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 여러가지 편리함을 주는 플라스틱이지만 사용후 버렸을 때 쉽게 분해되지 않아 심각한 환경오염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오늘날 우리 인류의 문화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소재의 하나로 자리잡았으며 계속 그 응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플라스틱은 그 우수한 성질로 인해 전자 자동차 항공 섬유산업에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 주었지만, 최근에는 자연계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 심각한 환경오염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공장에서 논밭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버리는 쓰레기에 섞여 자연계에 배출된다. 가정에서 나오는 폐플라스틱은 일상용품 잡화류 식품포장재 일회용 식품용기 등이 그 주류를 이룬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에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플라스틱폐기물은 미관상 나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비닐하우스나 밭에서 농업용 필름을 사용한 후 이를 회수하지 않으면 토양중에 버려진 이 필름은 농작물이 필요로 하는 산소 및 영양분의 공급을 차단해 식물과 미생물의 번식을 방해한다. 바다에 버려진 비닐 조각을 먹이인 줄 알고 먹고 죽은 바다거북이나 물고기에 관한 기사가 신문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일본에서 조사한 한 자료에 따르면 해양표류물의 약 60%가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태우면 유독물질이 나와
얼마전 텔레비전에 방영된 한 프로는 이러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바다에서 새우를 잡았더니 새우속에 비닐 조각이 많아 사람 손으로 비닐을 하나하나 골라냈다는 내용이었다. 눈에 보이는 큰 조각이야 골라냈겠지만 아주 작은 조각은 새우젓 속에 섞여 우리 식탁위에까지 올라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난지도 같은 쓰레기매립장에서는 자연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의해 쓰레기가 분해돼 메탄가스가 생성되고 이 가스가 지표로 빠져나와야 하는데, 비닐이 있으면 분해가 잘 안되고 생성된 메탄가스가 지표로 빠져나가는 것도 차단된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사용하고 버린 플라스틱을 다시 회수해 재생함으로써 자원을 아끼고 환경을 보존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자원재생공사에서 이러한 일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데 아직 국민들의 인식수준이 낮아 그다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모아서 소각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고온에서 충분한 양의 공기에 접촉시켜 태우면 플라스틱은 이산화탄소와 물을 생성하고 단량체(monomer)로 변하는데 이때 악취와 유독물질을 함께 발생한다. 특히 PVC(Polyvinyl Chloride) 종류를 연소하면 염화수소(HCl)가스가 나오는데 이 가스는 강산성에 부식성이 강한 유해가스다. 또 스폰지로 잘 알려진 폴리우레탄을 연소하면 시안화수소(HCN) 및 산화질소(NO)가 생성되므로 소각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플라스틱의 회수에 어차피 한계가 있다면 필요한 경우 자연계에서 쉽게 분해될 수 있는 플라스틱을 개발하는데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폴리스틱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이탈리아에서는 쇼핑백 등 포장재에 분해성 플라스틱의 사용을 의무화하고 비분해성 쇼핑백에는 세금을 매기고 있다. 미국 덴마크 오스트리아 독일 등에서는 콜라 맥주 생수 등의 음료수용기에 비분해성 플라스틱의 사용을 규제하며 사용후 쓰레기로 버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전분만 분해되는 생붕괴성 플라스틱
일반적으로 미생물이나 빛에 의해 썩거나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분해성 플라스틱이라 하는데 크게 생붕괴성 플라스틱, 광분해성 플라스틱, 생분해성 고분자로 나눈다.
생붕괴성 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스틸렌 등에 전분을 혼합하고 첨가제를 가한 것이다. 전분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천연 고분자이므로 결국 폴리에틸렌 등의 입자로 붕괴되어 겉으로는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폴리에틸렌 같은 합성고분자는 자연에서 분해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2차잔유물이 남을 수 있다. 따라서 생붕괴성 플라스틱은 환경보전 측면에서 완전한 해결책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현재의 환경문제가 심각한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 쓰레기주머니 쇼핑백 그리고 밭에 쓰이는 멀칭(mulching)필름용 등으로 사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겠다.
