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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드는 11월, 슬슬 보일러를 트는 시기다. 지금은 대부분 도시가스로 보일러도 작동시키고 물도 데우지만, 3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난방연료의 80%는 연탄이었다. ‘응답하라 1988’ ‘말죽거리 잔혹사’ 등 1980년대가 배경인 영화나 드라마에서 추운 날 연탄을 때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이 시절부터 에너지자원공학과와 역사를 함께 했다. 허 교수는 “우리 학과만큼 이름이 많이 바뀐 학과도 드물다”며 “학과 이름의 변천사가 곧 국내 에너지 개발 변천사”라고 말했다.

 

석탄에서 석유, 가스, 신재생에너지까지 주력 에너지원이 바뀌거나 추가되면서 학과 이름은 채광학과, 광산야금학과 등을 거쳐 자원공학과에서 2007년 에너지자원공학과에 이르렀다. 이는 에너지원이 다양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에너지원의 선택지가 다양해진 최근에는 에너지산업의 흐름을 제대로 읽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허 교수는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 방식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세계 에너지산업 동향을 파악하고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에너지원을 찾아 부족한 에너지원의 경우 적정한 수입 가격을 찾는 일 역시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에너지원의 97%와 광물자원의 99%를 수입하는 실정이어서 에너지산업에서 비용 문제는 언제나 ‘핫’하다.

 

허 교수는 다양한 에너지원의 가격 상승 및 하락 요인을 분석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분석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가령 휘발유와 같은 석유제품의 가격이 국제시장가격, 환율, 원유도입가 등의 변수와 어떤 상관관계를 나타내는지 파악한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였지만, 1997년 가격자유화가 실시되면서 석유 가격을 정부가 아닌 정유사가 결정하고 있다. 때문에 석유제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에 대한 연구는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허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통휘발유, 자동차용 경유, 실내등유와 같은 국내 석유제품은 원가(국제원유가격)에 따라 리터당 6~7원 가량이 올라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정보를 이용하면 국내 실정에 적합한 석유제품 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석유제품의 적정 수입 가격을 역으로 추적할 수도 있다.

 

 

에너지 정책 수립의 충분조건


허 교수는 에너지 사용 시 소비자의 반응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허 교수는 “에너지 효율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제품을 생산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팀은 이에 대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소비자가 어느 수준까지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지, 기술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고 분석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어떤 신재생에너지를 더 선호하는지 파악하면 더 많은 국민이 만족하는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추가 지불의사액을 알아보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일본의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는 가구 당 지불의사액이 한 달 평균 2000엔(약 2만 원)이라고 추정했으며, 슬로베니아는 한 달 4.18유로(약 56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허 교수는 “소비자의 반응을 좀 더 면밀하게 조사하고 분석하는 방법론이 개발되면 다수가 만족하는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 사진

    남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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