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Issue] 유통기한, 넘겨도 괜찮다?

요즘 ‘냉장고 파먹기’가 유행이라는데요. 막상 따라하려고 보면 냉장고 안에 온통 유통기한 지난 식재료들뿐입니다. 여름이라고 과감히 버리기엔, 아직 포장도 안 뜯었고 색도 그대로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이스크림, 영하 18℃ 이하면 안전하다?

유통기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식품은 아이스크림입니다. 한때 유통기한이 없다고 알려져 논란이 됐죠. 지금도 제조일자만 표시하도록 의무화돼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에 유통기한을 두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영하 18℃ 이하의 냉동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입니다. 미생물이 번식하기 힘든 온도라는 거죠. 하지만 원재료인 우유는 미생물이 성장하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고 제조공정상 미생물을 완전히 제거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94년과 1997년 아이스크림에서 살모넬라, 리스테리아 같은 식중독 유발 병원체가 검출돼 대량 리콜 사태가 있었고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된 아이스크림 19개 제품 중 7개에서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세균이 검출됐습니다. 특히 과자, 찰떡, 초콜릿, 견과류 등 후가공이 많이 된 제품일수록 세균이 많았습니다(doi:10.13103/JFHS.2014.29.3.202).


맥주 유통기한, 있다? 없다?

여름하면 시원한 맥주도 빼놓을 수 없죠. 보통 여러 개를 사서 쟁여놓고 마시는데요. 알코올 때문에 상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맥주의 품질이 유지되는 기한(품질유지기한)은 보통 제조일로부터 병맥주는 1년, 페트병 맥주는 6개월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잘 모르고 그냥 마셨지만 다행히 2009년 5월부터 품질유지기한을 제품에 표시하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한편 소주나 과실주, 위스키, 브랜디, 리큐르 같은 소위 ‘센 술’은 품질유지기한이 훨씬 깁니다. 제품에도 제조일자만 표시돼 있죠. 애매한 건 소주 회사들이 만든 낮은 도수의 주류인데요. 알코올 함량이 3~5%로 맥주 수준으로 낮고 당 함량이 높아 변질될 위험이 큰데 법적으로는 품질유지기한을 표시할 의무가 없습니다.


먹어서 괜찮으면 OK?
제조일자, 품질유지기한, 유통기한…, 이것저것 따지기 귀찮고 본인의 오감을 믿겠다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좀 어렵게 말하면 ‘관능적 유통기한’을 중시하는 겁니다. 하지만 위험한 발상입니다. 맛이 안 변해도 미생물 수가 늘었을 수 있고, 유통기한이 안 지났더라도 식품의 맛은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유통기한이 지났으면 무조건 버리라는 뜻은 아닙니다. 유통기한(Sell by date)은 안전계수를 적용해 실제 먹을 수 있는 소비기한(Use by date)보다 짧게 설정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에 소비기한 표시를 시범적으로 시행한 적이 있는데 과자류, 면류, 즉석조리식품 등의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한 달가량이나 길었습니다. 물론 포장을 뜯지 않은 상태에서 표시된 보관기준을 준수할 경우에요.

즉석밥 유통기한 유난히 긴 이유?

날씨가 더우면 냉장고에 넣어놓은 밥도 상하는데 즉석밥은 상온에 둬도 6개월 이상 멀쩡합니다. ‘방부제가 든 게 아니냐’는 의심도 있지만 다 무균포장 기술 덕분입니다. 무균포장은 ‘식품과학기술대사전’에 따르면, 무균적으로 지은 쌀밥을 무균냉각 뒤 무균실에서 미생물을 살균한 용기에 무균포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쌀밥 외에도 장기 보존용 우유나 천연과즙 음료, 두유, 차, 간장 등이 무균포장돼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흔히 볕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라고 적혀 있는데요. 사실 법적으로는 서늘함이라는 기준이 없습니다. 보통 0~15℃ 사이를 말합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7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 일러스트

    고고핑크

🎓️ 진로 추천

  • 식품학·식품공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