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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우아씨의 똑똑한 데이트 11] 사랑은 도파민으로부터

찬바람이 솔솔 부니 가을이 왔다는 게 실감납니다. 가을이 와서일까요? 소녀와 소년은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최근 들어 서로에게 살짝 소홀해졌거든요. 서로 먼저 연락하는 경우도 잘 없고, 부재중 전화가 와 있어도 귀찮아 그냥 잠들기 일쑤입니다. 어느 날 소년은 문득, 지난 겨울 소녀와 함께 갔던 대관령 양떼목장을 떠올립니다. ‘양 인형 가게 옆에서 양꼬치를 판다며 배꼽을 잡고 웃었는데…, 그 때 참 설레고 좋았지.’ 그리고 깨닫습니다. ‘아, 지금 이게 권태기구나.’

자이로드롭은 맴돌이전류로 멈춘다
소년은 고민 끝에, 귀찮다는 소녀의 손을 이끌고 서울 잠실에 있는 놀이공원으로 향합니다. 막상 도착해 보니, 오히려 소녀가 눈을 반짝이며 소년의 손을 이끌고 있네요. 소녀가 가리킨 곳에는 자유낙하의 대명사인 ‘자이로드롭’이 있습니다. 소년은 겁먹은 강아지마냥 버텨 보지만, 별 수 있나요. 본인이 자처한 황천길인걸요. 소녀가 눈을 반짝이며 말합니다. “난 자이로드롭을 볼 때마다 경이로워. 후후. 562kW짜리 전기 모
터가 레일을 따라 원반을 올리는 거거든! 기아전기차 ‘레이 EV’에 달린 모터가 50kW니까, 자이로드롭에는 레이 EV가 11대쯤 달린 셈이야.”

드디어 소년과 소녀의 차례입니다. 소년의 파랗게 질린 얼굴에 대고 소녀가 소리칩니다. “오오, 올라간다, 올라간다!” 지름 9m에 달하는 원반이 40명의 승객을 싣고 아파트 25층 높이에 맞먹는 타워 꼭대기에 올라서자, 소녀는 더욱 신이 났네요. “올라가면서 받은 관성력을 없애려고 이제 3초 정도 정지할거야. 그리곤 최고 시속 약 90km로 45m를 떨어질 텐데, 브레이크 안 잡히면 어떡하지? 으흐흐. 3! 2! 1! 꺄아아아악~!” 원반 둘레를 따라 대롱대롱거리던 탑승객들의다리 80개가 앞으로 휙 펴지는 것도 잠시, 원반은 부드럽게 지상에 내려 앉았습니다. “자기야, 일어나 봐.끝났어! 찰싹찰싹.”

자이로드롭은 맴돌이전류를 브레이크로 이용합니다. N극과 S극을 가진 영구자석이 도체인 금속 옆을 지나갈 때, 전자기유도현상에 의해 금속 안에 소용돌이 모양의 전류(맴돌이전류)가 생깁니다. 이때 맴돌이전류의 자기장과 영구자석의 자기장이 서로 밀어내면서 자석의 이동을 방해합니다. 즉, 영구자석이 설치된 자이로드롭 원반이 떨어질 때 중앙 타워 금속에 맴돌이전류가 생기는데, 이때 타워 금속의 자기장과 영구자석의 자기장 사이에 척력이 작용하면서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거지요.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도파민을 분비해라!
놀이공원에서 실컷 놀고 난 뒤, 소년은 또 새로운 장소로 안내합니다. “우리 뇌에 들어오는 감각 정보의 약 80%를 차지하는 시각 정보를 아예 차단하는 곳이야.” 바로 서울 신촌에 있는 ‘암흑카페’입니다. 스마트폰처럼 빛을 내는 소지품을 모두 맡긴 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는 이색 카페이지요. 소년과 소녀가 토마토 소스 파스타를 시켜놓고 낄낄댑니다.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ㅋㅋㅋ” 시각을 제외한 청각, 후각, 촉각, 미각등 사(四)감이 곤두서는 경험은, 놀이공원과는 또 다른 짜릿함을 줍니다. 소년이 모른 척 묻네요. “오늘 데이트 어땠어?” 소녀는 알면서 되묻네요. “오랜만에 자기가 예뻐 보이던 걸? 자기는?”

곧이어 소년의 긴 고백이 이어집니다. ‘우리가 요 근래 권태기였던 것 같다. 극복하려고 오늘 데이트 코스를 짜봤다. 어떤 연구를 보니 튼튼한 다리와 흔들 다리 위에서 각각 매력적인 여자를 접근시켰더니 흔들다리 위에서 만난 남자들이 8배 더 연락을 했다더라. 이런 ‘신체적 각성’ 상태에서는 가슴이 뛰는 걸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단다. ‘사랑의 호르몬’인 도파민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줄어들겠지만, 종종 짜릿한 일탈도 하고 재미있는 취미도 공유하면서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켜보자’고. “그…,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너를 볼 때만 내 뇌의 ‘복측피개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거야!” 소녀는 그런 소년이 귀엽습니다. 소년의 권태기 극복 작전이 성공한 셈이네요. “좋아하는 연예인을 볼 때보다 사랑하는 연인을 볼 때 2배 더 활성화된다는, 행복감을 느낄 때 빛나는 그 부위 말이지? 그래, 그래. 나도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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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 일러스트

    허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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