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번 화를 끝으로 <;과학기자의 괴담 해부>; 연재를 마칩니다. 그간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얼마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 이상한 의학 루머가 떠돌았습니다. ‘혼자 있을 때 심장마비가 오면 강하게 기침을 해 대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다행히 ‘그 시간에 119에 구조를 요청하는 게 현명하다’는 설명 기사가 나왔지만, 왜 이런 루머가 돌았는지 그 이유는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아 있습니다.
기침심폐소생술 근거는?
기침이 심폐소생술 효과를 낸다고 주장하는 측의 근거는 이렇습니다. 강한 기침을 하면 흉곽 내 압력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심장과 두꺼운 혈관 속 혈액이 말초로 전달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기침 심폐소생술(cough CPR)’이라는 단어가 인터넷에는 널리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학적인 근거가 없는 궤변이라고 일축합니다. 심근경색으로 위급한 상황이 오면 강한 기침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의식과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는 심장이 아직 펌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침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국심장학회는 2010년 ‘심폐소생 및 긴급 심장혈관 치료’ 지침에서 “기침 심폐소생술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고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습니다.
체한 듯 가슴 답답, 심근경색 전조?
급성 심근경색증의 절반은 운이 좋게도 전조증상이 있습니다.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에 극심한 통증이 오는 것이 전형적이죠. 그러나 그밖에도 증상이 다양합니다. 통증 없이 구토를 하는 경우도 있고요. 느닷없이 호흡이 힘들거나, 식은땀이 나거나, 어깨나 턱, 팔에 통증이 느껴지는 것도 전조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체한 듯 배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심근경색을 진단 받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심장에는 세 개의 관상동맥이 있는데, 이중 가장 우측 혈관이 막히면 체했을 때와 통증이 유사합니다. 이럴 땐 소화제를 먹거나 손톱 밑을 바늘로 찌르면서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됩니다.
협심증도 대표적인 전조 증상 중 하나입니다. 협심증도 여러 가지여서 강하게 스트레스 받을 때만 통증이 나타나는 안정형 협심증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통증이 사라졌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겨울철, 비만, 고령, 남자?
이런 조건들이 심근경색의 발병 확률을 높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예외인 경우도 너무나 많습니다. 최근에는 30대에도 심근경색이 발생합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불규칙한 생활 패턴, 스트레스 등으로 젊은층에서 고지혈증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은 폐경 이후에 특히 위험합니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내장지방 축적을 막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데 폐경 이후 사라집니다. 실제로 남성의 심근경색 발병률은 직선에 가까운 형태로 연령에 비례해 증가하는데, 여성의 발병률은 폐경이후에 껑충 뜁니다.
심근경색은 여름철에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여름철엔 땀을 많이 흘려 체내 혈액이 줄고 탁해지기 때문에 혈액 순환에 이상이 생기기 쉽습니다. 평소 이뇨제를 복용하는 사람이나 노인들이 특히 위험하고요. 운동을 심하게 했거나 술을 많이 마셨을 때도 유사한 탈수증상이 일어나니 주의해야 합니다.
자동심장충격기(AED) 감전 위험?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근육이 괴사하는 상태인데요. 치명적인 심실부정맥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심장에서 살아 있는 일부분만 뛰면서 박동에 불균형이 생기고 결국엔 혈액 펌프질이 멈춥니다. 그 직전에 전기적인 쇼크를 주면 펌프질을 되돌릴 수 있습니다. 항공기나 공항, 지하철역과 같은 시설에 의무적으로 구비된 자동심장충격기(AED)가 이 경우 유용하게 쓰이죠.
다만, 자동심장충격기로 심장충격을 실시할 때는 심폐소생술을 멈추고 환자에게서 손을 떼야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이 환자에게서 떨어져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2000볼트(V) 이상의 고압 전류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