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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 우주항공공학전공주임 여재익 "공학으로 국격 높인다"

 

“우주항공공학은 국가를 위해 존재합니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서 우주항공공학전공주임을 맡고 있는 여재익 교수는 우주항공공학전공을 소개해달라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공대의 특정 학과가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니, 예상 밖의 답이었다.

 

교수는 “우주항공공학전공의 연구 주제는 발사체, 인공위성 등 주로 국방 기술이나 우주 개발에 관련돼 있다”며 “자연스럽게 서울대 우주항공공학전공 졸업생 대다수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등 관련 정부 연구기관으로 진로를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주항공공학전공은 서울대에서 국방 관련 연구 과제를 가장 많이 수행하고 있다. 여 교수는 “교수진이 ‘국가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연구하고 가르치다 보니 그런 분위기가 학생들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수진] 발사체부터 드론까지


우주항공공학전공 교수진은 총 15명이다. 연구 분야는 크게 네 가지다. 공기역학, 구조역학, 추진, 그리고 제어 분야다. 전공 내에서는 이들의 앞 글자만 따서 ‘공, 구, 추, 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공기역학은 항공기와 공기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양력과 항력, 공력소음 등의 문제를 다룬다. 구조역학은 항공기에 필요한 재료와 구조를 설계하는 분야다. 추진은 항공기와 우주 발사체의 추진, 위성 자세 제어 등에 필요한 추진 시스템을 연구하고, 제어는 항공기의 비행 성능을 높이고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시키는 항법기술 등을 연구한다.

 

 

이들 연구 분야 가운데 최근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주제가 제어 분야의 드론 연구다. 무인비행체인 드론을 안전하고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 등을 연구한다. 김현진 교수팀은 드론을 위한 지능형 의사결정기술을 개발해 한국공학한림원이 2017년 12월 선정한 ‘미래 100대 기술과 차세대 주역’으로 선정됐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은 올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인텔이 선보인 ‘드론 쇼’처럼 여러 대의 드론이 대형을 바꾸는 군집 비행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여 교수팀이 개발한 ‘무통증 휴대용 인슐린 펜’도 ‘미래 100대 기술과 차세대 주역’으로 선정됐다. 무통증 휴대용 인슐린 펜은 당뇨 환자들이 통증 없이 인슐린을 주사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로, 2011년 여 교수팀이 개발한 ‘바늘 없는 주사기’를 개량한 것이다.


우주항공공학자가 왜 주사기를 개발했는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면 수긍이 간다. 여 교수팀은 우주 발사체 추진 기술의 원리를 적용해 바늘 없는 무통증 주사기를 만들었다.

 

우주 발사체는 엔진에서 연료를 연소시킬 때 생기는 가스의 추진력을 이용해 무거운 발사체를 하늘로 쏘아 올린다. 연구팀은 이와 동일한 원리로 주사기 내부에 있는 물에 순간적으로 플라스마 방전을 일으켜 미세한 폭발을 일으킨 뒤 그 힘으로 약물을 방출시켜서 체내로 주입시키는 장치를 만들었다.

 

여 교수팀의 연구는 우주항공기술을 다른 분야에 적용한 대표적인 스핀오프 사례로 꼽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매년 자체 개발한 우주항공 기술이 다른 산업계나 제품에 적용된 사례를 모은 보고서 ‘스핀오프(Spinoff)’를 발행하고 있다. 여 교수는 “‘공, 구, 추, 제’ 네 개 분야에서 기초를 탄탄히 다져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우주항공공학전공의 목표”라고 말했다.

 

 

[교육 프로그램] 3학년까지 기본기에 중점


우주항공공학전공의 교과과정은 단순하면서도 명료하다. 재학생들은 1학년부터 3학년 1학기까지 공기역학과구조역학, 추진 그리고 제어 등 4개 분야에 대한 기초를 다진다. 그리고 3학년 2학기부터는 관심 분야를 정해서 심화학습을 진행한다. 여 교수는 “반도체나 바이오 등 다양한 최신 분야를 교과과정에 넣을 수도 있겠지만, 우주항공과 관련된 기초를 탄탄히 다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4학년이 되면 모든 재학생이 하나의 분야와 주제를 선택해 교수의 지도 아래 1년 동안 연구하고 논문을 작성해야 한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분야에 흥미를 느끼는지 확인하고, 대학원 진학이나 취업 등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는다.

 

여 교수는 “우주항공공학전공의 전체 교과과정이 하나의 큰 시스템을 다루는 엔지니어를 길러내는 데 맞춰져 있다”며 “이 과정을 이수하면 우주항공공학뿐 아니라 자동차공학, 조선해양공학, 화학공학 등 크고 작은 규모의 시스템을 다루는 분야에서 엔지니어로 활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재익 교수팀이 개발한 ‘무통증 휴대용 인슐린 펜’. 발사체 추진 기술의 원리를 적용해 개발했다.

 

 

 

[진로 지원] 교수 1인당 학생 8명 소수정예


우주항공공학전공은 한 학년 정원이 40명 안팎인 소수정예로 운영하고 있다.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10~11명 정도(학부생 기준)인 만큼 교수진과 학생들이 소통할 기회가 많다.

 

특히 발사체와 인공위성, 인간동력항공기 등 전공과 연계된 동아리 6~7개는 교수들이 직접 지도하면서 학생들의 진로 설정을 돕고 있다. 이들 동아리는 1년 동안 연구개발한 내용을 토대로 매년 ‘항공전’이라는 행사를 개최한다. 서울대 재학생들은 물론 인근 지역의 중·고등학생들까지 방문할 만큼 관심이 높다.

 

교수는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과 4학년 때 진행하는 연구 과정에서 두세 명의 교수와 긴밀히 교류할 기회를 갖는다”며 “그 과정에서 진로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항공공학전공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 관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수시로 외부 전문가들을 초청해 특강도 열고 있다.

 

특히 2019년부터 서울대 대학원에 ‘우주시스템 협동과정’이 정식으로 개설돼 학생들의 진로 선택 폭이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우주시스템 협동과정은 우주항공을 비롯해 기계공학, 에너지, 재료 등 8개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형 교과과정으로 우주개발 분야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모형.

우주항공공학전공의 졸업생 중 상당수가 나로호 발사를 이끈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국가 우주기술 개발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인재상] 열정과 성의라는 ‘엔진’ 필요

 

여 교수는 우주항공공학전공에서 필요한 자질로 수학과 물리학 분야의 탄탄한 기본기, 그리고 어떤 일에든 열정과 성의를 다할 수 있는 적극적인 태도를 꼽았다. 수학과 물리학이 전공 공부를 하기 위해 필요한 학문적인 자질이라면, 열정과 성의를 다할 수 있는 태도는 어디서든 필요한 인재로 성장하는데 ‘엔진’이 되는 자질이다.


여 교수는 “공학을 통해 국격을 높이는 데 동참하겠다는 열정을 가진 엔지니어를 기르는 것이 목표”라며 “교수진도 각 분야에서 꼭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언] 잘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제 경우에는 잘 하는 것을 선택해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여 교수는 인생의 후배이기도 한 청소년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진로 선택의 기준을 ‘내가 잘 하는 것’에 뒀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진로를 두고 고민할 때 좋아하는 일, 선망하는 일과 자신이 잘 하는 일 사이에서 갈등하기 마련이다.

 

여 교수는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할 때 자신이 어떤 과목을 잘 하는지, 뭘 잘 하는지 생각해 보라고 권하는 편이다. 여 교수는 “선망하는 일보다는 잘 하는 일을 선택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며 “잘 하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좋아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그 일을 더 잘 하게 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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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 사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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