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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한반도 습격 시작한 남미붉은독개미

 

지구상의 어떤 생물이든 주위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살아가는 생물은 없다.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정 곤충 때문에 걱정이 많다. 언론에도 이 곤충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바로 남미붉은독개미(Solenopsis invicta)다.


필자는 이 개미의 이름을 명명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고충을 느꼈다. 이흥식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기술센터 연구관과 긴 논의 끝에 남미붉은독개미라고 부르는 데 합의했다. 일단 국내에 서식하는 불개미와는 분류학적으로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한국 불개미와 묶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개미의 명칭을 놓고 말이 많다. 필자는 먼저 이 개미를 왜 남미붉은독개미라고 불러야 하는지 밝히고 싶다. 국내에서 불개미(Formica yessensis)로 불리는 개미는 불개미아과(Formicinae)에 속하는 개미로 배자루마디(개미의 가슴과 배마디를 연결하는 중간연결마디)가 한 개이고, 배마디 끝에 침이 없다. 하지만 남미붉은독개미는 외국에서 유입된 개미로 다른 개미들과 달리 솔레놉신(solenopsin)이라는 독성분을 분비한다. 남미붉은독개미는 두마디개미아과(Myrmicinae)에 속하고, 배자루마디가 두 개다. 또 배마디 끝에 있는 독침으로 독을 내보낸다. ‘열마디개미’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필자는 이 명칭이 남미붉은독개미의 특성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왕개미, 매년 생식개미 4000~6000마리 낳아


남미붉은독개미의 여왕개미는 비온 뒤 1~2일이 지나고 기온이 24도 정도가 됐을 때 결혼비행을 시작한다.

 

수개미가 지표면에서 100~300m를 비행할 때 여왕개미(공주개미)가 지표면에서 60~120m 비행해 결혼비행을 한다.

 

7월 7일 인천 중구 인천컨테이너터미널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들이 컨테이너에 소독약을 뿌리며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날 이곳에서는 야적장 바닥 틈새에서 남미붉은독개미 일개미 70여 마리가 발견됐다.

 

 

결혼비행이 끝난 뒤 여왕개미는 뒷다리의 빗살모양돌기를 이용해 홀로 자신의 날개를 제거한다. 여왕개미는 교미(결혼비행)를 마치고 24시간 뒤에 10~20개의 알을 낳는다. 알에서 애벌레(유충)가 부화하면 여왕개미가 영양물질을 분비해 유충을 키워서 번데기 단계에 이르게 된다.

 

여왕개미의 첫 번째 일개미들이 우화(번데기에서 성충이 되는 과정)된 뒤에는 75~125개의 알을 더 낳는다. 나중에는 하루에 최대 1500개의 알을 낳기도 한다. 유충 단계는 보통 12~15일이고, 번데기 단계를 9~16일 거치면 성충개미가 된다.

 

지난해 9월 28일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남미붉은독개미가 처음 발견됐다. 그 뒤 평택항과 인천항에서 잇따라 발견되면서 불안감이 커졌다.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필자인 류동표 상지대 교수(가운데)를 비롯한 민간 전문가들과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들이 정밀조사를 벌였다.

 

 

다른 개미들과는 달리 남미붉은독개미는 일련의 크기로 형성된 개체들로 이뤄져 다른 개미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몸집은 대략 2.4~6.0mm로 다양하고, 일개미의 수명은 60일 정도 된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없는 실험실 조건에서는 70주에서 최대 97주까지 살기도 한다. 여왕개미는 부화하고 6~8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생식개미(공주개미, 수개미)를 연간 4000~6000마리 생성한다. 여왕개미의 수명은 2~7년이다.

 

 

국내에서는 생태계교란종 지정


남미붉은독개미는 1933~1945년 무역선을 타고 남미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면서부터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남미붉은독개미는 현재 미국 13개 주 1억2800만 헥타르(128만km2)에 분포하고 있다.

