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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인류가 고기를 먹게 된 이유는?



마치 축포 같았다. 인류 진화를 다룬 새 책 ‘인류의 기원’이 인쇄에 들어간 날, 외신들이 일제히 새로운 초기 호모 속 인류 화석 발견을 요란하게 보도했다. 인류학 역사에서도 몇 번 안 되는 큰 발굴이었고, 내용도 충격적이었다(70쪽 기획 참조. 이 발굴 내용은 이후 연구에 따라 차차 재평가될 것이다). 때맞춰 한국을 방문한 저자(이상희 미국 UC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는 이 새로운 화석 ‘호모 날레디’에 대한 해설을 위해 언론 인터뷰에 나서야 했다.

‘인류의 기원’은 오랜 과학동아 독자라면 기억할 인기 연재물 ‘인류의 탄생’(2012년 2월~2013년 12월)을 엮은 책이다. 한국 독자에게는 낯설 수 밖에 없는 진화와 고인류학 분야를, 식성이나 농업, 협동 등 일상에서 친숙한 소재로 풀었다. 이야기 중심의 파격적인 서술 방식과 친절한 설명 덕분에 연재 당시에 고정 팬이 많았다. 이번 출간에 맞춰, 이 교수는 이 글들을 다시 1년 반에 걸쳐 다듬고 보충했다.



이 책은 우리 인류의 ‘몸’과 행동의 기원을 파고든다. 그런데 시각이 독특하다. 땅에서 직접 손으로 발굴을 하는 고인류학자만의 독특한 경험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류는 고기를 먹는 존재다. 현재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 남아 있는, 인류를 제외한 유인원은 모두 초식을 한다. 인류는 유독 고기를 먹는다. 그 기원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저자는 170만 년전에 살았던 호모 에렉투스의 뼈 화석 한 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특이하게도 단면이 두꺼운 이 뼈 화석은, 그 주인이 생전에 비타민A 과다증에 의한 출혈을 겪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비타민A 과다증은 육식을 많이 할 때 겪는 증상이기 때문에, 화석의 주인공이 당시 고기를 많이 섭취하도록 진화했다는 사실 역시 알 수 있다. 화석은 변화의 이면도 알려준다. 이 호모에렉투스가 비타민A 과다증으로 고생했다는 것은, 그들이 아직 고기를 온전히 다 소화해낼 정도는 소화 기능을 진화시키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지만 아직 온전히 피와 살이 되게 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존재였다. 이렇게 마치 탐정처럼, 고인류학자는 작은 뼈 한 조각으로부터 수백만 년 전 우리 조상의 육신과, 삶의 애환을 복원해 낸다.






2015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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