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주거식증이라는 말이 있다. 영어로는 ‘드렁코렉시아(drunkorexia)’로 술꾼(drunk)과 거식증(anorexia)을 합친 단어다. 술은 마시고 싶은데, 살은 찌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밥을 먹지 않고 술만 마시는 현상을 말한다. 심한 경우 먹은 음식을 게워내거나 약을 이용해 장을 비워낸 뒤 술을 마시는 이들도 있다. 이미 미국의 젊은 층 사이에서는 하나의 문화가 돼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6월 25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정기 알코올 중독 연구 학회’에서 미국 휴스턴대 보건학과 디팔리 링커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최소 한 번 이상 과음을 한 경험이 있는 학생 11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음주거식증에 해당하는 행동을 했다고 답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송윤주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많은 대학생들이 영양 불균형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음주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음주거식증에 대한 경각심이 전혀 없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대 때 괜찮다고 술만 마시다… 40대에 훅 간다
술을 적당히 마시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음식을 전혀 섭취하지 않고 술만 먹는 것은 몸에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어떻게 보면 술이라는 하나의 음식만 먹는 것인데, 이를 ‘원푸드 다이어트’로 볼 순 없을까.
음주거식증이 여타 원푸드 다이어트보다 위험한 이유는 영양밀도 때문이다. 영양밀도는 단위 칼로리에 포함된 영양분의 양을 가리키는 말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많은 이들이 하루에 섭취한 칼로리만을 계산하는데, 실제 중요한 수치는 영양밀도다.
술의 칼로리는 적지 않다. 맥주는 1캔에 92.4kcal, 밥으로 따지면 0.3공기 정도의 열량을 가지고 있으며, 소주는 1병에 403.2kcal, 1.3공기의 열량을 가진다. 소주의 경우 발효주를 증류해서 만든 증류주이기 때문에 영양성분은 거의 들어 있지 않다. 물질대사에 기본인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은 단 1g도 들어있지 않다. 하루에 먹는 것이 오로지 술뿐이라면 심각한 영양 불균형이 생기게 된다.
이런 식습관은 결국 정상적인 물질대사에 문제를 일으켜 각종 만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송 교수는 “혈압이 올라가고, 혈액 속 저밀도 지방단백질(LDL) 수치가 올라가 이상지질혈증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이런 증상들이 아주 조금씩 나타나기 때문에 한창 신체 능력이 높고 회복속도가 빠른 20대에는 변화를 눈치채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송 교수는 “20대 초반의 잘못된 식습관에 대한 결과는 40대가 되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뇌에도 이상 생길 수 있어, 심하면 정신 혼란까지
음주거식증의 위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음식을 먹지 않고 술만 마시는 식습관이 지속되면 섭식장애는 물론 기억력과 판단력에도 문제가 생길수 있다. 미국 미주리대 사회복지학과 빅토리아 오스본 교수는 미국 과학 전문온라인매체 ‘사이언스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결국은 뇌에 영양분이 제대로 가지 않기 때문에 이는 짧게든 길게든 집중력이 저하되거나 판단력이 저하되는 등의 인지 장애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예방연구센터 킴벌리 말렛 연구원팀의 조사결과, 303명의 대학생 중 31%에 해당하는 94명이 음주거식증으로 인한 단기적 기억상실(blackout) 현상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는 알코올이 뇌의 해마 기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면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 경우 알코올이 혈액 속으로 더 빨리 퍼지기 때문에 단기적 기억상실이 더 자주 일어날 수 있다. 정조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에 따르면, 술은 새로운 기억을 장기적 기억으로 변하게 하는 과정을 막고, 기억력과 관련된 해마 등의 뇌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단기적 기억상실이 지속된다는 것은 뇌의 기억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 임상강사는 “특히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정신적인 혼란이나 우울증, 기억 상실 등을 일으키는 베르니케 코르사코프 증후군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윤주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거식증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것을 가장 나중 순위로 여기는 잘못된 생각은 바로 잡아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송윤주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많은 대학생들이 영양 불균형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음주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음주거식증에 대한 경각심이 전혀 없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대 때 괜찮다고 술만 마시다… 40대에 훅 간다
술을 적당히 마시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음식을 전혀 섭취하지 않고 술만 먹는 것은 몸에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어떻게 보면 술이라는 하나의 음식만 먹는 것인데, 이를 ‘원푸드 다이어트’로 볼 순 없을까.
음주거식증이 여타 원푸드 다이어트보다 위험한 이유는 영양밀도 때문이다. 영양밀도는 단위 칼로리에 포함된 영양분의 양을 가리키는 말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많은 이들이 하루에 섭취한 칼로리만을 계산하는데, 실제 중요한 수치는 영양밀도다.
술의 칼로리는 적지 않다. 맥주는 1캔에 92.4kcal, 밥으로 따지면 0.3공기 정도의 열량을 가지고 있으며, 소주는 1병에 403.2kcal, 1.3공기의 열량을 가진다. 소주의 경우 발효주를 증류해서 만든 증류주이기 때문에 영양성분은 거의 들어 있지 않다. 물질대사에 기본인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은 단 1g도 들어있지 않다. 하루에 먹는 것이 오로지 술뿐이라면 심각한 영양 불균형이 생기게 된다.
이런 식습관은 결국 정상적인 물질대사에 문제를 일으켜 각종 만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송 교수는 “혈압이 올라가고, 혈액 속 저밀도 지방단백질(LDL) 수치가 올라가 이상지질혈증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이런 증상들이 아주 조금씩 나타나기 때문에 한창 신체 능력이 높고 회복속도가 빠른 20대에는 변화를 눈치채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송 교수는 “20대 초반의 잘못된 식습관에 대한 결과는 40대가 되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뇌에도 이상 생길 수 있어, 심하면 정신 혼란까지
음주거식증의 위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음식을 먹지 않고 술만 마시는 식습관이 지속되면 섭식장애는 물론 기억력과 판단력에도 문제가 생길수 있다. 미국 미주리대 사회복지학과 빅토리아 오스본 교수는 미국 과학 전문온라인매체 ‘사이언스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결국은 뇌에 영양분이 제대로 가지 않기 때문에 이는 짧게든 길게든 집중력이 저하되거나 판단력이 저하되는 등의 인지 장애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예방연구센터 킴벌리 말렛 연구원팀의 조사결과, 303명의 대학생 중 31%에 해당하는 94명이 음주거식증으로 인한 단기적 기억상실(blackout) 현상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는 알코올이 뇌의 해마 기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면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 경우 알코올이 혈액 속으로 더 빨리 퍼지기 때문에 단기적 기억상실이 더 자주 일어날 수 있다. 정조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에 따르면, 술은 새로운 기억을 장기적 기억으로 변하게 하는 과정을 막고, 기억력과 관련된 해마 등의 뇌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단기적 기억상실이 지속된다는 것은 뇌의 기억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 임상강사는 “특히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정신적인 혼란이나 우울증, 기억 상실 등을 일으키는 베르니케 코르사코프 증후군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윤주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거식증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것을 가장 나중 순위로 여기는 잘못된 생각은 바로 잡아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