양은 “모르는 개념이 있을 때는 관련된 문제를 풀면서 기존에 알고 있던 개념을 토대로 새로운 개념을 추론했다”며 “문제를 풀면서 개념을 익히면 머릿속에 더 오래 남았다”고 밝혔다.

 

매년 수능 만점자의 정석과도 같은 답변인 ‘교과서만 봤다’는 이 양에게도 적용된다. 다만 그는 기본기를 다지는 데 교과서를 활용했다. 이 양은 “기본 개념을 다지지 않고 문제를 풀기는 어려운 만큼 교과서를 많이 읽으며 기본을 탄탄하게 다졌다”며 “특히 외워야 할 지엽적인 내용이 많은 지구과학 과목의 경우 교과서를 4~5번씩 읽으며 개념을 익혔다”고 말했다.

 

이 양은 고등학교 3학년 1년간 문제집을 많이 푸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일정 수준의 선행 학습을 감수해야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수능에 출제되는 개념을 모두 익히겠다고 계획했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1년 이상의 과도한 선행 학습은 의욕을 떨어뜨려 오히려 독이 되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문제집은 가리지 않았다. EBS 교재부터 수능 기출문제, 일반 문제집과 모의고사까지 닥치는 대로 풀었다. 문제 양이 쌓여갈수록 문제 푸는 속도를 높였다. 이 양은 “문제를 많이 풀어야 시험장에서 어떻게 시간을 분배할 지에 대한 감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로 단련된 그의 풀이 속도는 압도적이었다. 수능 수학 영역의 경우 100분 동안 30문제를 풀어야 한다. 수학 영역에서 보통 21번과 29번, 30번은 난이도가 높은 문제로 출제돼 ‘킬러 문항’으로 불린다.

 

이 양은 1~20번에 20분, 21번에 10분, 22~28번에 10분, 29번과 30번은 각각 10~20분을 배정했다. 이 방식대로라면 최대한 속도를 낼 경우 60분 만에 30문제를 모두 푼다는 말이 된다. 이후 남는 시간은 검산에 활용했다.

 

이 양은 “결코 쉽지 않았다”면서 “수능에서 이 속도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습했다”고 말했다.

 

 

잠이 보약, 규칙적으로 생활하라

 

한때 ‘4당5락(4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5시간 자면 대학에 떨어진다)’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수험생에게 수면 시간 관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이 양은 매일 7~8시간을 잤다. 그는 “수면 시간이 컨디션 회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고등학교 3년 내내 밤 12시 전에 취침해 아침 7시경 일어나는 습관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깨어있을 때 맑은 정신으로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양은 하루에 10~12시간 공부했다.

 

규칙적인 생활 덕분에 별도로 체력 관리를 하지 않았지만 큰 무리가 없었다. 그는 “다행히 수능 시험장도 집에서 가까워 시험 당일 평소처럼 7시에 일어날 수 있었다”며 “덕분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험에 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불수능’에 당황하긴 했다. 1교시 국어 영역이 가장 당황스러웠다. 그는 “악명이 높았던 31번은 과학탐구로 물리Ⅰ을 선택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화법이나 작문, 문법 등 앞부분 문제부터 난도가 높아 시간 관리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2교시 수학 영역은 무난했다. 이 양은 “수학마저 어려웠다면 아마 ‘멘탈 붕괴’가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3교시 영어 영역은 90점만 넘기면 되는 절대평가의 특성상 심리적 부담이 덜했다.

 

4교시 과학탐구 영역에서 이 양은 물리Ⅰ과 지구과학Ⅰ을 선택했다. 그는 “영재학교 재학 당시 물리올림피아드를 준비했던 만큼 물리에 자신이 있었다”며 “과학탐구 과목 중 물리, 그리고 물리와 연계성이 높은 지구과학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과학동아 열혈 독자, 자매 의사 꿈꿔

 

영재학교에 진학했을 만큼 어릴 때부터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이 양은 과학동아의 열혈 팬이다. 이번 인터뷰도 과학동아 독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기꺼이 응했다. 

 

그는 “과학동아를 통해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영재학교 진학을 준비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영재학교에 진학하면서 기숙사 생활 때문에 구독을 중단해야 했는데, 너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이 양은 서울대를 제외한 다른 대학의 의대 여러 곳에 지원할 계획이다. 이 양의 언니는 이미 의대에 18학번으로 입학했다. 이 양도 의대 진학이 확정되면 ‘자매 의사’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이 양은 “의대에 합격한다면 언니와 함께 향후 진로를 의논할 것”이라며 “버팀목이 돼 줄 언니가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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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신용수 기자
  • 사진

    남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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