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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윈터솔저’의 미래형 의수 가능할까

임창환의 퓨쳐&바디 ③ 바이오닉스 손(下)


Movement
현재 바이오닉 손 분야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팔꿈치 윗부분이 잘린 사람을 위한 의수를 개발하는 일이다. 팔꿈치 윗부분에서 측정한 근전기 신호에는 팔꿈치 각도를 조절하기 위한 신호와 손가락을 움직이기 위한 신호가 혼합돼 있다. 그래서 팔꿈치를 움직이면서 동시에 손가락을 움직이면 정확도가 많이 떨어진다. 현재 기술로는 일단 팔꿈치를 먼저 움직인 이후에 손가락을 움직이는 식으로 순차적으로 움직이는 방법밖에 없다.

해결 방법은 있다. 피부 표면에 전극을 붙여서 근전기 신호를 측정하지 않고, 팔의 잘린 부분에 있는 신경 말단에 직접 마이크로 전극을 연결해서 신호를 받아 오면 된다. 각 신경에서 만들어 내는 신경 신호를 정확하게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지만, 전 세계 생체공학 연구소들이 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뛰고 있기 때문에 곧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올 것이다. 한국도 2015년부터 정부에서 전자의수 개발을 위한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는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한국형 전자의수가 곧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3D Printing
전자공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자의수의 반응속도가 빨라졌다. 출력도 강력해졌고 배터리의 용량도 커졌다. 하지만 문제가 있으니, 개인이 구매하기에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2016년 말에 출시되는 전자의수 ‘루크 암(‘스타워즈’의 그 루크에서 딴 이름이다!)’은 10만 달러(약 1억2000만 원)를 넘어서는 최초의 전자의수가 될 예정이다.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개인마다 절단 부위가 다르고 팔의 굵기도 달라 모든 의수를 개인 맞춤형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탄소섬유나 티타늄과 같은 고가의 재료를 쓴다는 점도 가격 향상에 기여한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대안으로 3D 프린팅이 떠오르고 있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자신의 온전한 팔을 스캔한 다음대칭시켜 꼭 맞는 팔을 만든다. 별도로 주형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훨씬 저렴하다. 영국 브리스톨에 있는 오픈바이오닉스 사는 전세계 누구나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도록 3D 프린터 설계 도면을 완전히 공개하고 있다. 의수를 단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지 않고 오히려 부러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아이언맨 팔이나 스타워즈 팔, 겨울왕국의 엘사 팔과 같은 액세서리 전자의수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기도 하다.


Future&Arm​
 


그렇다면 미래의 전자의수는 어떤 모습일까. ‘600만 달러의 사나이’나 ‘캡틴아메리카-윈터솔저’에 나오는 것처럼 인간의 손을 뛰어넘는 게아니다. 인간의 손과 최대한 유사한 손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다. 이 목표도 쉽지는 않다.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근골격과 유사한 복잡도를 가진 로봇을 만들기 위해 많은 로봇공학자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인간의 600여 개의 근육 중 106개, 230개의 관절자유도 중 114개를 흉내 낸 일본의 ‘겐고로’가 인간에 가장 근접한 휴머노이드 로봇일 정도로 갈 길이 멀다.

동작을 흉내 낼 수 있게 되면, 다음 목표는 감각이다. 현재의 전자의수는 손 끝에 센서를 붙여 압력을 잰 뒤, 측정한 압력에 비례하는 전류를 남아 있는 팔 부위에 흘리는 방법으로 간접적으로 손끝의 힘을 느낀다. 독일의 빈센트시스템즈 사가 최근 처음으로 상품화했다. 이 의수는 아이림(지난화 참조)보다 훨씬 적은 12가지의 그립(쥐기) 동작밖에 할 수 없지만, 손 끝의 감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환지통을 덜 느끼고 유리나 종이처럼 파손되기 쉬운 물건을 더 잘 잡을 수 있다.

뜨겁거나 차가운 감각, 거칠거나 부드러운 감각에도 도전 중이다. 사람의 피부는 유독 민감한 부위로, 피부의 1cm2 안에는 수천 개의 감각 신경말단이 자리잡고 있어 흉내 내기가 쉽지 않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생체공학과 더스틴 타일러 교수는 전자의수가 연결된 신경 말단에 마이크로 전극을 부착한 다음, 다양한 형태의 전기 신호를 뇌에 흘려 보내 착용자가 어떤 감각을 느끼는지를 일일이 기록하며 연구하고 있다. 150년 전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할 때 필라멘트의 재료로 수천 가지의 물질을 시험했다는 일화가 연상되는 우직한 방법이다. 하지만 성과가 있다. 예를 들어 1초를 주기로 자극 펄스의 강도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면 무언가가 손가락을 감싸 쥐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최근에는 벨크로나 사포 같이 거친 표면을 만지는 느낌이나 피부를 탁탁 건드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자극 패턴도 발견했다.

타일러 교수의 연구 결과가 기대되는 이유는 또 있다. 손의 감각이 뇌로 전달되는 ‘언어’를 이해하면, 손의 각 부분을 자극할 수 있는 특수 장갑을 만들어 실제로 사물을 만지지 않고도 만지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장치가 개발된다면,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분야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예를 들어 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하고 홈쇼핑 방송을 보다가 사고 싶은 태블릿 컴퓨터가 있다고 해보자. 장갑을 착용한 채 손을 뻗어 컴퓨터를 집으면 컴퓨터의 무게나 터치감 등을 바로 체험할 수 있다. 이쯤 되면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일대 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타일러 교수는 이 기술이 완성되는 시점을 불과 10~20년 뒤로 보고 있다.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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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임창환 교수
  • 에디터

    윤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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