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Culture] 우리 개가 꼬리를 물어뜯으며 빙빙 돌아요

반려동물 고민 상담소

 

지난주에 진료 받으러 온 한 살짜리 꼬리 없는 시바(Shiba)견 ‘토토’의 이야기입니다. 주인 말로는, 토토가 어릴 때부터 빙글빙글 도는 선회행동을 자주 보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7개월령쯤 됐을 때 꼬리를 잡으면 씹는 행동을 시작했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꼬리를 향해 짖고 으르렁대는 공격성까지 생겼고, 성격이 예민해지면서 사람들에게도 공격성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주인이 집에 와보니 꼬리를 물어뜯은 상태에서도 계속 빙글빙글 돌아 벽에 피가 흩뿌려져 있는 끔찍한 상태였다는데요. 이후 꼬리를 자르는 수술을 받았지만, 증상이 계속 돼 결국 동물정신과에 상담을 받으러 온 것이지요.

 

 

동일한 행동 반복하는 강박장애


토토는 꼬리 쪽에 통증을 유발하는 건강상의 문제가 없고, 신경계 검사에서도 정상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주인이 옆에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이런 행동을 보이고, 일단 선회행동을 시작하면 주인도 토토 자신도 스스로 행동을 멈추기 어려운 상태였지요. 결국 ‘강박장애’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사람의 강박장애는 강박적 사고와 강박적 행동이 나타나는 정신질환입니다. 동일한 생각을 강박적으로 하면서 손 씻기나 정리정돈, 확인하기 등의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동물의 강박장애도 이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동물이 강박적 사고를 하는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강박장애를 겪는 동물은 다양한 증상을 보입니다. 토토처럼 꼬리잡기 선회행동을 하거나 빛이나 그림자를 쫓아다니는 행동,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파리를 잡는 것 같은 행동, 옆구리를 빠는 행동, 말단 부분을 지속해서 빠는 행동, 반복적으로 이물을 먹는 이식증, 물건을 반복적으로 빨고 싶어 하는 행동 등이 해당합니다.

 

이런 강박장애는 모든 견종에서 나타나지만, 특정 견종에서 발생률이 높은 행동이 있습니다. 시바, 불테리어, 저먼셰퍼드에게서는 꼬리잡기가 자주 보이고, 보더콜리 같은 목양견에서는 빛이나 그림자 찙기 행동이, 도베르만에게서는 옆구리와 말단부분을 빨거나 씹는 행동이 많이 나타납니다.

 

이렇게 특정 견종에서 발생률이 높고, 사회적으로 성숙하기 전인 1~3년령에서 강박장애가 주로 발생하는 이유는 유전적인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2012년 고토 아키코 일본 도쿄대 수의학및동물행동학연구실 교수는 꼬리잡기 행동의 위험인자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에서 많이 키우는 견종 중 시바에서 강박장애 발생률이 가장 높았고, 특히 반려동물 판매점에서 분양을 받은 경우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doi:10.1016/j.tvjl.2011.09.004

 

토토의 강박장애도 유전적인 요인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세로토닌 높이고, 자극원 없애고


그렇다면 개는 왜 강박장애를 보이는 것일까요? 과거에는 강박장애의 원인을 환경적 스트레스라고 추정했습니다. 물론 스트레스가 강박장애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세로토닌 시스템에 작용하는 약물들이 강박장애 치료에 효과가 있고, 그간 다양한 연구에서 세로토닌과 베타엔돌핀,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과 강박장애 사이에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사람의 경우에는 뇌 영상 연구를 통해 특정 신경회로 영역에 문제가 있을 때 강박장애가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즉 강박장애는 ‘마음의 병’이 아니라 ‘뇌의 병’이고, 단순히 스트레스 탓만을 할 수가 없는 병이라는 얘기입니다.

 

강박장애 치료도 이런 시각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개가 반복적으로 꼬리잡기 선회행동을 할 때 꼬리만 자르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토토는 꼬리 절단 수술을 받은 뒤에도 선회운동을 지속했습니다. 꼬리의 유무가 강박장애의 원인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토토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 개의 경우 꼬리 절단 수술을 받은 뒤 뒷발 등 신체의 다른 부위를 씹어 상처를 입히기도 했습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약물치료가 아주 중요합니다. 토토의 경우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행동을 자극하는 요인이 있다면 없애주거나, 이런 행동을 완화할 행동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물론 환경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도 필요합니다.


미국 터프츠대 수의과대 연구팀은 2004년부터 불테리어의 꼬리잡기 강박 행동에 대한 유전자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연구팀은 특정 혈통에서 발생률이 더욱 높다는 사실과 유전적인 요인이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키우는 개에게 강박장애 가족력이 있다면 반드시 중성화 수술을 해서 더 이상의 번식을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선아 수의사(미국 UC데이비스 수의과대 동물행동의학과 전문의과정)
  • 에디터

    이정아
  • 기타

    [일러스트] 정은우

🎓️ 진로 추천

  • 수의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심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