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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Fun] 하버드 비스 연구소

걸어서 연구소 속으로 ➒

미국 보스턴은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의사나 교수가 산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전문 인력들이 모인 도시입니다. 특히 지하철 롱우드역 인근에는 하버드대 의대부터 보스턴 어린이 병원, 브리검 여성병원, 다나-파버 암 연구소, 베스 이스라엘 병원, 제약회사 화이자까지 각종 생명공학 기관들이 밀집한 생명공학 복합단지가 있죠. ‘소프트 로봇’으로 잘 알려진 ‘하버드 비스 연구소(Wyss Institute at Harvard University, 아래 사진)’도 바로 이곳 주민입니다.


하버드 비스 연구소의 가장 큰 장점은 내로라하는 연구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프트 로봇의 성지

하버드 비스 연구소는 지난 여름 가오리와 문어 소프트 로봇을 각각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한 달 간격으로 발표하며 히트를 쳤습니다. 소프트 로봇은 일종의 생체모방로봇인데요. 딱딱한 금속 로봇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로봇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재밌는 모양 탓에 우리 나라에서도 기사로 많이 다뤄졌죠.

하지만 하버드 비스 연구소가 잘 하는 분야는 비단 소프트 로봇만이 아닙니다. 최근에 인간 DNA 전체를 합성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된 조지 처치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비스 연구소 소속이고요, 인간의 실제 세포를 이용해서 폐와 같은 인체 장기를 모방한 ‘인체 장기 칩(Organon-a chip)’을 처음 개발한 곳도 바로 이곳입니다.

연구소는 2009년에 스위스의 슈퍼리치 한스요르그비스(Hansjoerg Wyss)가 1억2500만 달러(약 1406억 8750만 원)를 기부하면서 설립됐습니다. ‘생물학에서 영감을 얻은 공학 연구’에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였는데요. 하버드 역사상 최고액이었다고 합니다(비스는 3년 전에 같은 금액을 또 한 번 기부했습니다 +_+).

덕분에 하버드 비스 연구소의 연구 환경은 세계 최고를 자랑합니다. 의료단지 병원들 한가운데에 있어서 언제든 신선한 샘플을 구해 실험할 수 있고요. 연구소가 사용하는 건물 3, 4층에는 화이자, 머크 같은 세계적인 제약회사가 있어서 옆집 드나들듯 공동연구를 합니다. 첨단 장비도 빠질 수 없겠죠. 초고해상도의 3D 프린팅 기계와 로보틱스 실험을 위한 모션캡처시스템, 외과적으로 동물실험을 할 수 있는 동물이용 생물안전 3등급 시설(ABL3)을 갖추고 있습니다.


“돈이 되는 연구를 하자!”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은 대략 1000명 정도 되는데요. 이들이 공유하는 신조가 재밌습니다. ‘돈이 되는 연구를 하자!’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자는 거죠. 가오리 로봇, 문어 로봇에 쓰인 기술  하나하나를 스핀오프(기술이전)시키기 위해 조력하는 전문 팀이 있을 정도입니다. 2011년부터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성진 박사(가오리 로봇을 개발한 주인공!)에 따르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연구소 내 전문 기술자에게 얘기를 하면 곧바로 첨단 장비를 이용해서 부품들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준다고 합니다. 또 연구비를 따기 위해 제안서를 작성할 때, 이것을 어떤 기업에게 팔 수 있을지 고민하는 전문가가 붙어서 함께 제안서를 작성한대요.

하버드 비스 연구소가 연구원들의 ‘워너비 직장’인 이유는 또 있습니다. 워낙 유명한 연구소다 보니, 복도에서화장실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동료가 세계적인 석학인 경우가 많습니다. 길가에서 연예인과 마주친 느낌이랄까요. 주변에 대단한 동료들이 많아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고 하지만요.

이런 동료들과 스트레스 해소 겸 한 달에 한 번씩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자리도 연구소가 직접 만들어준다고 합니다. 그것도 공짜로요. 더울 땐 아이스크림을, 일이 많을땐 마사지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하니 다시 태어나면 꼭비스 연구소에 취직하고 싶습니다.

201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 도움

    박성진 비스 질병바이오물리센터 박사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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