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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나노물질과 인체의 ‘궁합’ 봅니다

융·복합×DGIST 5 같은 목표 × 열린 마음

 

 
‘나노물질’ 전성시대다.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 양자점(퀀텀닷) 등의 나노 물질을 이용해 전자기기를 만들거나 질병을 진단, 치료하려는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하다. 하지만 이들 재료가 인체에 무해한지 확인하는 연구는 그리 많지 않다. 인수일 DGIST 에너지시스템공학 전공 교수와 김은주 나노에너지융합연구부 책임연구원, 김정희 연구원팀의 공동연구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인 교수님과는 다른 연구를 위한 미팅에서 처음 만났어요. 그 자리에서 ‘엑소좀’을 이용해 나노물질의 독성을 평가 해 보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인 교수님께서 관심을 보이셨죠.” 김 책임연구원은 연구의 시작을 이렇게 회상했다. 엑소좀은 세포가 분비하는 30~100nm(나노미터·10억 분의 1m) 크기의 작은 소낭(주머니 모양의 소기관)으로, 다른 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을 담고 있다. 세포 안에 있던 여러단백질과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마이크로RNA(miRNA), 그리고 각종 단백질 등이다.

“나노물질을 만드는 연구를 하지만, 환경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양자점이 환경이나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었죠.” 인 교수는 새로운 소재가 나오면 그걸 응용하려는 연구에 앞서 독성을 측정하는 것이 바른 순서라는 생각에 융합연구를 시작했다.


좋은 샘플과 꼼꼼한 분석이 만나 최고의 ‘케미’

인 교수팀은 김 책임연구원팀에게 독성평가에 적합한 최적의 황화납(PbS) 양자점 샘플을 제공했다. 황화납은 널리 쓰이는 양자점 소재 중 하나로, 인 교수팀은 2~3nm 크기의 균일한 크기를 가진 황화납 100mL를 만들었다. 독성평가를 하려면 비슷한 상황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재현하면서 실험해야 하는데, 이때 균일한 크기의 샘플을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크기가 다르면 세포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인 교수팀의 탁월한 양자점 제조 기술은 독성평가 실험에 안성맞춤이었다.

이 샘플을 받은 김 책임연구원팀은 1년 동안 세포 실험을 반복했다. 신장 세포를 배양한 뒤 다양한 농도로 양자점을 넣은 용액과 반응시켰다. 그런 뒤 세포와 엑소좀에서 나타난 현상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세포 내에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miRNA와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세포 내 단백질에 초점을 맞춰 양자점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우선 양자점에 노출시키지 않은 세포와, 양자점에 여러 농도로 노출된 세포의 엑소좀을 추출했다. 그 뒤, 염기서열을 해독해 그 속에 들어있는 miRNA의 종류와 양을 파악했다. 그 결과 양자점을 처리한 엑소좀에서 5개의 miRNA가 비정상적으로 많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밀 분석한 결과 최대 60배까지 많이 들어 있는 miRNA도 있었다.

단백질도 비 슷했다. 양자점을 처리한 것보다 그렇지 않은 세포의 엑소좀에서 더 많이 발현된 단백질을 2차원겔전기영동법을 이용해 찾아낼 수 있었다. 유방암 에 걸렸을 때 많 아지는 LRRC23과 폐암 및 유방암의 생체 지표인 KRT5였다. 김 책임연구원은 “엑소좀을 독성평가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인 것”이라며 “양자점이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발암물질인지는 좀 더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성과는 ‘국제나노의학저널’ 2015년 8월 31일자에 발표된 뒤, 국내외 많은 연구자와 기업체에서 관심을 보이고있다. 엑소좀을 독성평가에 활용하려는 연구도 부쩍 늘었다. 연구팀은 이 독성평가 방법에 특허를 등록한 상태로, 향후 검증을 거치면 새로운 독성평가 방법으로 활용될 가능성이있다. 현재 연구팀은 양자점을 포함한 다양한 나노입자의 구조와 화학적 특성에 따라 독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확인하는 연구를 계획 중이다.
 




 
세 사람은 “DGIST가 융합 연구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때문에 함께 연구를 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같은 목표’와 ‘열린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도 중요한 성공 비결이었다. 김정희 연구원은 “서로 연구해 온 분야가 달랐기에 각자 사용하는 언어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나노물질의 독성을 알고 싶다는 목표가같았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융합 연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 교수는 ‘열린 마음’을 강조했다. ‘안 될 것 같다’는 선입견이나 비판적인 태도를 가지면 억지로 연구를 하게 되더라도 결국 애초에 생각했던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같은 목표를 추구한 것이 세 사람의 융합연구가 성공한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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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 사진

    남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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