 

주요 서식처는 농업 지역, 해안지대, 숲, 수로, 호수, 연못, 저수지, 강, 시내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햇볕이 많이 드는 열린 지역(도시공원, 운동장, 골프장)을 좋아해 도심의 도로나 철도, 건물 등을 따라 양지 바른곳에도 많이 서식한다.


겨울철에는 개미 군체가 인도의 보도블록이나 건물로 이동한다. 해발 5~145m의 고도에서 대부분 서식하고, 에이커(약 4049m2) 당 평균 200개의 마운드(서식처 혹은 군집)를 만든다.


남미붉은독개미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이면서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교란종이다. 가령 열대독개미는 남미붉은독개미가 없을 때는 약 83%에 걸쳐 분포하지만(한 지역의 생물 생태계 내의 곤충들 중 83%가 열대독개미라는 뜻), 남미붉은독개미가 나타나면 7% 수준으로 줄어든다. 다른 종의 분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28일 부산에서 처음 발견됐고, 올해 평택과 인천에서 발견되면서 남미붉은독개미의 국내 유입 우려가 현실화돼 가는 듯하다.

 

 

강한 독으로 과민성쇼크 유발


필자는 언론에서 이 개미를 두고 ‘살인개미’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직접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남미붉은독개미집에 오른손을 넣어 봤다. 찌릿한 통증을 계속 주면서 큰 턱으로 끈질기게 손을 물고 독침을 쏘는 양상이 국내에 서식하는 개미와는 확연히 달랐다.


현재까지 미국에서는 매년 1000만 명 이상이 남미붉은독개미에 물고 쏘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 개미에 쏘이거나 개미가 전선을 뜯어놓고 개미산을 분비해 화재가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약 1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대상은 가축이다. 방목해 키우는 드넓은 초원에서 남미붉은독개미에 쏘여서 임신한 동물이 유산하는 경우도 있어 가축의 피해가 큰 편이다.


남미붉은독개미의 독성분은 과민성쇼크를 일으킬 수 있는 솔레놉신으로, 단백질 성분인 벌의 독과는 확연히 다르다. 독개미에 쏘이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장갑을 끼거나 긴 옷을 입는 게 좋고, 남미붉은독개미집을 절대로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만약 쏘였을 경우 30분가량 호흡을 안정시키고, 과민성반응을 보일 경우에는 응급조치를 받아야 한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어린이와 노약자는 특히 조심해야한다.

 

 

내륙 분포조사 이뤄져야


현재 부산과 평택, 인천에서 발견된 남미붉은독개미들은 모두 박멸된 상태다. 하지만 국제 무역은 계속 이뤄지는 만큼 이로 인해 남미붉은독개미가 컨테이너를 타고 국내에 유입될 확률은 여전히 높다. 필자는 앞으로도 남미붉은독개미가 자주 출몰할 것으로 추정한다.


항만이나 부두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개미가 살기 어렵다. 하지만 주변에 살기 좋은 환경으로 남미붉은독개미가 이동할 경우 방제 작업은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입 초기인 현재 필자를 포함한 전문가들이 남미붉은독개미 조사에 힘쓰고 있다. 여왕개미가 수출국에서 결혼비행을 마친 뒤 컨테이너를 타고 옮겨올 가능성부터 군체를 형성한 뒤 이동할 가능성까지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 조사에 임하고 있다.


7월 중순인 현재까지는 내륙의 다른 지역에서 남미붉은독개미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신속하고 정밀한 내륙 분포조사가 이뤄져야 적절한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왕성한 번식력으로 자연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으로 알려진 개미이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검역 현장에서 철저한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정부는 곤충의 습성과 활동 시기를 잘 파악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투자에도 힘을 써야 할 것이다.

 

 

류동표
충북대에서 응용곤충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국립식물검역소 연구원과국립산림과학원 박사후연수생을 거쳐 2006년부터 상지대 산림과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국내에 분포하는 개미 분류 및 분포 조사연구, 산림해충 조사연구, 항만에 분포하는 유입 외래종 분포 조사 등을 수행하고 있다. myrmicinae@sangj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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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류동표 상지대 산림과학과 교수
  • 에디터

    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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