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번째 질문 세포에도 족보가 있다?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출생의 비밀, 즉 ‘누가 내 아버지인가?’ 하는 질문은 발생학 연구에서도 중요한 질문 중 하나입니다. 세포 하나로 이뤄진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거듭하고 분화하면서 개체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성체의 세포가 배아의 어떤 세포에서 온 것인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죠.

초록색 형광 단백질을 이용한 배아의 운명 추적 실험.
이것을 알아내는 실험을 ‘운명 추적(fate mapping)’ 실험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배아 세포 A가 분열해서 세포 B와 C가 되고, B가 분열해서 B´라는 신경세포를, C가 분열해서 C´라는 피부세포를 만들 때, 이 분열 과정을 순서대로 알아내는 실험입니다. 세포의 ‘족보’를 보는 셈이네요. 운명 추적 실험을 통해 우리는 신경세포와 피부세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포 A가 먼저 생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요. 이런 세포 족보는 치료와 연구 목적으로 특정 세포를 만들어내야 할 때 유용하게 쓰입니다.
‘세포 족보’ 밝히는 형광 단백질 실험
드라마 속에서 출생의 비밀을 밝히는 건 비교적 간단합니다. 유전자 검사를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세포의 출생 비밀은 유전자 검사로도 밝힐 수 없습니다. 배아는 물론, 배아가 자라서 만들어진 개체 안의 세포들은 모두 같은 유전물질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900년대 초에 고안해낸 방법이, 관심 있는 배아 세포에 표시를 하고, 배아가 자란 후에 어떤 세포가 이런 표시를 갖고 있는지 찾아내는 것입니다. 배아 세포에 물감을 주입하고, 배아가 조금 발달한 뒤 어느 세포에 물감이 남아 있는지를 보는 거죠. 실제로 배아 세포가 어떤 세포로 분화하는지를 확인한 실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배아가 발달할 때 세포 분열이 워낙 활발하게 일어나서, 주입한 물감이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희석돼버리거든요.
‘세포 족보’ 밝히는 형광 단백질 실험
드라마 속에서 출생의 비밀을 밝히는 건 비교적 간단합니다. 유전자 검사를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세포의 출생 비밀은 유전자 검사로도 밝힐 수 없습니다. 배아는 물론, 배아가 자라서 만들어진 개체 안의 세포들은 모두 같은 유전물질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900년대 초에 고안해낸 방법이, 관심 있는 배아 세포에 표시를 하고, 배아가 자란 후에 어떤 세포가 이런 표시를 갖고 있는지 찾아내는 것입니다. 배아 세포에 물감을 주입하고, 배아가 조금 발달한 뒤 어느 세포에 물감이 남아 있는지를 보는 거죠. 실제로 배아 세포가 어떤 세포로 분화하는지를 확인한 실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배아가 발달할 때 세포 분열이 워낙 활발하게 일어나서, 주입한 물감이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희석돼버리거든요.
과학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방법에 도전했습니다. 메추라기 배아 세포를 닭의 배아에 이식하는(!) 실험입니다. 메추라기 세포는 닭의 세포와 생김새가 분명히 다르지만, 닭의 배아에 이식하면 원래 닭의 세포였던 것처럼 정상적으로 발달합니다. 세포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분열할 수 있어, 희석되지 않습니다. 즉 메추라기 배아에서 세포를 떼어 닭의 배아에 이식한 후, 배아가 자라 병아리가 되면 어느 부분에 메추라기 세포가 자리잡고 있는지를 관찰할 수 있겠죠.
요즘에는 초록색 형광 단백질을 사용해 배아세포가 어떤 세포로 발달하는지 찾아내는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특정 배아 세포가 초록색 형광 단백질 유전자를 항상 발현하게끔 하면, 이 세포가 분열하고 분화한 후에도 계속 초록색 빛을 냅니다. 덕분에 성체 세포 중에서 어떤 부분이 초록색으로 빛나는지를 살펴보면서 정교하게 세포의 족보를 쓸 수 있게 됐습니다.
두 번째 질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탄생도, 결혼도, 죽음도 아니요, 바로 배엽형성이다.” 유명한 영국의 발달생물학자 루이스 월퍼트가 한 말입니다. 실제로 수정란의 27%는 배엽형성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소멸됩니다. 도대체 무슨 과정이기에 이토록 중요한 걸까요.
요즘에는 초록색 형광 단백질을 사용해 배아세포가 어떤 세포로 발달하는지 찾아내는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특정 배아 세포가 초록색 형광 단백질 유전자를 항상 발현하게끔 하면, 이 세포가 분열하고 분화한 후에도 계속 초록색 빛을 냅니다. 덕분에 성체 세포 중에서 어떤 부분이 초록색으로 빛나는지를 살펴보면서 정교하게 세포의 족보를 쓸 수 있게 됐습니다.
두 번째 질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탄생도, 결혼도, 죽음도 아니요, 바로 배엽형성이다.” 유명한 영국의 발달생물학자 루이스 월퍼트가 한 말입니다. 실제로 수정란의 27%는 배엽형성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소멸됩니다. 도대체 무슨 과정이기에 이토록 중요한 걸까요.

