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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곤조곤 풀어보는 문화재의 수수께끼 ④ 조선 왕릉 연구의 기틀을 닦다

홍릉, 광릉, 선릉, 정릉, 융릉, 건릉, …. 뭔지 아시겠나요? 수목원 이름이라고 답하는 분 도 계시고 지명이라고 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정답은 조선의 왕릉 이름입니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과 강원 도, 멀리는 북한 지역에까지 퍼져 있는 조선의 왕릉은 모두 42기나 됩니다(북한을 빼면 40기). 대개 지역의 명 소로 잘 가꿔져 있어 그 지역을 찾으면 한번씩 들르는 관광지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렇게 친숙하고 연대도 가까운(조선은 현재와 가장 가까운 왕조입니다) 왕릉 들이 아주 최근까지 측량 등 체계적인 조사도 받지 못 한 채 근근이 관리되고 있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체계적인 조사 10년, 학술 조사 기틀 닦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선 것은 국립문화재연 구소 미술문화재연구실이었습니다. 조선왕릉에 대 한 체계적인 조사를 하자는 목표로 2006년부터 종 합학술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올해 벌써 10년째에 접어들었지요. 그 사이에 조선 왕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고(2009 년), 40개의 왕릉 전체에 대한 정밀한 실측 자료와 역 사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이 아름다운 문화재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예전보다 월등히 높아 진 상태입니다. 물론 이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 다. 제대로 된 사진이 없어서 먼저 사진 촬영부터 했습니다.

사진도 부족한 마당이니, 왕릉을 구성하는 문 화재 하나하나에 대한 정밀한 측정 자료가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도면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3D 스캔 기술을 이용해 능의 세부를 샅샅이 실측했 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자료화하고, 정밀한 도면으 로 만들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습니다. 이렇게 만 든 정밀 측정 자료가 9000건에 달합니다. 이 자료는 두툼한 보고서 여러 권으로 묶여 나왔고, 문화재청의 각종 복원 사업은 물론 학계, 일반인들을 위해 제공 되고 있습니다. 조선 왕릉 학술 조사를 담당하고 있 는 황정연 미술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사는 "온라인 을 통해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디지털 백과 형식으 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조선 왕 릉에 대한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접할 날도 머지 않 았습니다. 현재 조선 왕릉 연구팀은 황 연구사 외에, 역사 자료 조사와 정리를 맡은 신재훈 연구원과 디지털 자료화 를 담당하고 있는 고하림 연구원까지 세 명입니다. 수는 적지만, 세상에 없던 자료를 만들어 간다는 보람에 기꺼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해학적인 돌 호랑이(석호), 늠름한 돌 사람(석인)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조선 왕릉은 참 특이한 곳입니다. 일단 부지가 꽤 넓은데, 막상 가보면 대부분이 숲이고 정작 능은 주인이 왕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소박(?)합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처음 시도했을 때도 외국 심사단이 그런 소박함 때문에 크게 눈여겨 보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직접 가보면 다르지요. 작지만 엄정한 구조와 다양한 석조 조각과 목조 건축물이 능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능이 모두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능 하나하나는 놀랄만큼 개성적입니다. 돌을 깎아 만든 동물상과 인물상만 봐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능에는 돌 호랑이(석호)와 돌 양(석양)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능마다 모습이 천차만별로 다릅니다. 어떤 호랑이는 무섭고 어떤 호랑이는 웃깁니다. 어떤 호랑이는 선이 굵고, 어떤 호랑이는 섬세합니다. 석인 조각 역시 시대별로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고, 양도 전혀 다른 동물처럼 다채롭습니다. 원래 조선 왕릉은 왕의 능으로서 대단히 엄정하고, 유학의 기본 가르침에 충실하게 소박한, 통일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도 능마다 석공의 개성이 충실히 반영돼 있습니다. 여기에는 기법이나 미학의 변화도 포함돼 있습니다. 석조 문화재 조성 기술과 미학의 변천사를 연구할 소중한 자료가 생긴 셈입니다. 석물 등 석조문화재는 강화도와 경기도 의정부에서 원재료와 가장 비슷한 재질의 돌을 찾아 구할 정도로 복원에 공을 들였는데, 이제 미학적으로도 의미가 더 커졌습니다.

현재 연구팀은 40기의 왕릉과 13기의 원(후궁이나 왕세자, 세자빈 무덤)에 대한 측량을 완료했고, 왕릉 보고서 발간도 곧 마치게 됩니다. 이제는 이들 자료를 잘 정리해 분야별 또는 주제별 연구서 등을 발간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면 조선 왕릉에서 발견된 공예품에 대한 연구서 등이 계획돼 있습니다. 신 연구원은 "조사를 하면 할수록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사연이 쏟아져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100여 년 전까지 존재하던 왕조임에도 우리는 그 시대의 진가를 잘 모르고 있습니다. 조선 왕릉 종합학술조사로 그 진가가 널리 알려질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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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 사진

    국립문화재연구소 미술문화재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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