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다재다능한 아내 랄라가 직접 도안한 동물 무늬로 손수 그림을 그린 넥타이만 맨다. 소재는 다양하다. 펭귄, 얼룩말, 임팔라, 카멜레온, 주홍따오기, 아르마딜로, 잎벌레, 대만구름표범, 그리고…혹멧돼지.”(2권, 138쪽)
그의 인생을 요약해서 볼 요량으로 위키백과의 리처드 도킨스 항목을 클릭했다. 백발에, 과연 눈빛이 또렷하고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사진이 한 장 나타났는데, 붉은 가슴팍이 특이해 봤더니 홍학이 수 놓인 백색 넥타이였다. 그리고는 책을 펼쳤더니 우연히도 바로 그 넥타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 출간된 리처드 도킨스의 자서전 이야기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진화생물학자이자 무신론자이지만, 인간 리처드 도킨스를 알 수 있는 자료는 사실 많지 않다. 단비 같은 자료가 나온 셈이다.
자서전은 두 권으로 이뤄졌다. 1권 ‘어느 과학자의 탄생’은 35세 이전의 삶을 다뤘고, 2권 ‘나의 과학 인생’은 과학, 문화, 종교에 대해 새로운 대화를 개시한 학자로서의 삶을 다뤘다. 특히 2권은 장이 넘어가기가 무섭게 입이 딱딱 벌어진다. 칼 포퍼, 존 메이너드 스미스, 더글러스 애덤스, 데임 미리엄 로스차일드, 네이선 미어볼드 등 대단한 인물들과의 인연을 흥미롭게 흩뿌리는데, 인간적인 편안한 말투에 깜빡 속아 “이 할아버지는 어떻게 이런 인물들과 사귀며 살아온 거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새삼 “아, 리처드 도킨스였지”라고 깨닫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1976년 ‘이기적 유전자’를 시작으로 출간된 내 책들이 스티븐 호킹, 피터 앳킨스, 칼 세이건, 에드워드 O. 윌슨, 스티브 존스, 스티븐 제이 굴드, 스티븐 핑커, 리처드 포티, 로런스 크라우스, 대니얼 카너먼, 헬레나 크로닌, 대니얼 데닛, 브라이언 그린, 두 명의 M. 리들리(마크와 매트), 두 명의 션 캐럴(물리학자와 생물학자), 빅터 스텐저 등의 책과 더불어, (중략) 우리 문화의 지형을 바꾸는 데 기여했기를”(2권, 23쪽)이라고 말하는 지상 최고의 지성이 아닌가.
그의 인생을 요약해서 볼 요량으로 위키백과의 리처드 도킨스 항목을 클릭했다. 백발에, 과연 눈빛이 또렷하고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사진이 한 장 나타났는데, 붉은 가슴팍이 특이해 봤더니 홍학이 수 놓인 백색 넥타이였다. 그리고는 책을 펼쳤더니 우연히도 바로 그 넥타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 출간된 리처드 도킨스의 자서전 이야기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진화생물학자이자 무신론자이지만, 인간 리처드 도킨스를 알 수 있는 자료는 사실 많지 않다. 단비 같은 자료가 나온 셈이다.
자서전은 두 권으로 이뤄졌다. 1권 ‘어느 과학자의 탄생’은 35세 이전의 삶을 다뤘고, 2권 ‘나의 과학 인생’은 과학, 문화, 종교에 대해 새로운 대화를 개시한 학자로서의 삶을 다뤘다. 특히 2권은 장이 넘어가기가 무섭게 입이 딱딱 벌어진다. 칼 포퍼, 존 메이너드 스미스, 더글러스 애덤스, 데임 미리엄 로스차일드, 네이선 미어볼드 등 대단한 인물들과의 인연을 흥미롭게 흩뿌리는데, 인간적인 편안한 말투에 깜빡 속아 “이 할아버지는 어떻게 이런 인물들과 사귀며 살아온 거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새삼 “아, 리처드 도킨스였지”라고 깨닫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1976년 ‘이기적 유전자’를 시작으로 출간된 내 책들이 스티븐 호킹, 피터 앳킨스, 칼 세이건, 에드워드 O. 윌슨, 스티브 존스, 스티븐 제이 굴드, 스티븐 핑커, 리처드 포티, 로런스 크라우스, 대니얼 카너먼, 헬레나 크로닌, 대니얼 데닛, 브라이언 그린, 두 명의 M. 리들리(마크와 매트), 두 명의 션 캐럴(물리학자와 생물학자), 빅터 스텐저 등의 책과 더불어, (중략) 우리 문화의 지형을 바꾸는 데 기여했기를”(2권, 23쪽)이라고 말하는 지상 최고의 지성이 아닌가.
인간 리처드 도킨스를 보여주고자 했다면 이런 면에서 이 자서전은 성공이 아닐까. 앞서 언급한 발췌문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자주, 그리고 멀리 삼천포로 빠지는지 알 수 있는데, 철저하게 논증적인 그의 글을 자세히 읽어 온 독자라면 이토록 사적인 여담이 그득한 이 자서전에 무한한 애정을 느끼리라. 여담인데, 서두의 발췌문은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라고 시작한다.
바야흐로 ‘덕후’가 큰일을 해내는 시대다. 덕후란 일본어인 ‘오타쿠’를 한국식 발음으로 바꿔 줄인 말로, 본래는 장르문화의 팬을 총칭하는 단어였지만 이제는 ‘한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말로 바뀌었다. 최근 영국의 한 덕후가 일을 냈다. 위대한 추리소설가 애거서 크리스티(1890~1976년)의 열혈 팬이자 화학박사인 저자는,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14편에서 14개의 독약을 추적한다. 크리스티에게 영감을 줬거나 혹은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을지 모를 실제 사건들도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크리스티는 독약을 결코 아무렇게나 선택하지 않았다. 각각의 독약이 지닌 특성은 추리 서사와 완벽하게 들어맞아 종종 살인범을 잡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크리스티가 병원 조제사로 근무해 방대한 화학 지식을 가졌던 덕이다. 크리스티야말로 독약 덕후였달까. 그의 첫 추리 소설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1920)은 의학 저널에 소개됐으며, “매우 정확하게 쓰였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에 매혹됐던 독자는, 이제 이 책을 통해 그 서사의 이면에 자리 잡은 과학적 진실과 마주한다. 크리스티가 그 지식들을 작품 속에 어떻게 혼합해 넣었는지 알면, 그와 더 깊은 사랑에 빠질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크리스티는 독약을 결코 아무렇게나 선택하지 않았다. 각각의 독약이 지닌 특성은 추리 서사와 완벽하게 들어맞아 종종 살인범을 잡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크리스티가 병원 조제사로 근무해 방대한 화학 지식을 가졌던 덕이다. 크리스티야말로 독약 덕후였달까. 그의 첫 추리 소설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1920)은 의학 저널에 소개됐으며, “매우 정확하게 쓰였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에 매혹됐던 독자는, 이제 이 책을 통해 그 서사의 이면에 자리 잡은 과학적 진실과 마주한다. 크리스티가 그 지식들을 작품 속에 어떻게 혼합해 넣었는지 알면, 그와 더 깊은 사랑에 빠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