자궁에 착상한 뒤 2주 정도가 지난 인간의 배아를 보면, 이것이 어떻게 머리, 팔, 다리를 고루 갖춘 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두 겹의 세포층을 사이에 두고 주머니 두 개가 붙어 있는 모습이거든요. 위에 있는 주머니는 훗날 양수가 들어갈 부분이고요. 아래에 위치한 주머니는 태아 발달에 필요한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난황으로 발달합니다. 그리고 두 겹의 세포 중에서 위쪽에 위치한 세포층인 ‘배반엽상층’이 총 세 겹의 세포로 되는 것을 배엽형성이라고 합니다. 이 세 겹의 세포는 분열과 분화를 거듭해 결국 30조 개가 넘는 우리 몸의 세포를 모두 만들어 내죠.
세포 운명 결정짓는 배엽형성
배엽형성 과정은 배아 세포의 운명을 갈라놓습니다. 세 겹 중 가장 위층인 외배엽에 있는 세포들은 피부세포와 머리카락 등으로 발달합니다. 가운데에 위치한 중배엽 세포들은 뼈, 심장, 근육세포, 적혈구 등이 되고요. 맨 아래층인 내배엽 세포들은 췌장, 간, 위 같은 장기로 발달합니다. 그런데 배엽형성 과정에서 한 겹의 세포층이 세 겹의 세포층이 되는 것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배반엽상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포들은 서로 빽빽이 밀착돼 꼼짝달싹하지 않습니다. 세포막에 벨크로(찍찍이) 역할을 하는 접착 단백질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배반형성 과정이 시작되면 이런 단백질이 사라집니다. 자유로워진 세포들이 활발히 움직이면서 한 겹이었던 세포가 세 겹이 되는 거죠. 움직이지 않던 세포들을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이런 기작을 상피간엽이행(Epithelial-Mesenchymal Transition, EMT)이라고 합니다. EMT 기작은 암세포들이 전이할 때에도 쓰입니다. 장기를 이루고 있는 세포가 암세포로 돌변하면 EMT 기작이 작동하기 시작하고, 이 때문에 암세포는 원래 장기에서 벗어나 혈관을 향해 움직입니다. 발생학이 의과학과 얼마나 밀접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2013년 프랑스 퀴리연구소 연구팀은 세포의 움직임이 배아 세포가 발달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제브라피시 실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doi:10.1038/ncomms3821). 연구팀은 제브라피시 배아의 일부 세포에 자성물질을 넣고 배아를 자석 위에 올려놨습니다. 해당 세포가 자기장에 이끌려 움직이도록, 세포의 움직임을 인위적으로 바꾼 거죠. 조작된 세포는 인접 세포와 다른 배엽에 위치하게 됐고, 결국은 정해진 운명과 다른 세포들로 분화했습니다. 초음파 검사로도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배아지만, 그 안의 세포들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고, 이런 움직임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증명한 셈입니다.
세포 운명 결정짓는 배엽형성
배엽형성 과정은 배아 세포의 운명을 갈라놓습니다. 세 겹 중 가장 위층인 외배엽에 있는 세포들은 피부세포와 머리카락 등으로 발달합니다. 가운데에 위치한 중배엽 세포들은 뼈, 심장, 근육세포, 적혈구 등이 되고요. 맨 아래층인 내배엽 세포들은 췌장, 간, 위 같은 장기로 발달합니다. 그런데 배엽형성 과정에서 한 겹의 세포층이 세 겹의 세포층이 되는 것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배반엽상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포들은 서로 빽빽이 밀착돼 꼼짝달싹하지 않습니다. 세포막에 벨크로(찍찍이) 역할을 하는 접착 단백질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배반형성 과정이 시작되면 이런 단백질이 사라집니다. 자유로워진 세포들이 활발히 움직이면서 한 겹이었던 세포가 세 겹이 되는 거죠. 움직이지 않던 세포들을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이런 기작을 상피간엽이행(Epithelial-Mesenchymal Transition, EMT)이라고 합니다. EMT 기작은 암세포들이 전이할 때에도 쓰입니다. 장기를 이루고 있는 세포가 암세포로 돌변하면 EMT 기작이 작동하기 시작하고, 이 때문에 암세포는 원래 장기에서 벗어나 혈관을 향해 움직입니다. 발생학이 의과학과 얼마나 밀접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2013년 프랑스 퀴리연구소 연구팀은 세포의 움직임이 배아 세포가 발달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제브라피시 실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doi:10.1038/ncomms3821). 연구팀은 제브라피시 배아의 일부 세포에 자성물질을 넣고 배아를 자석 위에 올려놨습니다. 해당 세포가 자기장에 이끌려 움직이도록, 세포의 움직임을 인위적으로 바꾼 거죠. 조작된 세포는 인접 세포와 다른 배엽에 위치하게 됐고, 결국은 정해진 운명과 다른 세포들로 분화했습니다. 초음파 검사로도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배아지만, 그 안의 세포들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고, 이런 움직임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증명한 셈입니다.
최영은(yc709@georgetown.edu)
미국 바드대에서 생물을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발생학 및 재생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외우는 과학이 아닌 질문하는 과학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 과학교육에 발을 담그게 됐다. 현재 미국 조지타운대 생물학부에서 유전학, 발생학 등을 가르치며 새로운 대학 과학교육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바드대에서 생물을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발생학 및 재생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외우는 과학이 아닌 질문하는 과학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 과학교육에 발을 담그게 됐다. 현재 미국 조지타운대 생물학부에서 유전학, 발생학 등을 가르치며 새로운 대학 과학교육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