현재 미국에서는 폴리에틸렌에 전분을 6~90%까지 섞은 생붕괴성 플라스틱이 실용화되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남아도는 옥수수(전분의 원료)의 활용 및 석유자원의 절약이라는 측면에서도 의의가 있다. 국내에서는 선일포도당(주)에서 산학협동연구로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광분해성 플라스틱은 자외선으로 고분자 결합을 끊어 궁극적으로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원리를 이용한다. 실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 때 자외선 안정제와 광분해 활성제를 적절하게 첨가해, 일정 기간 동안은 플라스틱이 안정되게 하다가 그 이후에 빠른 속도로 광분해가 일어나게 한다. 따라서 농업용 비닐로 적합하다. 국내에서는 조양흥산(주)에서 광분해성 플라스틱을 생산해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생분해성 고분자는 자연계에서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스스로 분해되는 고분자를 말한다. 플라스틱으로 사용하기에 물성이 우수한 고분자를 몇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얼마전 미국 듀폰사는 폴리락타이드(polylactide)공장 건설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고분자는 젖산을 화학적인 방법으로 중합해서 얻을 수 있다. 요즘 많이 쓰는 일회용 컵의 내면은 비분해성 고분자로 코팅되는데 고분자가 분해되지 않으므로 일회용 컵 또한 환경적으로 문제를 야기시킨다. 폴리락타이드는 일회용 컵의 내면을 코팅하는 데 쓰일 뿐만 아니라, 폴리글리콜라이드(polyglycolide)와 공중합물을 만들면 그 비율에 따라 PVC로부터 SBR고무와 같은 다양한 물성을 나타내므로 그 전망이 매우 밝다.
자연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셀룰로오스 리그닌(lignin) 같은 천연고분자물질은 물성이 나쁘기 때문에 다른 플라스틱을 섞어 사용하거나 공중합물을 만들어 건축재료 포장재 등으로 쓰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인체에도 활용되는 PHA
영국 ICI사는 미생물이 생산하는 PHA(polyhydroxy alkanoate)라는 폴리에스터를 산업화했다. PHA는 그 구조와 물성이 다양해 전망이 매우 좋은 생분해성 고분자로 알려져 있다. PHA의 역사는 다음과 같다.
현미경이 개발된 후 여러 박테리아에서 작은 지방입자가 자주 발견됐다. 처음에는 지방 형태의 입자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1923년 이 입자의 성분이 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hydroxybutyrate)의 단위로 된 PHB(polyhydroxybutyrate)임이 밝혀졌다.
60년대초 박테리아에 의한 PHB의 생합성에 대해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다. 처음에 PHB는 미생물에 의해 생분해되는 점이 약점으로 지목돼 플라스틱 재료로서 매력이 떨어졌으나 요즘 와서는 바로 이 점 때문에 각광받고 있다. 더군다나 이 플라스틱은 생체적 합성이 가능해 인체에도 사용할 수 있어 새로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ICI사는 연간 1천t 규모의 PHA(PHB를 포함하는 일반 명칭) 시험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일본도 가까운 시일에 산업화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합섬 한국화약 제일합섬 등이 이를 산업화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PHA는 생분해성이 있고 물성이 폴리프로필렌과 유사하므로 폴리프로필렌 대체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생체적합성이 있고 생분해되므로 수술용 봉합사, 수술용 솜 및 가제, 접골이음쇄 등으로 쓰이며, 기체차단효과가 높고 생분해성이 있어 식품포장용 필름, 일회용 포장재 등의 용도에도 알맞다. 특히 농약 및 비료를 PHA로 코팅해 살포하면 서서히 분해되면서 농약과 비료가 방출되므로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PHA에 관해서는 유럽 및 일본에서 많은 연구가 행해졌고 일부 산업화되고 있지만 아직 역사가 짧으므로 외국과 우리나라의 기술격차는 크지 않다. 따라서 국내의 여러 전문가들이 힘을 합해 노력하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